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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의 하룻밤의 추억은 지나가고 오늘은 춘천과 홍천의 경계에 있는 한국 100명산 중 하나인 가리산으로 간다. 가리산은 춘천의 또 다른 명산들인 오봉산, 용화산, 삼악산 등에 비해 위치가 치우쳐져 있어 사람들이 덜 찾지만 등반하기에 아주 깔끔한 지형세를 갖춘 멋진 산이다. 오늘은 네비회장님 사모님이 어제 산행에서 발에 다소 무리가 있어 등반은 포기하기로 한다. 우리는 정상적인 시간에 일어나 춘천 시내로 나온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 여기저기를 찾다가 때마침 생선 위주로 해장국을 제공하는 조그만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좀 특이한 음식이니 바로 곰치국이다. 단미와 나는 예전에 한번 동해안 묵호항에서 곰치국을 시켰다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어 다소 꺼렸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다. 남해안에서는 물메기라고 했던가? 곰치...........김치를 넣어 끓인 곰치는 여전히 실패작에 속한다. 단지 김치가 우러나온 국물이 시원한 맛은 있어 그나마 해장국은 된다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곰치국은 곰치로 만든 국으로 원래 강원도 삼척 지방의 향토음식이다. 곰치는 몸 길이가 1m에 달하는 대형 물고기로 그 모양이 메기를 닮았다고 하여 '물메기'라고 불리고, '물텀벙', '물고미', '물미거지'라고도 불린다. 옛날에는 곰치가 못생기고 살이 물러서 안 먹고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며 비린내가 없고 살이 연하여, 바닷가 최고의 해장국 재료로 꼽힌다.
곰치국은 맑게 끓이는데,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얼큰하게 하여 먹기도 한다.(나는 김치를 넣은 것이 싫다. 곰치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곰탕에 다대기 넣는 것과 꼭 같다.) 뱃사람들은 배에서 곰치를 걸어 말린 후에, 살을 찢어 구워 먹기도 한단다.
우리는 홍천 방향으로 가면서 춘천교육대학 앞을 지난다.
1939년 춘천사범학교로 설립된 춘천교육대학은 2008년 현재 1개 교육대학원, 12개 학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속시설로 도서관, 전자계산소, 학생지원상담소, 신문방송사, 생활관, 초등교육연구원, 사회교육원이 있고 부설학교로 춘천교육대학교부속초등학교가 있다. 부설 연구기관으로 과학교육연구소, 초등교육연구소, 환경교육연구센터, 인문사회교육연구소, 예체능교육연구소 등이 있다. 강원도에서는 유일한 국립 교육대학이 바로 이곳이다.
이제 우리의 목적지에 왔다. 위에 보이는 집들은 가리산 자연휴양림의 집들이다. 지금 우리가 오르려고 하는 가리산은 이 자연휴양림을 통해 지나서 올라간다.
가리산 자연휴양림은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에 있으며 1995년 개장하였고 구역면적은 305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500명, 최적 인원은 400명이다. 해발 1,051m의 가리산 동쪽 자락의 널찍한 분지에 있으며, 노송들이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룬다. 입구에 8m 높이의 폭포가 있으며, 작은 장구실골짜기와 큰 장구실골짜기, 용수간 등 폭포가 3곳이 있어서 차고 맑은 계곡 물이 흐르고 있다.
산 기슭부터 정상까지 노송과 참나무 등의 빽빽한 수림이 있고, 하층부는 두릅나무, 철쭉, 싸리나무, 산초나무 등 수많은 관목류와 애기똥풀, 양지꽃, 피나물 등 야생화가 자생한다. 등산로를 따라 산 정상까지 오르면 소양호와 백두대간 및 강원도 내륙의 고산준령을 볼 수 있다. 휴양림에는 다목적광장, 놀이시설, 체육시설, 물놀이장, 민속놀이장, 텐트장, 취사장, 삼림욕장, 산책로, 청소년수련의 집, 야외교실, 목교, 살충성분이 함유된 통나무집이 있다. 주변이 또 다른 100명산인 공작산 산자락에 신라시대에 원효가 창건한 고찰 수타사와 홍천온천관광지, 팔봉산(이 산도 100명산)관광지와 대명스키장이 있다.
산행 출발 시점에서 올려다 보니 가리산의 정상부가 보인다. 가리산은 전체가 육산인데 정상부만 저렇게 3개의 암산 봉우리가 솟아 있어 이채롭다. 그런 가운데에 '정상부에서 무척 고생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리산(1,051m)은 춘천군, 인제군, 홍천군의 경계지역에 위치하며, 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시야와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풍경이 등산객들의 발을 묶는 곳이다. 산자락 밑에 위치한 조그마한 폭포의 물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며, 이곳에서부터 계곡과 능선을 따라 등산이 시작된다. 이 산은 우거진 숲과 노송들이 등산객들을 맞아주고 산 중턱에는 광산을 하던 자리도 보이며, 정상을 조금 못미쳐 오르게 되면 작은 샘물이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양호쪽으로 하산길을 택하면 배를 타고 피로를 풀 수 있는 등 각 코스마다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가리산은 또한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 손꼽힌다. 역내리 가리산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해 용소폭포를 지나면 능선길 좌우에 일부러 심어놓은 듯한 진달래 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5월 중순께 만개한다고 한다.
가리산 들머리. 이정표에 여기서 정상까지 5km라고 적혀있다.
조금 지나면 단정한 다리가 2개 나온다. 이것이 두번째 다리이다. 가리산은 산 전체적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왼편에 있는 계곡에 물이 흐르지만 눈이 덮혀있다.
이제 서서히 오름세로 접어든다. 이러다가 바짝 된비알로 쳐 올리겠지.
여기가 갈림길이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삽고개이고 좌측으로 무쇠말재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관계는 없지만 나는 우측 가삽고개를 택한다. 왜냐면 우측은 오전에는 양지이고 좌측은 음지이다. 겨울 날씨에 산을 오를 때에는 따뜻한 양지가 낫겠지. 내려올 때야 정신없이 달려내려올테니까 아무렴 어떠냐?
가삽고개로 오르다가 잠시 뒤를 쳐다보니 여전히 단미는 따라오고 있다. 어쩌면 그녀는 평생 내 뒤에서 소리없이 따라 올지도 모른다. 나하고는 괜히 만난 인연인가? 인연이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산을 전혀 모르던 그녀는 나를 만나고 부터 어느새 산꾼이 되고 말았다. 하긴 나도 그녀 때문에 수영선수가 되었으니..........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니..............
산에 늘어선 전나무들이 쭉쭉빵빵 늘어서 있다.
주능선까지 오름은 계속된다. 하지만 이런 오름이야 등반에는 필수지. 이런 오름이 등반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다. 오르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그런 분들은 산에서 떠나라. 더 배우고 와야한다. 산의 재미는 모름지기 오름일진대......
이제 주능선에 도착하여 길을 재촉한다. 밑에서 회장님 내외가 기다리니 발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회장님은 산에 오르고 싶어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지만 아내의 등반 포기에 같이 포기하고 만다. 회장님의 가족에 대한 배려는 자상하기만 하다. 나 같으면 혼자 남겨두고 산에 올라왔을텐데.........나는 산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니까.
정상 바로 밑의 이정표에 의하면 코스대로 2,3,1봉을 차례로 오르게 되면 위험구간이 두군데나 있다. 지금은 바위벽에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 난코스가 되어 있다. 나 혼자라면 아이젠이 있어 충분히 가능하지만 단미와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미는 바로 올려치자고 하지만 그렇게 모험할 수는 없다. 우회해 보고 길이 없으면 단미를 두고 혼자서 빙벽으로 정상을 쳐야할 것이다.
우회를 하여 정상인 1봉을 크게 돌아본다. 어디 어택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1봉을 크게 돌아 샘터로 가는 길로 나아가다 보니 우측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래서 그 오름으로 치고 올라간다. 양지라 눈이 많이 녹아있고 고맙게도 디딜 수 있는 홀더까지 설치해 놓았다.
상단 부분은 단미보고 먼저 치고 올라가라 한다. 그녀는 클라이밍을 시작한다.
드디어 가리산 정상(1,051m)이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보면 2봉이 보인다. 건너 가려면 클라이밍 다운했다가 다시 클라이밍해야 한다. 여름에는 꽤 재미있는 산행이 될 것같다.
가리산 주능선이다. 저기 보이는 저 능선을 지나 우리는 이리로 왔다.
멀리 보이는 설악산, 남설악의 가리봉, 점봉산부터 줄을 서 있다.
그 뒤에 보이는 설악산 연봉들............서북능선............아! 그리운 설악산!
나도 정상에서 한 커트. 어제 백덕산행 때보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일기예보는 더 추워진다고 했는데................ 어디 일기예보가 제대로 맞던 적이 있던가?
우리가 산행을 출발했던 가리산 자연휴양림이 멀리 보인다. 우리는 가볍게 올라왔지만 거리는 멀다. 우리 둘이서만 산에 오르면 진도는 금방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행 시에 딴 짓을 별로 안하니까...........심지어 물도 잘 안 마신다.
가리산 주능선이 무쇠말재 방면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방태산.................큰 산이다.
다시 하산하는 단미. 보기보다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내리막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
한참 하산한 뒤에 뒤돌아다 보니 정상부가 우뚝 솟아있다. 좌측은 1봉, 우측은 2봉이다. 무슨 육산에 정상부만 바위로 이루어져 있냐? 좀 특이한 산 지형이다.
한참 달리면서 다시 한번 뒤돌아다 보니 정상부가 이제는 멀어진다.
순식간에 무쇠말재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왼쪽의 급경사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그러면 출발지였던 가리산 자영휴양림이다. 자, 바로 튀자.
휴양림까지는 2.3km이다. 그야 가벼운 스포츠이지. ㅋㅋㅋ 자! 단미야! 달리자!
이리로 내려간다.
한참 뛰어내려오다 뒤돌아다 보니 여전히 단미는 뒤에서 바짝 붙어있다. 류마치스가 있다고 맨날 짜지만 과연 사실인지 모르겠다. 산에서는 날고 긴다.
내리막에 로프가 매어져 있어 내려오는 속도는 더욱 빠르다. 대충 한번씩 잡고는 막 달린다.
이제 계곡으로 내려왔다. 뒤따라오면서 자기도 막 내려왔다고 신호를 보낸다.
하산 뒤 귀향 길에 중앙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원주 방면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원주음식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원조 원주추어탕집을 찾는다. 20년 전에 치악산 등반을 위해 이곳 원주고등학교 앞에 있는 이 식당에 들러 추어탕을 먹고 갔는데 이번에도 그 기억을 더듬어 원주고등학교를 찾아왔고 여전히 그 주변에 있는 그 식당을 찾고만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서 넣고 끓인 전통방식의 추어탕.
보통 추어탕하면 '남원 추어탕'을 떠 올리는데, 원주 추어탕은 남원 추어탕의 그 칼칼하고 정갈한 맛과는 다른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미꾸라지로 알고 있는 물고기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미꾸리는 몸이 동글기 때문에 '동글이', 미꾸라지는 '동글이'보다는 납작해서 '납작이'라고도 부른다. 이 둘은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외모에는 큰 차이가 없어 '미꾸라지'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외형상의 차이는 미꾸라지의 수염이 미꾸리보다 두 배 정도 길다는 점이다) 바로 이놈이 방귀를 뀐다. 미꾸리는 '밑 구리'에서 시작된 말인데 왜 '밑이 구리'냐면, 방귀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아가미가 발달하지 않아서 창자 벽에 있는 실핏줄로 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 창자호흡을 하는 것이다. 이때 들이마신 공기가 항문을 통해 보글보글 공기방울이 되어 나간다. 사람들은 그 모양새를 보고 방귀를 생각한 것이다.
우리가 몸보신용으로 자주 먹는 추어탕은 바로 이놈으로 만든다. 그럼 미꾸라지탕이라고 하지 않고 왜 추어(秋魚, 鰍魚)탕이라고 할까? 이름 그대로 가을에 많이 잡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논과 도랑, 흙탕물에서 사는 이놈은 겨울잠을 자는데 이때는 살이 빠져 맛이 없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가을에 가장 살이 도톰하게 올라 맛난 상태다.
한번이라도 먹어본 이라면 짐작하겠지만 미꾸라지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그래서 저렴한 보양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몸은 짧고 작으며 항상 진흙 속에 있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독이 없다'고 적혀 있다. 사실 예전에는 미꾸라지보다 미꾸리가 더 많이 쓰였다고 한다. 미꾸라지보다 크기가 좀 더 작아 뼈가 억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미꾸라지를 쓴다. 기르기 쉽기도 하지만 통채가 아니라 갈아서 넣는 추어탕이 인기를 끌면서 크기가 더 큰 미꾸라지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미꾸라지 몸통을 그대로 넣어 통째로 끓인 추어탕.
추어탕은 생선의 몸통을 그대로 넣어 끓인 것과 곱게 갈아서 만든 것 두 가지가 있다. 미끈한 비늘 때문에 여성들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끓인 것을 잘 먹지 않지만 추어탕 맛을 제대로 볼려면 몸통이 그대로 들어간 '통추어탕'을 먹어 보아야 한다. 원주추어탕의 통추어탕은 작은 솥단지에 나온다. 눈앞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린다. 혓바늘이 신나서 발딱 서기 전에 귀가 먼저 쫑긋하고 소리로 맛을 짐작한다. 널찍한 감자와 얇게 썬 버섯이 커다란 미꾸라지 사이를 헤엄친다. 솥단지가 작아 양이 적어 보이지만 미꾸라지들이 어림잡아도 스무 마리가 넘는다. 간간이 풀어헤친 달걀의 섬세한 결들도 보인다. 매끈한 미꾸라지의 피부가 혀에 닿는 순간 부드럽고 연한 느낌이 전해지고, 이어 좋은 멸치만이 줄 수 있는 고소함이 찾아온다. 작고 오돌오돌한 뼈가 제법 씹는 맛이 있어 좋다.
네비회장님 내외는 갈아만든 추어탕이 낫다고 하시지만 나는 이 통추어탕이 낫다. 매운탕 같기도 하지만 뼈가 바득바득 씹히는 통째로 먹는 미꾸라지의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