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2.
화엄사 문화유산
고작 9km 거리에 있다. 승용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생각만 스치면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산사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는 천년고찰 지리산 화엄사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다. 사적 제505호이며, 그 일원은 명승 64호로 지정되어 있다.
명성이 자자한 스님의 흔적이 있다. 조사해 본 바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찰은 원효나 의상대사의 흔적이 열에 아홉인 것 같다. 화엄사도 의상대사가 중수하였으며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 73과를 모시고 사사자삼층석탑과 석등을 효대에 세웠다. 원효대사는 화엄사 경내에서 화랑들에게 화엄 사상에 대해 가르쳤다고 한다.
폐사의 위기도 있었다. 정유재란 당시 몇 차례의 석주관 전투에서 구례 현민 3천 500여 명과 화엄사 승병 153명, 의병 400여 명이 전사했다. 인근 화엄사에서 승군과 곡식 103섬을 지원했다는 앙갚음으로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화엄사를 전소시켰다. 벽암선사의 노력과 숙종 때 왕실의 의지로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각황전을 건립하여 선교 양종대가람이 되었다.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국보로는 각황전 앞 석등, 사사자삼층석탑, 각황전, 영산회 괘불탱,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 등 5점이 있다. 보물은 10점으로 동오층삼층석탑, 서오층삼층석탑, 서오층삼층석탑 복장유물, 원통전 앞 사자탑, 화엄석경, 대웅전, 대웅전 삼신불탱,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상, 천왕문, 소조사천왕상 등이다. 천연기념물로 자장암 올벚나무가 있으며, 의상암 들매화와 흑매라는 별칭을 가진 원통전 앞 홍매화가 화엄매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을 포함하여 문화유산 급으로 지정된 25개의 역사가 화엄사 경내와 산내 암자에 산재해 있다.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다르다.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또 다른 화엄사를 보고 느낄 수 있다. 매화의 시간에는 묵직한 카메라를 뽐내는 작가들로 수두룩하다. 여름에는 능소화나 배롱나무꽃에 취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좋다. 해지는 저녁 효대에서 사사자삼층석탑 뒤로 붉은 기운이 좋고 여름날 새벽 해가 뜨는 순간 각황전 부처님을 뵈라는 문화해설사의 권유도 있었다.
여전히 궁금한 것도 있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보제루, 석탑, 대웅전의 배열이 이해되지 않고 동탑과 서탑의 위치와 각도도 아마추어인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럴싸하게 얼버무리거나 치장하지 않은 진실을 알고 싶다.
천년의 이력을 찰나에 다 알 수는 없을 테니 이 모든 것을 우리 문화의 유산으로 받아들인다. 미소 띤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