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김장은 겨울을 앞두고 당연히 치러야 할 연례행사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 한 달여 동안 한반도는 거대한 김치 공장이 된다. 게다가 김장은 오는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한민족뿐 아니라 인류가 지켜야 할 소중한 음식문화로 인정받은 셈이다.
- 저염 김장김치 담그기 노하우
- ■절임수는 물 1L당 소금 60~80g이 적당해요
- ■소금은 자연 건조한 국내산 천일염이 좋아요
- ■배추를 2시간마다 뒤집어가며 9~10시간 절여요
- ■밋밋한 맛은 젓갈과 해물 육수로 채워주세요
- ■무르고 쉬기 쉬우니 가능한 한 차갑게 저장해요
- ■소금은 자연 건조한 국내산 천일염이 좋아요
김치는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먹거리로 삶과 지혜가 응축된 과학적 음식이다.
김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건강 음식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높은 소금 함량이다. 김치라는 말 자체가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비롯됐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한국인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원인을 꼽을 때 김치를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소금을 적게 넣고 담그는 '저염 김치'가 최근 유행이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가 대형 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배추김치 소금 함량을 조사해 보니, 소금 함량 평균이 1.87%였다. 그동안 김치의 염도는 2.0~2.5%로 알려졌었다. 김치 업체들이 달라진 소비자 입맛을 반영해 김치를 예전보다 싱겁게 만드는 것이다.
김치의 염도를 낮춘다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김치가 제대로 절여지지 않아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배추가 소금에 충분히 절여지지 않으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상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소금 사용량을 줄여 더 건강하면서도, 김치 본연의 맛과 보존성을 지킬 수 있을까.
저염 김치라도 소금 50% 이하로 줄이진 마세요
'쉬운 김치'라는 김치 요리책을 쓴 음식 연구가 한명숙(43)씨는 "저염 김치의 관건은 소금 선택과 염장법"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김장 배추를 절일 때는 물 1L에 굵은 소금 1컵을 넣어 절이죠. 1컵이면 120g쯤 됩니다. 이렇게 만든 절임수의 염도는 15% 정도가 되고, 이 절임수로 만든 김치는 염도가 2~2.5%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염도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 즉 소금을 2분의 1컵 또는 100g 이하로 넣으면 김장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아요.
또 숙성 과정에서 상하기 쉬워요. 그러니까 일반 김치 담글 때 배추 1통당 물 1L에 소금을 100~120g 넣어줬다면, 저염 김치를 만들 때는 소금을 60~80g 정도 넣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오래 두고 먹을 김장 김치라면 소금량을 일반 김치의 70% 그러니까 70~85g 이하로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금은 당연히 천일염이 이상적이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한 정제염은 염도가 100%에 가까울 뿐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 열처리로 인해 여러 미네랄 성분이 손실된다. 천일염은 믿을 수 있는 국내산으로 수분이 적고 잘 건조돼 결정체가 고르고 불순물이 적어야 좋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담글 때 배추는 소금물에 10시간 안팎 절인다. 한명숙씨는 "저염 김치는 9시간에서 최대 10시간을 넘지 않도록 절여 배추가 너무 많이 절여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대신 소금물이 김장 배추에 고루 스며들도록 2~3시간 간격으로 뒤집어 위에 있던 배추와 아래 있던 배추의 자리를 바꿔주세요." 배추가 잘 절여졌으면 맑은 물에 헹군 다음 채반 따위에 받쳐 2시간 이상, 물을 최대한 뺀다. 배춧잎 하나를 떼어내 반으로 접어본다. "부드럽게 접히면 제대로 절여졌다는 신호지요. 뚝 끓어지만 안 절여진 거예요."
배추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야 맛있다. 배추를 가르지 않고 판단하는 방법이 몇 있다. 1통에 3㎏ 내외가 적당하다. 같은 크기라면 당연히 묵직한 배추가 속이 더 꽉 차고 맛있다. 줄기 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하면 맛있는 배추라고 봐도 된다. 배추를 반으로 잘라볼 수 있다면 흰 부분보다 노란 부분이 많아야 좋다. 속잎을 맛봤을 때 약간 매콤하면 김치 담그기 좋은 배추이다.
저염 김치 밋밋한 맛, 액젓으로 채우세요
저염 김치는 아무래도 맛이 싱거울 수밖에 없다. 한명숙씨는 "밋밋한 저염 김치의 맛은 젓갈과 해물육수를 이용해 채우면 된다"고 했다. "젓갈의 풍부한 아미노산은 감칠맛의 원천이죠. 일반적으로 새우젓은 무·알타리 등 뿌리채소로 담그는 김치에 어울리고,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은 갓 같은 푸성귀로 담그는 김치와 어울려요. 여기에 다시마나 북어대가리, 새우, 멸치 등 해산물을 끓여서 만든 해물육수를 넣으면 염도는 낮으면서 깊은맛과 구수함이 살아있는 저염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실청이나 양파청, 홍시, 배즙 따위를 넣으면 단맛을 살려줄 수 있지요."
한명숙씨는 "예전에는 집집마다 젓갈을 직접 달여서 썼지만, 요새는 시판 액젓이 워낙 좋아서 따로 달일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과거 어머니들이 젓갈을 달여 걸러서 썼던 건, 그때는 가게에서 파는 젓갈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조미액젓이 아닌 100% 자연재료로 숙성시킨 액젓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요. 집에서 달여 쓰는 것보다 더 위생적이기도 하고요. 깔끔한 김치 맛을 좋아하면 까나리액젓을, 구수하고 깊은맛을 내고 싶다면 멸치액젓을 이용하면 돼요. 여러 액젓을 섞어 사용하면 더 깊고 풍부한 김치 맛을 낼 수 있어요."
살얼음 살살 끼게 저장하세요
한씨에게 이 밖에 김장 재료 고르는 법과 맛내기 비법을 들었다. "고춧가루는 빛깔이 밝고 붉고 선명하면 매운맛이 약해요. 매울수록 색이 흐리죠. 두 가지를 섞어 쓰면 김치 빛깔도 곱고 맛도 좋지요. 무를 썰 때는 섬유질 방향대로 썰어야 물기가 생기지 않고 식감이 좋아요. 채칼을 사용하면 편하긴 하지만 물기가 많이 생기니 가능하면 칼로 써세요. 김치 속을 양념으로 많이 채울수록 빨리 익어요. 초반에 먹을 김장 김치는 속을 넉넉히 넣고, 봄 다가올 때 먹을 김장 김치는 속을 적게 채우면 더 오래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저염 김치는 염도가 낮아 쉬 무르거나 시어질 수 있으니, 일반 김치보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살얼음이 살살 끼는 정도인 섭씨 0~5도 사이로 김치냉장고를 세팅하세요. 김치를 드실 때는 3~4도가 제일 맛있어요."
김치 코멘터리
김치의 탄생
우리 조상들이 채소를 오래 먹기 위해 절임 음식으로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초기 형태의 김치를 먹은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양념으로 2차 침채(沈菜)를 시키는 독특한 발효과학 식품으로 발전했다. 딤채가 구개음화하여 짐채로, 짐채가 다시 역 구개음화하여 김채로 변한 뒤, 현재의 김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김치의 종류는 300여 가지가 넘는다.
김치의 효능
비타민과 무기질,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는 암세포 증식 억제와 비만 예방, 피부 노화방지 효과를 보유했다. 지난 2008년 미국 건강전문지 'Health'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올리브기름, 콩, 요구르트, 렌틸과 함께 김치를 선정했다. 또한, 한국인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것은 김치 때문이라는 속설이 지난 2008년 서울대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한국 김치와 일본 기무치의 비교
[김치 맛지도] 전국 김치 비교해보니… 감칠맛 전라도·아삭한맛 서울 '으뜸'
스마트한 김장 ①맛있는 김장의 공식
다음 중 a에 알맞은 것은? ① 배채 ② 양파즙 ③ 고추씨
"며늘아, 그까짓 거 김장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배추는 흐르는 물에 휘휘 씻어서 소금 한 움큼 휙휙 뿌려 한나절 절여놓고, 양념이야 고춧가루 한 바가지에 젓갈이랑 마늘, 생강 조금 넣고 설탕 적당히 넣으면 되느니라."
시어머니의 그 '한 움큼' '한 바가지' '적당히'에 며느리는 좌절합니다.
김장, 좀 쉽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절임수(소금물)의 농도, 김치 양념 재료의 비율, 보관 온도 등 김장과 관련한 숫자만 알아도 올해 김치는 맛있어집니다.
■ 절임수, 물과 소금 비율은 6:1
김장을 알뜰하게 담그고 싶다면 재료의 양부터 잘 계산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성인 1일 김치 소비량의 경우 여자는 75~90g, 남자는 90~140g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4인 가족이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먹을 김치에 사용할 배추의 양은 약 70㎏으로 이는 배추 20포기 정도가 된다.
이는 반찬으로만 섭취하는 김치 양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만약 평소 김치찌개나 김치부침개 등 김치 활용 음식을 즐기는 가정이라면 여기에 7~10포기 더해 김장하면 된다.
배추 20포기로 김장할 때 소금의 양은 얼마가 적당할까. 배추 1포기(3.5㎏ 기준)를 절일 때 절임수에는 굵은 소금 200g(약 1컵)과 물 1L(약 5~6컵)가 들어가는데, 20포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사용하는 굵은 소금의 양은 3㎏가량이며 물의 양은 20L이다. 적정 소금량 계산에 도움을 준 심기현(36) 숙명여자대학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교수는 "이렇게 계산해 만든 절임수의 염도는 15% 정도이며 이 절임수로 김치를 만들면 완성된 김치의 염도가 2~2.5% 정도가 된다"고 설명한다.
절이는 시간에 따라 양도 조절해야 한다. 절이는 시간이 길면 소금의 양을 줄이고, 절이는 시간이 짧으면 소금의 양을 늘려 절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5~6시간이 적당하다"는 게 김치 전문가들의 말이다.
3.5㎏의 배추 20포기를 절여 수분을 쏙 빼면 약 50㎏의 절임배추가 된다. 절임배추가 완성됐다면 양념을 만들 차례. 양념은 가족 구성원의 입맛이나 식습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간편하고 알뜰한 김장을 하고 싶다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김치 양념 레시피 '김치종합양념소'를 활용해볼 만하다.
이 레시피는 절임배추 1포기당 양념 재료의 비율이 계량화돼 있어 각 재료들의 양을 맞춰 섞기만 하면 된다. 농촌진흥청(rda.go.kr) 김치종합양념소에 따르면 절임배추 100g 당 양념소는 고춧가루 4.5%, 마늘 2%, 생강 1%, 젓갈 5%, 깨와 설탕 각각 0.5%, 찹쌀풀(찹쌀:물=1:10) 8.5% 비율이다.
이 비율을 기준으로 4인 가족이 김치 20포기(절임배추 50㎏)를 담근다면 고춧가루 2.25㎏, 마늘 1㎏, 생강 0.5㎏, 찹쌀풀 4.25㎏, 젓갈 2.5㎏, 깨와 설탕을 각각 0.25㎏씩 섞고 여기에 무 5㎏, 갓·미나리·쪽파·부추·청각 등을 2.5㎏ 정도 넣어 버무리면 된다.
김치종합양념소를 개발한 한귀정(49) 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연구원 겸 과장은 "김치종합양념소는 좋은 김치맛을 내기 위해 양념의 재료 양을 계량화한 '적정 레시피'로 재료의 낭비를 줄이며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데 도움 된다"면서 "김치종합양념소에 따라 만든 양념은 냉장실에 보관할 경우 세 달가량 맛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김치냉장고가 없거나 한꺼번에 많은 양의 김장을 하기 부담스러운 가정이라면 한번에 양념을 만들어두고 그때그때 절임배추를 사다가 버무려 먹어도 좋다"고 덧붙인다.
담근 김치는 20℃ 정도의 상온에서 1~2일간 숙성시킨 후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 고추씨 더하고 양파즙·배채는 빼고
김장에 특정 재료를 더해서 맛이 배가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재료를 잘못 넣어 김장을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김장을 할 때 무가 많으면 김치가 시원해진다고 생각해서 무를 많이 넣는 가정도 있는데 한귀정 연구원은 "무채를 비롯해 쪽파, 부추, 미나리 등의 부재료를 과하게 넣으면 김치가 지저분해 보이고 맛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재료는 주재료인 절임배추 무게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양파즙은 김치를 빨리 익게 하거나 거품이 많이 생기게 하고, 배채는 김치가 익으면서 나는 군내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넣지 않거나 소량을 사용한다. 마늘과 생강은 정균작용으로 김치의 발효균을 억제하기 때문에 김치를 맛있게 익히고 싶다면 적당량 넣어야 한다.
반면 고추씨를 넣으면 김치가 쉽게 물러지지 않아 오랫동안 아삭하게 먹을 수 있다. 심기현 교수는 "특히 백김치의 경우 고추씨를 넣어 담그면 소금을 적게 넣어도 김치맛이 쉽게 변질되지 않고 아삭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바로 담가서 먹을 김치의 경우 찹쌀풀을 만들어 넣을 때 칼륨이 풍부한 고구마가루를 10% 정도 섞으면 고구마의 칼륨으로 인해 김치의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다.
■ 유명 업체들의 김치맛 지키기 공식
유명 김치업체들이 김치맛을 유지하기 위해 지키는 숫자도 기억해둘 만하다. '워커힐 수펙스 명품김치'는 영하 2~0℃에서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워커힐 수펙스 명품김치 담당자는 "이 온도에 김치를 보관하면 김치를 맛있게 익혀주는 젖산균 생육이 최고치에서 멈춰 pH(수소이온농도 지수)와 산도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맛있는 김치를 오래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밖에 김치를 돌로 꾹 눌러 담거나 김치 위에 우거지를 덮어 김치가 국물 안에 잠기도록 하는 것도 김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풀무원 사계절 김장김치'는 오랫동안 김치맛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을 영하 2°C에서 120시간 이상 '빙온(0°C에서 식품이 얼기 직전까지의 온도대) 숙성'시켜서 판매하고 있다. '종가집 김치'는 배추를 아홉 번 이상 세척해 김치맛을 변하게 하는 이물질을 제거한 후 천일염을 사용해 18℃의 온도에서 배추 속까지 골고루 잘 절여지도록 18시간 절이는 것을 지키고 있다.
김치명인 가라사대…"소금은 신안, 마늘은 의성으로 가라"
스마트한 김장 ②김치 전문가 10人이 말하는 최고의 김장 재료
맛있는 김치를 담그려면 무엇보다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구입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김치명인과 요리연구가들은 어떤 김장 재료를 사용할까.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김치명인 김순자, 유정임씨와 김치로도 유명한 요리연구가 김외순, 김윤자, 박서란, 박종숙, 이보은, 이종임, 이하연, 한복선씨 등 전문가 10명에게 최고의 김장 재료를 물었다.
배추의 경우 전남 영암, 전남 해남, 전북 고창, 충남 홍성, 전남 나주 등 주요 산지가 전국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10명의 전문가가 선호하는 배추의 주산지 또한 다양하다.
이하연씨는 "김장에는 전북 고창에서 수확한 배추를 사용하는데 토질이 좋아 배추의 단맛이 좋고 아삭한 맛이 뛰어나다"며 "12월 이후에 수확하는 월동배추로 묵은지용 김치를 담글 때는 해남배추를 사용하는데 오래 둬도 배추가 덜 무르고 식감이 아삭하다"고 했다.
강원 철원에서 재배한 배추를 사용한다는 박종숙씨는 "일교차가 큰 철원에서 자란 배추는 잎이 무르지 않아 아삭하고 단맛이 좋아 김치를 담그면 더욱 맛있다"고 말했다.
이종임씨는 "해남 황토밭에서 수확한 무농약 배추를 사용하는데 해풍으로 키워 배추가 맛있다"고 했다.
충남 당진에서 수확한 배추를 사용하는 김외순씨는 "비옥한 땅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배추는 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좋으며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배추를 절이거나 양념을 버무릴 때 사용하며 김치 발효에도 영향을 미치는 소금은 어떤 것을 구입할까? 10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천일염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높고 감칠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소 3년 이상 간수를 빼 쓴맛을 없앤다. 이들 중 6명은 전남 신안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주로 사용한다. 김윤자씨는 "전남 신안 비금도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구입해 간수를 뺀 뒤 절임용으로 사용한다"며 "김치 양념용 천일염은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수분을 날린 후 곱게 간다"고 했다.
4명의 전문가들은 전남 영광·무안, 충남 태안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주로 쓴다. 박종숙씨는 "소금의 위생까지 신경 쓴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 생산한 세척탈수소금을 배추 절일 때 사용한다"고 했다.
김치의 감칠맛을 결정짓는 젓갈은 멸치젓, 새우젓, 황석어젓, 갈치젓이 대표적이다. 10명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5~6월에 생새우나 멸치, 황석어 등을 구입해 직접 젓갈을 담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젓갈 구입 시, 4명의 전문가는 충남 태안 안면도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를 찾는다. 이보은씨는 "안면도에 있는 백사장 항구의 젓갈시장에서 새우젓을 구입한다"며 "이곳의 새우젓은 신선한 새우를 사용해 단맛과 감칠맛이 뛰어나다"고 했다. 이 밖의 전문가들은 충남 아산, 충남 홍성 광천읍, 충남 논산 강경읍, 전남 영광 등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충남 논산 강경에서 젓갈을 구입한다는 김순자씨는 "강경 새우젓은 서늘한 토굴에서 오랫동안 발효시켜 김치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낸다"고 말했다.
김치의 주요 양념 재료인 고춧가루는 어떤 것이 좋을까.
4명의 전문가는 경북 영양에서 생산되는 고춧가루를 주로 사용한다. 이종임씨는 "영양 고추는 수확 후 세척과 건조까지 깔끔하게 가공되어 믿고 사용한다"며 "고춧가루는 굵은 것과 고운 것을 반반씩 섞어 써야 김치의 맛과 빛깔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 4명은 전북 정읍, 경기 남양주, 전남 무안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김순자씨는 "유기농 배추로 김치를 담글 때는 강원 화천에서 나는 '물빛누리 용호친환경 영농조합'의 유기농 고춧가루를 사용한다"며 "유기농 고춧가루는 빛깔이 곱지 않다고 하는데 이곳의 고춧가루는 붉은색이 선명하고 단맛이 돌아 맛있다"고 말했다.
안면도에서 생산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는 유정임씨는 "농약을 치지 않고 해풍을 맞고 자란 이곳의 고춧가루는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한복선씨는 "정읍 고추를 햇볕에서 잘 말려 빻은 고춧가루를 사용하는데 빛깔이 곱고 단맛이 좋다"고 했다.
마늘은 어떨까?
6명의 전문가는 경북 의성의 육쪽마늘을 선호한다. 박서란씨는 "의성 마늘은 통통하고 단단하며 껍질이 붉고 얇아 잘 벗겨진다"며 "제철에 구입해 서늘한 곳에서 잘 보관했다 김장 담글 때 바로 빻아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4명은 충남 서산 육쪽마늘을 주로 사용한다. 충남 당진과 예산 마늘을 사용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종숙씨는 "20년째 충남 아산 도고면에서 재배하는 마늘을 사용하고 있는데 알이 단단하고 단맛이 있으며 매운맛도 강하고 쓰지 않아 김치에 넣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더욱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10명의 전문가들은 무, 생강, 쪽파 등의 김장 재료는 가까운 재래시장, 대형마트, 농협, 가락시장 등에서 신선한 것을 구입한다고 답했다.
맛깔스러운 김치… 요~ 붉은 놈에 달렸다
[스마트한 김장] (3) 김치맛 살리는 고추 제대로 고르기
김치의 맛깔스러운 붉은빛과 매운맛을 좌우하는 게 고추다. 한국고추연구회에 따르면 올해 고추 재배 기간 동안 기후 조건이 좋아 맛·색상 등 고추 품질이 매우 좋다고 한다. 한국고추연구회는 특히 예년에 비해 단맛을 많이 함유해 올해 생산된 고추로 담근 김치맛도 좋을 것이라 예측한다.
■붉은 고추에 캡사이신·베타카로틴 풍부
한국인의 대표 음식 김치. '김치는 빨갛다'는 게 정석이다. 그렇지만 '빨간 김치'의 역사는 길지 않다. 김치는 겨우내 부족한 채소를 저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민족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창기 김치는 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이나 장, 술지게미, 식초 등에 절이는 장아찌의 형태였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고추가 유입되고, 1700년대 중반 통이 크고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중국을 통해 들어오면서 지금의 김치 형태로 발달했다.
고추는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김치를 비롯해 각종 볶음·전골 요리에 사용되고, 고추로 만든 고추장은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갈 때 필수품으로 꼽는다. 고추에는 비타민, 루테인, 캡사이신 등 영양이 풍부하다. 김문호 한국고추산업연합회 회장은 "특히 홍고추에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다량 함유돼 있다"며 "캡사이신은 항산화 기능이 강해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비만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또한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좋다.
홍고추에는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베타카로틴 성분도 풍부하다. 홍고추의 베타카로틴 함량은 풋고추의 9배, 파프리카의 16.9배에 달한다. 베타카로틴은 꾸준히 섭취할 경우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해 암, 관절염, 백내장 등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피부 탄력 증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 WE클리닉 원장은 "기분이 우울할 때 홍고추와 같이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고추 속 캡사이신이 베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 건고추는 색이 짙고 달콤한 향이 있는 것
올해 고추 작황은 전국적으로 좋다. 한국고추연구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고추 생산량은 11만1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10% 증가했다. 박재복 한국고추연구회 고문은 "올해는 고추 수확 시기인 8~9월에 태풍이 지나가지 않는 등 기후 조건이 좋아 전국적으로 고추 품질이 좋다"며 "지난해 비해 고추의 붉은빛이 더욱 선명하고 단맛의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인 유리당의 함유량이 지난해 대비 20% 높다"고 말했다.
홍고추는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며 적색 빛깔이 선명한 것이 상품(上品)이다. 과형이 크고 윤기가 나며 씨앗이 적은 것이, 꼭지는 마르지 않고 신선한 것이 좋다. 홍고추는 공기 중에 오래 방치하면 캡사이신 성분이 증발하고 비타민 효능이 떨어지므로 장기간 보관할 경우 밀봉해 냉동 보관한다.
건고추는 색이 밝은 것보다 붉은색이 짙은 것이 좋다. 박재복 고문은 "고추의 매운맛은 씨가 붙어 있는 노란색 줄기에 주로 들어 있다"며 "건고추를 쪼개 봐서 노란색 줄기가 많은지 확인해보고, 단순히 맵기만 한 게 아니라 살짝 달콤한 향내가 감도는 것을 골라야 맛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맛있는 김치를 담그려면 국내산 건고추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중국산 고추는 단맛이 떨어지고 매운맛만 강합니다. 그러나 국내산 고추는 매운맛과 함께 단맛이 있어 요리를 하면 더 맛있습니다. 더욱이 올해 고추의 단맛을 내는 유리당의 함유량이 증가해 김치나 고추장 등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당 성분이 있으면 발효가 잘됩니다. 반면 당 성분이 적은 중국산 고추로 김치를 담그면 발효 과정이 더뎌 맛이 덜 듭니다."
한편 한국고추연구회에 따르면 올해 건고추 가격은 예년에 비해 40%가량 하락했다. 올해 고추가 풍작인 데다 지난해 건고추 재고량도 3만 톤 이상으로 많기 때문이다. 박 고문은 "올해 건고추 품질은 근래 들어 정말 좋다"며 "이번 김장철에는 김치를 맛있게 만들 수 있고 우리 고추 농가도 살리는 데 도움 되는 국내산 건고추를 많이 소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조선
윤덕노 평론가
“조선초 김치는 金치… 최고위층만 맛볼 수 있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논문
조선시대 김치는 왕가나 상류층만 먹는 최고급 요리였다. 하지만 그 탁월한 맛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며 가격이 하락해 점차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김장철에 배추 값이 오르면 ‘김치가 아니라 금치’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조선시대부터 김치는 중국 황제에게 진상할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런 김치가 서민적 반찬이 된 것은 비싸고 귀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대중적 열망의 산물이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55)는 5일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김치, 김장문화의 인문학적 이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김치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윤 평론가는 “조선 초기 최고급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만든 김치는 왕실이나 최고위층 양반만 맛볼 수 있는 요리였다”고 설명했다.
세종실록에는 중국 사신이 새우젓으로 담근 김치 두 항아리를 요청하는 대목이 나온다. 겨우 김치 두 단지가 황제 진상품 목록에 오를 정도로 진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당시 김치의 주 재료인 배추는 종자 한 되가 하인의 몇 달치 월급과 맞먹을 만큼 비쌌다. 왕실에서도 국가 제사에 쓰기 위해 배추밭을 따로 관리할 정도였다.
또 다른 재료인 젓갈도 비슷했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젓갈로 담근 김치처럼 호화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18세기 전라도 지역에서 주로 먹었던 ‘젓갈 김치’는 전국적으로 유명했지만, 워낙 비싸고 수급이 어려워 내륙에서는 웬만한 집안이 아니면 김치 재료로 쓸 엄두도 못 냈다.
이리도 귀한 김치가 대중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뭘까. 역설적으로 그만큼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입맛에 맞는 고급 요리를 찾는 이들이 상류층을 필두로 늘어났고, 농민들은 김치를 담가 팔면 수익이 커지니 앞다퉈 배추를 심었다. ‘수요-공급의 법칙’이 대량생산의 불씨를 댕겼고,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도 하락했다. 18세기 중반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한 것도 향신료인 후추나 산초 가격이 워낙 비싸 대안으로 각광을 받은 것이다.
지역마다 김치 맛이 달랐던 것도 이런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 어업이 활발한 삼남 지방은 젓갈 수급이 용이해 맵고 짠 김치를 담가 먹는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영남의 8분의 1 수준이던 함경도는 비싼 젓갈을 구할 유통 경로가 부족해 싱겁고 담백한 김치를 주로 먹었다.
윤 평론가는 “단지 기후 탓에 김치 맛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도식적인 구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당대 김치 재료의 가격과 유통 구조가 제조 방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