경남합천 5만년전 운석충돌구 발견
이메일주소 펼치기 보낸사람김창기 보낸날짜 : 21.01.18 22:37 주소추가수신차단 받는사람jeef981031 , 김동언 , 김봉옥1 , 김여은 , 김윤미 , 김주석1 , 김주일 , 김주일2 , 김희준 , 윤지원 주소추가
[KISTI과학향기]한반도에서 발견된 거대한 운석 충돌구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는 약 7km 직경의 수수께끼의 분지가 있다. 여기서 분지란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은 평평한 지역을 뜻한다.
분지는 보통 지각의 구조 운동이나 침식을 통해 생성되나 아주 극적인 원인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 바로 운석 충돌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적중-초계 분지는 운석 충돌로 생긴 것임을 확인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발견된 운석 충돌구다.
지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운석 충돌 사건이 무수히 있었다. 특히 거대한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해 그 여파로 기후가 바뀌고
동식물이 대량 멸종하기도 했다.
그 흔적이 땅에 남은 운석 충돌구 또는 크레이터다.
세계의 유명한 크레이터로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베린저 크레이터가 있다. 베린저 크레이터는 지름이 약 50m 되는 운석이 최대
초속 20km의 속도로 충돌해 만든 지름 1.2km, 깊이 170m의 크레이터다.
이 크레이터에 있던 운석으로 지구의 나이를 계산해내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운석 충돌구를 찾다
적중-초계 분지는 베린저 크레이터보다 5배나 큰 크레이터다. 그동안 운석 충돌로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은 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은 2020년 1월부터 분지 한가운데를 142m 깊이로 시추한 뒤 암석 기둥을 채취해 이를 분석했다.
적중-초계분지의 지형도. 별표는 암석 기둥 채취 장소.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운석이 충돌할 때는 강한 충격파가 일어나 지하에 거대한 웅덩이가 생기며 기존 암석과 광물 속에 충격으로 인한 변성 흔적이 남는다.
이런 흔적을 통해 과거에 운석 충돌이 일어났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암석 기둥에는 총 세 단위의 퇴적층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연구팀은 여기서 암석과 광물의 변형 증거를 발견했다. 첫 번째는 130m 깊이의 퇴적층인 셰일층에서 충격파가 형성한 원뿔형 암석 구조를 찾은 것이다.
두 번째는 충돌 밑바닥에 해당하는 142m 깊이의 퇴적층에서 석영 광물 입자가 충격파 때문에 녹았다 다시 굳어 생기는 평면변형구조를 찾았다. 이 두 가지 증거는 적중-초계 분지가 크레이터임을 강력히 나타낸다. 원뿔형 암석은 운동 충돌에서 생기며 석영 광물의 변형된 구조도 강한 충격과 함께 2000℃ 이상의 고온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퇴적층에서 발견한 숯을 대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도 시행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은 특정한 시간에 따라 자연적으로 붕괴하는 원소의 조성비를 측정하여 그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 적중-초계 분지는 약 5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기는 한반도의 중기 구석기 시대로 제천에 있는 점말 동굴 유적, 청원에 있는 두루봉 동굴이 만들어졌을 때다.
운
석충돌의 직접 증거의 하나인 원뿔형 암석 구조. 충돌구 바닥에서 고온 고압을 받아 변형된 모습을 보인다. (출처: 지질자원연구원)
◇운석 충돌구는 귀중한 연구 자료
크레이터, 또는 운석공은 지구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우리는 크레이터를 통해 원시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있는 지름 180km, 길이 20km에 달하는 칙술루브 크레이터는 공룡을 포함한 생물종의 75% 가령을
멸종시킨 K-Pg 대멸종의 증거이다.
칙술루브를 덮친 소행성은 대규모의 충격파를 발생시켰고 엄청난 먼지가 대기권 상층부에 머물러 기후 변화를 일으켰다.
연구자들은 대멸종이 소행성 충돌임을 알려주는 증거를 여럿 발견했다. 그 하나가 지구에는 그 양이 많지 않지만 운석에는 높은 농도로 포함된 이리듐이라는 물질이 대멸종 시기 퇴적층에서 많이 나온 것이다. 또한 암석이 녹아서 만들어지는 천연 유리인 텍타이트도 강력한 충격 때문에 순간적으로 암석이 녹을 때 생긴다.
이렇게 증거가 있어도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을 확실히 주장하기 어려웠다. 대멸종을 일으킨 엄청난 소행성이 떨어졌다면 그 흔적인 크레이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멕시코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가 유카탄 반도 일대에서 석유 탐사 작업을 하다 해저에 절반, 육지에 절반이
걸쳐진 거대한 원, 즉 크레이터임을 발견한 것이다.
이 크레이터 덕분에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이 확실해질 수 있었다. 참고로 칙술루브 크레이터에서 채취한 지질 샘플에서도 충격으로 발생한 석영 광물이 많이 나왔다.
그동안 지질학계의 미스터로 남았던 적중-초계 분지가 한반도 최초의 크레이터로 확인됨에 따라 한반도의 역사 연구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글: 홍종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