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이' 믿음 강요않고 존중, 어느새 신자가 되어있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서울역과 지하철 등에서 이런 플래카드를 들고 외치는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개신교) 비신자들의 심정이 어떨까. 비신자들은
이런 전도 행위에 모멸감과 분노를 느껴 교회라면 아예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전도자들과 달리 비신자들의 영적인 순례를 가치있게 인정해주는 목회자가 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대학로 입구
이화사거리에 있는 나들목사랑의교회 김형국(43) 대표목사다. 그는 자기 중심적인 용어인 ‘불신자’나 ‘비신자’ 대신 ‘찾는이’라는
말을 쓴다. 크리스찬이 아니라도 누구나 삶의 의미를 찾고 고민하며 영적인 순례를 하고 있음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는 2001년
5월 이 교회를 연 뒤 ‘찾는이’를 대상으로 ‘기독교인이 되지 않은 이유’를 설문조사를 했을 때, “현재의 기독교인들과 같은
사람들로 취급되는 게 싫었다”는 답이 가장 많은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교회에 가 복음을 접하고 싶어하면서도 비신자들을
무시하거나 위협하고, 배타적으로 대하는 교인들 때문에 이를 주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빌딩 지하에 있는 나들목교회는 교당이라기보다는 카페와 공연장에 가깝다. 지하1층은 화랑을 겸한 카페다. 지하2층 예배실도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연장이다. 실제 예배실에선 교회가 마련한 연극 등 여러 공연이 펼쳐진다.
일요일 오전 10시30분 ‘찾는이와 함께하는 예배’에선 교인들만이 알 수 있거나 비신자들에게 배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찾는이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일은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고 기다릴 뿐’이다.
그가 ‘찾는이’가 아닌 기존 교인들만이 몰려들까봐 교계 매스컴의 인터뷰까지 거부하며 주로 ‘찾는이’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식으로
운영했는데도 불과 2년이 안 돼 신자가 320여명으로 늘었다. 찾는이만도 현재 40여명이다. 이들 가운데 9명은 15일 세례를
받는다.
교회가 입주한 건물주이기도 한 정림건축 김정철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건축학도를 꿈꾸던 김 목사는
고3때 병에 걸려 1년을 쉬는 동안 기도면서 ‘건물을 세우기보다는 사람을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연세대 사회학과 재학
때는 ‘기독교사회학도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비신자 학우들과 진솔하게 대화했고, 사회학도 300명 가운데 무려 50명이 이
동아리 회원이 되었다. 그 때부터 싹을 키웠던 셈이다.
대학 졸업 뒤 학교선교사로 지내다 89년부터 10년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김 목사는 유학 도중 가정적으로 힘든 과정을
보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서 남의 고통에 눈물을 흘릴 줄 모르던 그는 어느새 눈물이 많은 남자가 되었다.
이제 그의 삶은 고통 받는 이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의 목표도 비신자들이 교회를 ‘찾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크리스찬이
교회 안에서만 신앙생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한다. 교회에서 충전하고 쉰 뒤 정작 교회 밖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찾는이’에서 ‘찾은이’가 된 신자들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변혁자’로 성장한다.
찾은이들은 ‘변혁사역체험학교’를 통해 새벽 지하철역의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풍성한 삶을 위한 영적 훈련’을
받기도 한다.
불신자에겐 냉정하고 공격적인 눈, 소외되고 불우한 이들에게 냉정한 눈에 그가 촉촉한 눈물과 따뜻한 시선을 담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