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네 콘서트와 친구 은영.
어제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포은 아트홀에서 일동제약 후원으로
마티네 콘서트가 열린 날이다.
간단한 해설과 함께 하는 콘서트인데,
난 그동안 평일에 하는 콘서트라 관람 할 생각도 못했다.
당연히 평일에 하니까 하고 지나쳐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연주곡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두 곡이 포함 되어 있었다.
그 전에는 못 가니까 프로그램에 관심조차도 없었는데,
우연히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이다.
25일이 급여일이라 24일 휴가를 낸다는 게 조금 걸렸지만 그냥 예약을 해버렸다.
그리고 24일 휴가를 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는 동안 내내 설레었다.
짝지는 이날 스케줄이 있어서 혼자 가게 되었다.
포은아트홀에 도착해서 티켓을 수령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데
진행하는 매니저가 나를 알아보고 오늘은 왜 혼자 오셨냐며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남편이 용인문화재단 소속 감나무 회원으로 활동하여 그동안 항상 같이
다녔기 때문이다.
짜짜잔....
드디어 연주회는 시작되고~~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가 밝고 경쾌하게 봄을 알린다.
새소리 바람소리 꽃들이 팡팡 터지는 소리들의 어울림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요한스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왕이라 불린다.
사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보다 요한스트라우스를
더 사랑한다.
19세기 오스트리아는 헝가리까지 지배하는 대 제국으로 부강한 나라였다.
매일 밤 축제와 무도회가 열렸고 귀족들은 왈츠를 추며 무도회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전쟁에 패하고 나라가 끝없이 추락할 때 국민들은 비탄에 빠졌고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 왈츠 곡으로 그 우울감을 달랬다고 한다.
나도 우울할 때는 일부러 이 곡을 자주 듣는다.
몇 번이고 듣노라면 밝은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드는 것 같다.
2번째 곡으로 막스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곡이 연주 되었다.
유대인계 독일일인 브루흐의 곡들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 별로 없지만
가장 사랑 받는 곡이 '콜 니드라이'다.
유대인 속죄의 날 전야의 예배 의식에서 기도 형식으로 부르던 성가를 테마로
변주한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풍의 작품이다.
기도하는 모습을 그려낸 이 곡은 처연하면서도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멜로디로
듣노라면 어느 누구라도 몸과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명곡이다.
내가 처음 클래식을 접했을 때 들었던 그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곡은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는 곡이다.
3번째 곡으로 베에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 5번 '황제' 1악장을 들려줬다.
베에토벤은 피아노 협주곡을 5곡을 작곡했는데 그중 마지막 작품이다.
부제에서 말해주듯 말이 필요 없는 고품격이 느껴지는 멋진 연주곡이다.
피아노 협주곡이지만 웅장하고 때로는 감미롭다.
집중할 수밖에 없다.
4번째 곡은 맨델스존의 '스코트랜드 교향곡' 이라 붙여진
교향곡 제 3번 4악장이 연주되었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가난으로 생활고를 겪으며 작품을 했던 시절에
맨델스존은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갔다.
그가 영국의 초청을 받고 영국으로 건너가 스코트랜드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 매료되어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이다.
활기차고 생기발랄한 스코트랜들의 풍경과 이국적인 요소가 물씬 풍기는 곡이다.
연주가 끝나고 모두 힘차게 박수로 화답했다.
평일에 땡땡이를 치고 콘서트를 와 보니 앞으로도 가끔
이런 땡땡이를 치고 싶어졌다. ㅎㅎ
내가 가끔 땡땡이를 친다고 해서 바뀌는 거는 하나도 없을 테니까...
뭐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내가 너무나 틀에 박힌 사고에 물들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친구 은영이 에게 전화를 했다.
은영 이는 고등학교 친구다.
내가 울산에 살고 있을 때 어느 날 은영이 한데서 연락이 왔다.
지네 남편도 우리 남편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게 됐다며 어떻게 알았는지
수소문을 해서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때부터 우린 가끔 만나서 식사와 차를 나누고 다른 친구들도 함께
다섯 명이 잘 지냈었다.
그런데 친구들 남편들이 이직으로 하나 둘 씩 떠나게 된다.
은영 이와 나도 이렇게 헤어졌다.
은영 이는 영국으로 떠났다가 수원에 다시 정착을 하게 되었고, 나도 세월이 흘러
안산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은영 이와 다시 만났는데, 내 핸드폰이 회복 불가능으로 고장이 나서 폰을 바꾸고
번호도 바뀌어서 연락이 두절돼 버렸다.
세월이 15년이 흘렀다. 나는 용인으로 이사를 와서 살게 되었다.
며칠 전 은영이 한데서 연락이 왔다.
너무나 반갑고 놀랐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내 초등학교 친구 중에 6학년을 다니다가 전학을 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전학을 간 학교가 은영이 학교였단다.
그 친구가 우리 초등학교 모임에도 나오고 아마 전학 간 학교 모임에도
참석을 했던 모양이다.
다른 친구 딸 결혼식에 모여 나와 며칠 전에 무의도에 간 이야기를 하면서
고등학교 친구 중에 내 이름을 말하며 아느냐고 물었다니....
은영이가 귀가 번쩍 했단다.
이렇게 인연은 돌고 돌아 은영 이와 나는 다시 만났다.
콘서트가 끝나고 내가 은영이 있는 수원으로 달려갔다.
은영 이는 지하철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맛있는 점심이라고 사주려고 했더니만 은영 이는 집으로 데리고
가서 만찬을 차려 주었다.
우리는 15년 세월을 이야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니 15년 공백의 시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소중한 내 친구 은영 이는 지금도 그렇게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잘 살고 있었다.
열무김치에다 이것저것 챙겨주는 은영 이는 지하철까지 마중을 하고
돌아서며 손을 흔든다...
세상의 인연은 참 알 수가 없다.
언제라도 만나야하는 인연은 돌고 돌아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헤어짐도 만남도 너무 아쉬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땡땡이친 수요일 심쿵한 하루였다.
첫댓글 클래식 음악은 좋아라 하는데 그냥 듣기만 하지 잘 몰라서요 부르흐 콜드라이 %$#@?? 베토벤은 알겟는데,,ㅎㅎ
가자여행님 저도 이제부터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유투브로 이 곡을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멋져요
클래식음악과 친구 ♡♡♡
멋진삶을 엿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슬로우님 그 날은 정말 심쿵한 하루였어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때의 느낌도 자주 느껴보고 싶은데
저에게는 쉽지가 않네요.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함께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날을 고대합니다.
모처럼의 휴가가 값어치를 참으로 톡톡히 하셨네요~~
요즘 말로 가성비 짱입니다 ㅎㅎ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지 않았으면 안성으로 갔을 거예요. ㅎㅎ
저두 한동안 연락이 끊어진 친구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서 만나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나네요...
오지랖이 넓지 않아서 친구도 없는데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