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군산군도 해상 유람 (비응도→선유도)
▲ 만선의 꿈을 꾸는 어선들의 보금자리 ~ 비응항(飛鷹港) |
고군산군도 유람선인 월명유람선은 비응항(비응도항)을 출발하여 횡경도와 방축도, 명도, 대장 도, 장자도 등을 차례대로 지나 선유도에 배를 대고 잠시 머물다가(1시간 정도 머무는 B코스와 4~5시간을 머무는 C코스가 있음) 다시 비응도로 돌아오는 코스로 비응도에서 선유도까지 약 1시 간, 나오는데 40~50분 정도 걸린다. 비응도에서 방축도와 명도를 경유하여 선유도까지 보통 30~31km 정도 되며, 고군산군도가 한반 도와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비응도와 오식도(筽篒島)가 섬에서 한반도의 일원이 되면서 서로의 거리가 많이 좁혀졌다. 그 이전에는 군산시내에 위치한 군산항에서 배를 타야 했는데, 꼬박 2시 간 이상 걸렸다. (지금은 1시간) 배를 대는 곳은 오로지 선유도 한곳으로 나머지 섬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나가며, 다른 섬에 발을 들이고 싶은 경우 군산여객선터미널이나 선유도에서 일 반 여객선을 이용해야 된다. 유람선은 2층으로 이루어진 배로 1층과 2층 모두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2층에는 간식과 음 료수, 술을 파는 매점을 비롯해 넓은 노래방 홀까지 갖추고 있는데, 배가 움직이는 내내 중/장 년층 단체객들이 노래방을 점거하며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춤판과 술판까지 벌인다. 일반 여객 선도 아닌 유람선이라 그러려니 해도 너무 지나치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조금은 눈살을 찌푸 리게 한다. 게다가 그렇게 넋을 놓고 놀다가 만약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하는지 정말 대책 이 안보인다. 물론 배가 움직이는 동안 심한 요동으로 인해 속이 울렁거리거나 현기증이 일어나 거나 심하면 멀미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오가는 시간도 지루하니 그렇게라도 신나게 몸 을 움직이면 그런 것을 잠시나마 떨쳐버릴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켰으면 좋 겠다. (지켜서 손해볼 것은 없지 않은가?)
우리가 탄 배는 10시 반에 출발하는 것으로 승선이 지연되어 거의 10시 40분에 뱃고동을 울리며 미끄러지듯 비응항을 출발했다. 그렇게 한반도를 뒤로하며 고군산군도로 느릿느릿 다가선다. 우리는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파도로 인해 배가 좀 요동을 치면서 자연히 속에서 불편한 신호가 왔다. 오랜만에 배를 탄 것도 있겠지만 속이 계속 울렁거려 미칠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참으며 자리를 지키다가 결국 자리를 뜨고 1층으로 내려온다. 배를 타면서 속이 말썽을 부릴 때 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선창으로 나가 바닷바람을 쐬는 것이 매우 좋지. 1층으로 내려오니 2 층보다는 요동이 적어 불편한 속이 조금 진정이 되었고, 바깥으로 나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내음에 심취하니 그나마 남아있던 불편함도 거의 가신다. 게다가 사진기를 꺼내 바다와 가까이 다가오는 고군산군도를 열심히 담으니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
▲ 비응도를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한반도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고군산군도가 그 모습을 서서히 비춘다.
▲ 서해바다란 넓은 도화지에 대자연 형님이 점을 여럿 찍으니 그 점이 바로 서해바다의 꽃인 고군산군도이다.
▲ 길게 드러누운 횡경도(橫境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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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에 이르면 가장 먼저 횡경도가 마중한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기기 이전에는 야미도(夜 味島)가 가장 먼저였지만 그곳이 방조제로 인해 육지와 끈끈하게 연결되면서 이제는 횡경도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횡경도는 동서로 길쭉한 64.4만㎡의 조그만 섬으로 소횡경도를 거느리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 는 무인도로 낚시터로 유명해 낚시꾼들의 출입이 잦으며, 이 섬에 들어가려면 선유도나 야미도 에서 어선을 빌려타야 된다. 섬 중앙에는 할배바위(장자할배바위)란 바위가 있는데, 상투에 갓 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형상처럼 생겼고, 소횡경도에는 거북이가 목을 뺀 듯한 모습의 거북바 위와 등대가 있다. |
▲ 보다 가까워진 횡경도(왼쪽)와 소횡경도(오른쪽)
▲ 등대가 있는 소횡경도 서쪽 부분 <왼쪽 벼랑이 거북바위>
▲ 서남쪽에서 본 소횡경도와 횡경도 속세에서 잠시 나란 존재를 지우고 싶을 때 살짝 찾아와 아무도 모르게 며칠 정도 머물고 싶다. 아니면 내가 중심이 되는 나만의 나라를 이곳에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안될꺼야..) ▲ 횡경도 해역에서 바라본 야미도와 신시도(新侍島)
▲ 횡경도 해역에서 바라본 선유도와 관리도
▲ 고군산군도의 방파제인 방축도(防築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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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경도를 지나면 방축도란 섬이 나타난다. 이 섬은 선유도 북쪽에 자리하여 고군산군도의 자연 산 방파제의 역할을 하는데, 그런 연유로 방축도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유인도로 신라 후기에 바다의 제왕 장보고(張保皐)가 완도에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하고 동아시 아의 드넓은 바다를 엄하게 호령하던 시절, 당나라 상인들이 신라에 가다가 표류하여 이곳에 들 어와 정착했다고 전한다. 허나 마을 뒷산에 7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어 이미 청동기시대(靑銅器時 代)부터 이 좁은 섬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살짝 귀뜀해준다.
섬 주변은 암석이 많고, 수심이 얕아서 조류가 거세고 파도가 강하다. 허나 낚시 장소로는 제격 이라 많은 낚시꾼들이 찾아오며 농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리고 해변에는 독립문바위와 시 루떡바위, 책바위 등 대자연이 빚은 여러 바위들이 포진해 섬의 아름다움을 더욱 수식해준다. |
▲ 방축도와 외부를 이어주는 방축도 포구 저 섬에도 잠시 두 발을 들였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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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축도 해역에서 바라본 횡경도 |
▲ 방축도 서부 |
▲ 방축도의 명물 독립문바위가 중앙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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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축도 서쪽 해안에 자리한 독립문바위는 조그만 돌다리나 고가도로처럼 생긴 참으로 기묘한 바 위이다. 서울의 독립문(獨立門)처럼 생겼다하여 독립문바위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으며, 북문바 위라 불리기도 한다. 바위 서쪽에도 산을 갖춘 섬 같은 땅이 보이는데, 겉으로 보면 별도의 섬 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방축도의 일부로 그 사이가 가늘게 이어져있다. |
▲ 말도(末島)와 명도(明島), 방축도의 서부 푸른 산과 바다 밖에는 안보이는 말그대로 망망대해(茫茫大海)의 고적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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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유람선은 방축도에서 남쪽으로 꺾는다. 그래서 명도와 말도는 이렇게 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된다.
밝은 섬이란 뜻의 명도는 달과 해가 합쳐진 것처럼 물이 맑다고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사람들 이 살고 있는 아주 조촐한 섬으로 낚시터로 명성이 높으며, 섬의 야트막한 산에는 수십 가지의 각종 약초가 자라나 약산(藥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도는 고군산군도의 종점이자 끝으로 가장 서쪽에 자리한다. 끝섬이라 불리기도 하며, 한반도 에서 고군산군도를 왕래하는 여객선의 종점으로 1909년에 지은 말도등대가 서해바다와 군산을 찾는 배들의 밤길을 밝혀준다. 이 섬은 조선 중기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며, 심씨 성을 가진 판서(判書)가 귀양을 와서 밭 을 일구고 살면서 인구가 늘었다고 한다. 그가 귀양에서 풀려나 서울로 소환된 이후, 섬 사람들 은 그의 공덕을 기리고자 영신당(靈神堂)을 지어 매년 11월에 제를 지냈으나 기독교가 이 섬을 휩쓸면서 당제(堂祭)는 끊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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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서해바다 - 저 수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속인(俗人)들이 그렇게나 동경하던 극락이나 유토피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해가 뜨고 지는 사이에 잠시 머무는 그만의 비밀 공간이 있는지도 모른다.
▲ 관리도<串里島, 곶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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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도 서쪽에 자리한 관리도는 곶리도라고도 한다. (어차피 한자는 같음) 원래 이름은 꽂지섬 이었다고 하는데, 섬의 모습이 전쟁에 출진한 장군들이 적의 몸에 화살을 쏘아 꽂아대는 모습이 라 하여 그런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설로는 섬의 지형이 마치 꼬챙이처럼 생겼다 고 하여 꼭지도라고 부르다가 꼬챙이를 뜻하는 관(串)을 붙여 관리도(곶리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 섬에는 완전무장한 장군의 모습 같은 투구봉, 말을 탄 무인의 모습을 한 질망봉, 승려로 이 루어진 승군(僧軍)의 모습을 한 중바위(중바우), 시루떡 모양의 시루봉 등이 있으며, 갖가지 바 위들이 섬을 수식하여 눈을 심심치 않게 한다. 섬 사람들은 대부분 전복을 양식하거나 고기잡이 로 생계를 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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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도 해역에서 바라본 횡경도 |
▲ 관리도 해역에서 본 선유도와 장자도 |
▲ 장자도 서쪽에 홀로 떠있는 등대 - 등대 너머로 방축도의 동부와 동서로 길쭉한 횡경도가 보인다.
▲ 대장도(大長島, 왼쪽 섬)와 장자도(오른쪽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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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바로 서쪽에 자리한 대장도는 남쪽으로 장자도와 이어져 있다. 이 섬은 옛날에 어떤 사 람이 섬을 1바퀴 둘러보고는 미래에 크고 긴 다리가 생길 것이라 말을 하고 섬을 떠났는데, 한 반도와의 연륙을 애타게 꿈꾸던 섬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으며 섬 이름을 크고 긴 다리를 뜻하 는 대장도로 갈았다고 한다. 과연 그의 예언대로일까 대장도를 잇는 현수교(懸垂橋)가 생겨나 장자도는 물론 선유도까지 걸 어서 이동이 가능해졌고, 새만금방조제의 등장으로 고군산군도의 동쪽을 이루던 신시도와 야미 도 등이 연륙되었으며, 한반도에서 선유도를 붙들어 맬 다리 공사를 진행중이라 그것이 완성되 면 선유도는 물론 대장도까지 4발 수레로 오갈 수 있게 된다. 그리되면 그야말로 크고 긴 다리 가 생기는 셈이다.
섬 동쪽에는 고군산군도에서 꽤나 이름난 장자할매바위가 있는데, 그 모습이 아이를 등에 업은 형상으로 다음과 같은 믿거나 말거나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바위는 못봤음) 조선시대(또는 고려시대)에 대장도에 살던 선비 부부가 있다. 남편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서울 로 과거를 보러 나갔는데, 부인은 몇달 동안 한결같이 장자봉에 올라 남편의 과거 급제를 기원 했다. 허나 남편은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때를 한참이나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애가 탄 부인은 매일 아이를 업고 장자봉에 올라 남편을 실은 배가 오기를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남편이 돌아왔다. 허나 과거 급제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한 것이 아 니라 육지에서 첩실과 그를 통해 얻은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육지에 오랫동안 머물며 소실 까지 맞을 정도면 선비의 집안은 제법 형편이 되었던 모양이다.
남편의 일탈에 크게 뚜껑이 열린 부인은 눈물을 떨구며 뒤로 돌아서는 순간 등에 업힌 아이도 덩달아 발끈했는지 힘을 주었는데, 그 바람에 그들은 즉석에서 돌로 변했다고 한다. 한편 아내 와 아이가 그렇게 사라지자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며 횡경도에 들어가 그 벌로 돌이 되니 그 돌이 장자할배바위라고 한다. 이 전설은 대장도나 주변 섬에 살던 사람들이 꾸며낸 이야기지만 순간의 실수로 어긋나버린 이 곳에 살던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은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과거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도 육지에 일이 있어 나간 남편이 첩을 데리고 오면서 그들의 가정은 파탄이 났고 이에 발끈한 부인은 아이와 함께 장자할매바위에서 투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아내와 자식이 죽자 발작한 남편도 횡경도에서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이후 사랑하는 이와 이 바위에서 사랑을 약속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속설 이 전해오며, 월명유람선은 대장도 뒷쪽으로 가기도 하고 선유도 사이인 앞쪽으로 가기도 하여 뒷쪽으로 가는 경우에는 이 바위를 만날 수 없다. 그날 운에 맡기는 수 밖에는...
그리고 대장도 남쪽에 자리한 장자도는 선유8경의 하나인 장자어화(壯子漁火)의 현장이다. 한때 멸치포구로 유명했고, 고군산군도 제일의 어항(漁港)으로 많은 배들이 심야에 장자도 앞바다에 서 고기를 잡느라 불야성(不夜城)을 이루었는데, 그 배에서 비치는 불빛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 아내 '장자어화'가 된 것이다.
장자도는 옛날에 힘이 센 장사가 나왔다고 하여 유래되었다는 설과 가재미와 장재미를 합쳐 장 자도라 했다는 설이 공존한다. 이곳 포구는 자연이 빚은 대피항으로 유명해 예전에는 고군산군 도와 서해바다에서 가장 잘나가는 섬이었다. 섬의 모습은 말 앞에 놓은 커다란 구유처럼 장자봉 이 우뚝 솟은 형국으로 서 있고, 그 앞에 선유도가 맥을 감싸안고 있어 큰 인재가 많이 나오는 지형이라고 하며, 북쪽의 대장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거의 한몸이 되었는데, 서해를 바라보는 사 자바위(사자봉)를 장자도를 지키는 바위로 여기고 있다. 섬 동쪽에는 장자대교를 통해 선유도와 이어져 있다. (차량 통행은 어려움) |
▲ 대장도 사자바위(사자봉) 사자나 고양이, 개가 땅바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 같다. 오른쪽 봉우리에 머리에 해당되는 조형물만 갖다 붙인다면 영락없이 그 모습인데 말이다.
▲ 다른 각도에서 본 대장도 사자바위(사자봉)
▲ 선유도 인어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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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도 해역에서 본 관리도와 말도, 방축도
▲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장자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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