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은 '6개월 내 이사'… 해군 관계자는 "가족들 마음 배려하겠다"
지난 7일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천안함 함미(艦尾) 절단면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태석(37) 상사의 부인 이수정(36)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가누기도 전에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세 딸 등 다섯 식구(食口)의 보금자리였던 해군아파트 집을 6개월 안에 비워주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해군에 따르면 군인이 전역하거나 사망할 경우 사용하던 관사(官舍)를 비워줘야 하는데 이사를 마쳐야 하는 유예기간이 6개월밖에 안 된다. 김 상사처럼 작전 도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질 경우 유족은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는 막막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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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실종자 가족 상당수가 살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의 해군아파트 전경. 해군은 전역하거나 사망하면 6개월 안에 아파트를 비워주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 유가족들은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는 막막한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 양모듬 기자 modyssey@chosun.com
이씨는 "관리비와 전기료 등을 합쳐 한 달에 10만~15만원 정도만 내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면서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다른 집을 얻을 만큼 모은 돈이 없어 막막하다"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는 "여자 혼자 벌어서 아이 셋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정말 답답하다"고 했다. 이씨의 눈가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마르지 않았다.
평택 해군아파트는 1999년 평택에 제2함대사령부가 들어오면서 세워져 지어진 지 11년 됐다. 국방부 소유로 현재 해군 제2함대가 위임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해군 규정에는 현역 대위 이상 장교만 해군아파트에 살 수 있게 돼 있으나, 제2함대 관사위원회가 기준을 완화해 결혼한 사람 가운데 하사 5호봉 이상이면 입주할 수 있도록 결정, 장교는 물론 부사관도 살 수 있다. 관사여서 입주보증금이 평당 8만원으로 비싸지 않다.
이씨가 사는 집은 방 3개 72.7㎡(22평)으로 입주보증금은 176만원이다. 세 자매가 마음껏 뛰어놀 만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김 상사가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행복해했던 단란한 보금자리였다.
지난 3일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남기훈(36) 상사의 부인 지영신(35)씨도 이씨와 똑같은 걱정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 지씨는 재민(12)·재현(10)·재준(3) 등 아들 3명과 해군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다. 며느리를 지켜보는 남 상사의 부친 남장호(62)씨는 "닥친 일이니 어찌하겠느냐"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남씨는 "상황이 정리되면 며느리와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집을 비워야 하는) 규정은 6개월이지만 예외도 있는 만큼 가족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