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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선사와 지장보살 (전북 고창 도솔암)
전북 고창의 도솔암 극락보전 전경
이무기와 검단선사
백제 위덕왕(威德王) 때의 이야기다.
인적이 끊긴 심산유곡의 동국에서 홀로 초근목피와
흐르는 계곡물로서 허기를 잊으며 기도하는 40후반의 승려가 있었다.
세상사람은 그를 검단선사(黔丹禪師)라고 불렀다.
그의 기도는 마침내 응답이 왔다.
동굴 속에서 좌선하여 선정에 들었을 때, 금빛 찬란한 후광 속에
관세음보살을 영접하게 되었다.
관세음보살은 눈빛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왼손에는 감로수병인 정병(淨甁)을 들고 있었고,
오른 손에는 푸른 버드나무가지를 들고서 허공에 서 있었다.
관음보살은 자비로운 미소 속에 이렇게 부촉했다.
“검단선사. 말세중생을 구제하려는 제불보살의 뜻을 전하오.
말세의 유주무주(有主無主)영혼을 천도할 수 있는
지장보살의 진신이 상주하는 지장도량을 만들어 주시오.
인연의 때가 도래하였소.”
검단선사는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감격스러움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합장하여 지성으로 세 번 예배를 드리고,
합장한 채 무릎꿇고 거룩한 관세음보살을 우러르며 여쭈었다.
“말세중생이 의지하고 영혼천도를 할 지장도량은 어느 곳이옵니까?”
“서해안에 있는 도솔산(兜率山)이오.
그 도솔산을 말세의 지장도량의 성지로 개산 하여 중생을 인도하여 주시오.”
“부족한 제자, 사명을 받아 신명을 바쳐 명을 받들어
도솔산을 기필코 지장도량으로 개산하겠다는 것을 서원 드리옵니다.”
관세음보살은 이어서 말했다.
“선재선재로다. 그러나, 도솔산에 지장도량으로 개산 하려면
두 가지 어려운 관문을 극복해야 하오.
그 관문을 극복하려면 자칫 검단선사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가 있소.
그래도 할 수 있겠소?”
“제자, 생사를 초월하여 반드시 도솔산에
지장도량을 개산 하겠다는 것을 거듭거듭 서원드리옵니다.
두 가지 어려운 관문은 무엇을 두고 말씀하시는지요?”
“첫째, 도솔산 입구의 터전에는 지금 사나운 산적들이 떼 지어 살고 있소.
그들은 이익을 위해서는 사람을 파리 죽이듯 죽이는 사나운 자들이오.
그들을 악에서부터 선으로 교화하여 그곳을 떠나게 해야 하오.
그들이 떠나면, 그곳에 대웅보전을 세워 지장도량을 증명해야 하오.
둘째, 말세의 지장도량이 들어설 성지인 도솔산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있는 바위산의 그 곳에는 용이 되려고 수행하다가
승천하지 못한 사나운 암 이무기 한 마리가 살고 있소.
그 이무기는 악심을 품고, 인간들에게 악행을 자행하고 있소.
이무기는 오랜 세월 정(定)을 닦아서 작은 신통력을 얻었소.
사람을 무척 싫어해서 사람이 접근하면 풍운조화를 부려서
가까히 오면 신통력으로 사람에게 겁을 주어 내쫓고,
심지어 잡아먹기도 하오.
그 이무기를 악에서 선으로 교화하여 떠나게 해야 하오."
"부족한 제자, 반드시 이무기를 선으로 인도하겠사옵니다."
관음보살은 이어서 말했다.
"그다음 이무기의 터전인 바위산 가운데 청정하고 적멸한 도량을 골라
지장보살을 봉안하여 지장보살의 진신이 상주하는 도량을 만들어야 하오. 하시겠소?”
“신명을 바쳐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관세음보살은 자비로운 미소 속에 다시 말씀했다.
“선재, 선재라. 원력이 있는 곳에는 불보살의 가호가 있는 법이오.
생사의 위기에 처하면 내가 불러주는 진언을 외우시오.
그대를 구원할 것이오.”
관세음보살은 큰소리로 진언을 불러주었다.
‘관세음보살 보검수진언(寶劒手眞言)
옴 데세데야 도미니 도데 삿다야 훔바탁.’
관세음보살은 간곡한 부촉의 말씀을 남기고는
금빛광채를 뿌리며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검단선사는 선정에서 일어나 감격 속에 마음속으로
고해중생의 복전을 만들어 내겠다는 불퇴전의 원력을 다지었다.
검단선사는 그 날 동굴에서 나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관세음보살의 명호정근을 하면서 인연의 땅인 도솔산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 날, 도솔산의 산적 떼들은 약탈에 성공하여
북, 징, 괭가리를 치면서 술을 마시고 자축연을 벌이고 있었고,
이무기는 접근하는 사람을 막기 위해 조화를 부려 바람을 일으키어
흙과 돌을 날리고 있었다.
현재 24교구 본사 선운사의 소재지는
현재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옛날 당시에는 삼인리는 삼인골로서 불리웠으며,
대낮에도 하늘이 안보이는 첩첩산중의 울창한 숲속이어서
관리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삼인골에는 수백의 산적들이 왕권을 거부하면서
떼지어 산적마을을 이루어 숨어살고 있었다.
산적들은 밤이면 원행을 하며 먼곳의 부락을 불시에 습격하여
약탈을 일삼았다. 그것은 산적들의 생업이었다.
선적들은 약탈에 성공한 다음날에는 모두 빈터에 둘러앉아 빈터 가운데에
돼지, 노루 등을 통채로 불에 구워 먹으면서 술에 취해서
남녀간에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흥겹게 놀았다.
산적 두목은 용맹한 자로서 장호(張虎)였다.
검단선사는 산적 두목 형제를 찾았다.
"우리는 시주할 사람이 아니요, 동냥을 얻고져 한다면 어서 이곳을 떠나시요.
여기는 우리들의 산채가 가까운 곳이니, 낯선 자는 살 수 없소!"
검단선사는 달래듯 말했다.
“마음이 자비로 충만하면 극락이 따로 없고,
마음이 악귀 같으면 지옥이 따로 없는 법이오.
우리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서 대화를 해봅시다.
나는 결코 관군의 정탐꾼이 아닌 부처님의 제자라오.”
검단선사는 두 형제를 따뜻히 대하면서 설법을 하기 시작했다.
산적형제는 점점 검단선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되었다.
두 형제는 정탐꾼이 아닌 진짜 수도승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두 형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구동성으로 차갑게 내뱉었다.
“결론은, 우리의 산채 터에 부처님을 모실 사찰을 지으시겠다고요?
저희들도 부처님은 존경합니다만, 그것은 안 될 말씀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터전을 내주고 우리들은 어디로 가지요?
갈 곳이 없어요!
우리는 정든 터전을 비워줄 수 없으니 포기하고 떠나시오.
경고합니다.
그 무렵, 서해안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잔잔한 서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뉘엿뉘엿 수평선 너머로 기울고 있는 어느 날 석양이었다.
낙조를 전신에 받으며 갯벌을 도구로 파헤치며
조개를 줍고 있는 아낙네들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서해는 간만(干滿)의 차가 심하다.
해질 무렵이면 썰물 때여서 눈이 아물거릴 만큼 먼 곳까지 갯벌이 드러난다.
이 때를 맞추어 가난한 바닷가 동네의 아낙네들은
갯벌에 조개를 주으러 나온다.
한 아낙네가 외쳤다.
“배 아냐?”
다른 아낙네가 말했다.
“무슨 배가 저럴까? 난생 처음 보는 배야.”
아낙네들은 일어나 각기 호미를 든 채 왁작지껄 하면서
배 있는 가까이로 접근해갔다.
그 물체는 분명히 배였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생전처음 보는 돌(石)로 만든 배였다.
사람들이 그 배에 가까이 가면 그 배는 사람들을 피하듯 바다로 물러가고,
사람들이 뒤로 물러서면 배는 해변으로 다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배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낙네들이 돌배에 다가서려면 돌배는 피하듯 스르르 뒤로 물러서 범접을 피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돌배가 서해 바다로 떠 들어왔다.”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이상한 돌배를 멀리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검단선사가 도착했다. 괴이한 돌배를 멀리서 응시하던 검단선사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돌배를 향해 갯벌에 들어갔다.
검단선사는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간절히 부르면서
갯벌에 발목을 푹푹 빠지면서 돌배로 다가갔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을 피한다는 돌배가 검단선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질렀다.
검단선사는 돌배위로 올라갔다. 배에는 사람은 없었고,
배안에는 단정한 모습의 금빛 지장보살상이 실려 있을 뿐이었다.
검단선사는 지장상을 향해 큰절로 예배를 하고 좌정하여
관세음보살에게 지장상이 온 뜻을 알기 위해서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기도정근을 시작했다.
검단선사의 눈앞에 비몽사몽간에 관세음보살이 홀연히 나타나서 말씀했다.
“검단선사는 들으시오. 돌배의 지장보살상은 말세의 지장도량을 위해
서천 서역국으로부터 모셔온 것이오.
하루 속히 도솔산에 봉안하도록 하시오.”
산적들과 갯마을 사람들은 신기한 검단선사의 일을 보고
마음에 감동이 왔다.
그들은 검단선사에 대한 존경심이 솟구치었다.
검단선사는 소리쳐 산적들과 갯마을 사람들을 불러 힘을 합쳐
지장보살상을 육지에 옮기었다.
산적형제는 검단선사에게 시비를 걸어 동굴에서 내쫓으려고 찾아간 것이다.
장호가 사납게 검단선사에게 말했다.
“스님께 술 한잔 걸게 대접받으면 산채를 넘겨주는 것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승려에게 무슨 술이 있겠소?”
“그렇다면 오늘 스님을 당장 이곳에서 내쫓겠습니다.”
산적형제는 도끼와 창을 거머쥐고 당장 떠나라고 으르렁 거렸다.
검단선사는 미몽과 탐욕으로 가득찬 산적들을 교화하는데
부처님의 말씀으로만 교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방편이 필요하였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장호에게 시원스럽게 말했다.
“밤이 되면 내가 걸게 술대접을 하면 아니 되겠소?”
두 형제는 반색을 하고서 반기었다.
그들은 밤을 고대하면서 검단선사가 머무는 동굴 벽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밤이 되었다.
산적형제는 그제 서야 검단선사가 신통력으로써 깨달음을 준 것을 알았다.
산적형제는 도끼와 창을 버리고 검단선사에게 큰절을 올리고
저간의 무례를 참회하면서 사죄하고 재생의 길을 물었다.
"대선사님, 부디, 아둔한 중생의 재생의 길을 가르켜 주소서."
검단선사는 껄껄 웃으며 대담했다.
“중생이 마음 한 번 바꾸면 부처도 되는 법이라네.
여러분이 양민으로써 일하며 살 수 있는 터전을 보아 두었지.
내가 여러분에게 호구지책으로 소금 굽는 방법을 가르켜 드리겠네.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시게. 여러분이 지은 죄는 인과의 업보가 되어
세세생생 피할 수 없는 것이라네. 과거를 뉘우치고
소금 굽는 것을 생업으로 삼아 여생을 살면서
세상에 착한 일로 보은하게. 알겠는가?”
마침내 산적들은 이주하여 소금 굽는 양민이 되었다.
그 때 양민이 된 사람들은 검단선사의 자비의 은혜를 기리는 마음에서
마을 이름을 검단리(黔丹里)라고 명명하였다.
그들은 해마다 소금을 거두는 철이면 검단선사에게 보은하는 마음으로
선운사에 무상보시를 하였고, 그 불문율은 수백 년간 지켜 전해왔다.
검단선사는 두번째 관문인 지금의 도솔암 근처에 살고 있는
이무기를 찾아 나섰다.
지금의 도솔암 건너편의 천길바위 절벽 위에
소복을 입은 여자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자신의 금역을 당당히 걸어들어 오는 검단선사를 내려 보면서
사남게 투덜대었다.
"저 자는 부처님의 제자가 아닌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인정사정없이 내 쫓아야지."
공포를 조성, 위협하여 내쫓으려 들었다.
그러나 검단선사는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 할 뿐이었다.
검단선사는 그녀에게 간곡히 말했다.
“천년의 수행을 잘하여 용으로 승천하여 고해중생을 돕는
용이 되지 않고 어찌 사악한 이무기가 되어 중생을 해롭게 하는가!
인과의 업보가 무서운 것을 모르는가!"
암이무기는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이곳은 내 남편과 살든 정든 터전이요.
이곳에 들어오면 누구든 살아나갈 수 없다는 소문은 못들었나?
이무기는 입을 크게 벌려 무서운 독아(毒牙)로 검단선사를 한 입에 삼키려고 달려들었다.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 때, 검단선사는 바위에 정좌하여 가슴에 합장하고서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이 담긴 보검수진언을 큰소리로 외웠다.
"옴 데세데야 도미니 도데 삿다야 훔바탁"
진언의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우주를 지키는
팔만사천의 신장을 지휘하는 수신장(首神將)이요,
보살인 동진보살이 금빛 갑옷을 입고,
보검을 들고 무수한 신장들과 함께 나타났다.
신장들은 동진보살의 지휘로 순식간에 이무기를 겹겹히 포위했다.
이무기의 주술은 허무하게 깨져 버렸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치고 양 손으로 결인을 하고 주문을 외었다.
우르르 쾅! 뇌성이 울리면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마침내 두운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빗속에 그녀는 순간 땅을 박차고 훌쩍 구름속에 뛰어 오르며,
그녀의 진신인 거대한 이무기의 몸을 들어내었다.
그 때, 도솔산은 지진이 일듯 진동하였다.
암이무기는 그녀는 검단선사의 머리위를 세 번 날아돌며
도솔산이 흔들리도록 소리쳐 경의를 표하고,
지금의 고창, 방장산으로 날아갔다.
마침내 검단선사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산적이 살던 곳에는
선운사를 창건하였고, 이무기가 조화를 부리며 살든 곳에는
도솔암 인연의 바위위에 지장보살의 진신상주를 의미하는
지장보살상을 모시었다.
드디어 도솔산에 말세중생의 영혼을 천도하는 지장성지가 개산된 것이다.
그 때 부터 수많은 중생들은 유주무주 애혼고혼의 천도를 위해
지장보살의 진신이 상주하여 영험속에 영혼을 인도하는
도솔산으로 순례의 길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해, 첫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 날, 오전,
검단선사는 자신의 선실에서 수명이 다했음을 깨닫고,
그를 따르던 사부대중을 불러 아래와 같이 부촉 하였다고 전한다.
“나의 육신은 제행무상에 의해 멸하지만,
영혼은 도솔산의 산신이 되어 영원히 말세 고해중생의 지장도량을 지키겠다.
도솔산의 승려들이여, 뼈를 깎는 수행정진으로 정각을 이루고,
오직 고해중생을 위해 헌신할 때 말세 불법은 도솔산에서 일어난다.
도솔산의 승려들이여, 제행은 무상하니 방일하지 말고 촌음을 아끼어 수행정진하고,
중생을 위해 자비를 실천하라!”
말세의 지장도량인 선운사와 기도처인 도솔암이 존재하는 한
검단선사의 공덕은 영원히 칭송 받을 것이다.
후세인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오직 고해중생을 구제하려는
원력을 세운 검단선사를 기리고, 유언을 봉대하여
선운사 영산보전 뒤의 동백숲이 울창한 아름다운 곳에
작은 산신각을 만들어 검단선사의 진영을 모시었다.
[출처]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자 아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