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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하게 벌어진 술자리.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무르팍에 기생이 앉으며 나긋나긋하게 묻는다. “내 얼굴은 어떻소? 손님들이 나를 안 좋아하오.” 내경은 씹고 있던 수박씨를 ‘퉤’ 뱉어 그녀의 왼쪽 콧방울에 붙이곤 짜증을 내는 기생에게 한마디 던진다. “둥그스름한 것이 고운 얼굴이나 남들에 비해 눈에 띄지 않으니, 이러면 사내들이 줄줄 따를 것이니라.”
점 하나 찍었을 뿐인데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면? 눈썹, 눈꼬리, 이마 선 등을 조금만 바꿔도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면? 그래서 화장과 관상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상이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당신의 운명이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 특히 인상이 좋아지면 인간관계가 좋아지니, 그런 의미에서 화장술은 행운을 불러일으키는 기술이다.
하지만 화장으로 관상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어디 쉬울까? 영화 <관상>의 자문을 맡았던 조규문(경기대 문화예술대학원 동양철학과)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관상은 인상(人相), 즉, 얼굴의 상입니다. 그렇지만 뼈(골상), 손(수상), 가슴(흉상), 발(족상), 더 넓게는 목소리, 걸음걸이, 체형, 체취 등이 포함될 수 있고, 이런 것들을 통해 그 사람의 건강, 성향, 길흉화복의 운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아 타고난 기질, 체질은 잘 바뀌지 않지만 외형은 화장, 머리 모양, 성형, 자세 교정 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화장이 원래 얼굴이 보내는 신호를 감추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미리엄로 스미스 교수 팀은 18~25세 여성 59명의 에스트로겐 수치(에스트로겐은 뼈와 피부 등 외모에 영향을 미친다)를 측정한 후, 이들의 화장하지 않은 얼굴 사진을 찍어 남성 지원자 30명에게 보여준 후 매력 순위를 매기게 했다. 모든 지원자들이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여자들의 얼굴을 매력 있는 얼굴로 분류했다. 그러나 같은 여자들의 화장한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다시 순위를 매기게 했더니 호르몬 수치가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화장으로 얼굴의 불운을 걷어내는 방법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변신을 봐도 알 수 있다.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태공실(공효진)을 예로 들어보자. 드라마 초반 턱 밑까지 내려온 짙은 다크서클, 푸석한 피부와 머릿결, 흐릿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눈썹, 핏기 없는 입술 등 매력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주군(소지섭)과 러브라인이 시작되며 모습은 확연히 달라졌다. 매끈하고 밝은 안색, 또렷해진 눈매, 발그레한 볼과 입술 등 ‘공블리’란 애칭이 어울리는 사랑스럽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관상학적으로도 마찬가지. “눈 밑이 움푹 꺼지거나 다크서클이 짙은 것은 좋지 않습니다. 눈 밑은 밝고 애교살이 도톰하게 솟아있는 것이 좋죠. 이곳이 밋밋할 경우 화장으로 살짝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관상에서 안색은 무척 중요한데, 눈 밑, 이마, 미간은 도톰하고 윤기가 흐르며, 밝은 황색이나 자색, 홍색을 띠는 것이 좋습니다. 안색은 건강과도 연관이 있으니 화장뿐만 아니라 체질 개선도 필요합니다. 또 얼굴에 있는 흉터나 검은 점은 어느 부위에 있든 복과는 거리가 있으니 화장으로 가리거나 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첫인상을 결정하는 뇌의 메커니즘과도 연관이 있다. 디올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에두아르 모베 자르비 박사는 신경정신학에서 설명하는 ‘소셜 트라이앵글’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가 상대방 얼굴을 보고 그에 대해 판단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고작 200밀리세컨드(1초의 1/5)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우리는 ‘이 사람이 좋다, 싫다, 무섭다, 믿는다, 못 믿는다’ 등의 판단을 즉각적으로 내립니다. 이때 우리가 가장 먼저 보는 곳이 바로 ‘소셜 트라이앵글’, 두 눈과 입을 잇는 역삼각형 구역입니다. 눈과 입이 사회적인 관계와 가장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먼저 그곳으로 시선이 가도록 뇌가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죠. 눈길이 방해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셜 트라이앵글로 가게 되면 뇌는 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립니다(눈, 코, 입의 모양과는 상관없이). 반면에 여드름, 흉터, 잡티, 다크서클, 거친 피부 등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가 있으면 긍정적인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이는 인간의 진화와 관련이 있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얼굴을 통해 상대방이 나와 건강한 사회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 건강, 젊음, 번식력 등을 본능적으로 인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에 지적, 문화적 인식 등이 겹겹이 더해지지만 일단 뇌가 첫인상을 확립하고 나면 무의식 중에 이 첫 번째 신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른 신호들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첫인상이 좋으면 머리 모양도, 립스틱 색깔도 마음에 들게 되죠. 반면에 첫인상이 나빴다면 눈이 자꾸 단점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 소셜 트라이앵글은 첫인상에, 첫인상은 대인 관계 형성에서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관상 미인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위는 어디일까? 조규문 교수는 눈이라고 답했다. “관상은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 통로가 바로 눈이지요. 눈동자는 흑과 백이 분명해야 하며(드라마 초반에 공효진은 서클렌즈로 눈동자를 카키색으로 바꿨다), 눈빛이 맑고 밝으면서 부드러워야 합니다. 사진 속 모델 한으뜸의 눈이 그렇습니다. 눈꼬리는 처첩궁이라 해서 배우자나 애정운을 나타내기 때문에 살집이 조금 있어 도톰하고 밝으며, 맑은 자색이나 황색, 홍색을 띠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에 하나의 긴 눈꼬리 주름이 위로 향하면 애정운이나 배우자운이 좋지만, 잔주름이 많거나 점이 있거나 어둡거나 움푹 파여 있으면 배우자운, 애정운이 좋지 않습니다. 이마도 중요하죠. 사진 속 모델 김원경과 이혜정의 이마를 보세요. 넓고 도톰하며 얼굴을 세로로 3등분할 때 비율이 1:1:1에 가까운 좋은 이마입니다. 이마는 초년운과 연관이 있어 이들은 30대에 이미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습니다. 이마가 작은 경우는 앞머리를 내려서 가려주면 좋고, 또 이마에 점이 있다면 가리거나 빼는 것이 좋습니다.”
이마의 비율과 이마 선을 바꿔 성공한 예는 영화 <신라의 달밤> 이성재에게서 찾을 수 있다. “엘리트 깡패 역할을 해야 하는데 뭘 해도 강인해 보이지가 않았죠.” 이희 원장의 솔루션은 동그란 그의 이마 라인을 사각으로 바꾸는 것. “족집게로 하나하나 뽑아냈는데 이마가 훤하게 넓어지면서 남성적인 강인함이 풍겼고, 영화도 성공을 거뒀죠.” 윤기가 흐르는 피부 표현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볼륨을 더하고 윤기를 흐르게 하고 싶다면 YSL 뷰티의 ‘뚜쉬에끌라’, 베네피트의 ‘페이크업’ 같은 부분 하이라이터를 활용하세요. 제가 광고 촬영 시 애용하는 제품들인데 눈 밑, 팔자 주름, 인중에 사용하면 한층 안색이 환해지죠. 파운데이션을 바를 때 맥 ‘스트롭 크림’ 같은 하이라이터를 섞어 바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눈썹도 인상을 좌우하는 주요한 키워드다.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는 KBS 드라마 <풀하우스>의 건강하고 경쾌한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메이크업을 담당한 메이엔의 전미연 원장은 자존심 강한 재벌가 상속녀 이미지를 위해 피부 표현과 눈썹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피부를 무척 매트하게 표현했어요. 마치 도자기처럼 하얗고 뽀얗게. 윤기가 흐르면 건강하고 발랄해 보이는데 오영(송혜교)이란 캐릭터는 아픔이 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였거든요. 눈썹도 더 길게 그렸어요. 짧은 눈썹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고급스럽고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부족했거든요.” 조규문 교수는 눈썹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짧은 눈썹은 귀여워 보일 순 있지만 관상학에선 선명하고 부드럽고 가늘고 긴(눈보다 앞뒤로 2mm 정도 긴) 눈썹이 복이 있는 눈썹입니다. 눈썹은 형제복이며, 부모와 배우자 복도 포함하고 있죠. 눈썹이 흐리고 약하거나, 짧거나 중간에 끊긴 경우에는 눈썹을 그려주세요. 너무 넓고 두꺼운 것도 좋지 않으니 눈썹 아랫부분을 제모해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눈두덩은 넓은 것이 좋은데 이곳이 ‘돈밭’이기 때문이니 잡초(눈썹)가 자라지 않도록 깨끗하게 제모하세요. 또 미간은 명궁이라 불리는데 얼굴의 중추를 잡아주는 곳으로 무척 중요합니다. 손가락 두 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것이 좋으니 눈썹이 명궁을 침범할 정도라면 제모를 하고, 이곳에 잔주름이 있거나 점이 있으면 가리거나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모양만큼이나 색상도 중요하다. <최고다 이순신>에서 별 볼 일 없는 배우 지망생이었던 이순신(아이유)과 유명 배우의 딸로 밝혀지며 승승장구하는 이순신의 인상은 확실히 달랐다. 한층 자신감 있고 또렷하고 당당해 보였다. 메이크업을 담당한 고원 신애 부원장은 “비결은 컬러”라고 설명한다. “드라마 초반에는 소바, 브라운, 그레이 컬러로 라인을 그렸는데, 후반부엔 아주 짙은 브라운 컬러로 눈매를 잡았어요. 눈꼬리를 어떻게 빼서 전체적인 눈 모양을 잡아주는지도 중요해요. 사회 초년생이라면 자신감이나 순한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눈매에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눈꺼풀은 처져 있어도 언더라인이 위쪽으로 올라가면 눈이 올라가 보이죠. 강아지처럼 귀엽고 순해 보이는 이미지를 위해선 언더라인을 약간 처지게, 그리고 남는 부분은 채워주면 되죠. 반대로 고양이 눈매를 원한다면 아이라인을 위쪽으로 그리면 됩니다. 또 눈이 커 보이고 싶다면 눈을 떴을 때 드러나는 눈 앞머리를 선명하게 그려줘야 합니다. 단, 면접이나 소개팅에선 블랙 라이너는 피하세요. 노란빛이 도는 안색에는 브라운, 그레이 컬러를, 붉은빛이 도는 얼굴에는 짙은 브라운, 와인 컬러를 추천합니다. 블랙 라이너는 센 느낌도 문제지만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광대뼈는 너무 튀어나와도 안 좋지만 밋밋해서도 안 된다. “마치 달걀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조금 튀어나온 광대뼈가 좋은데, 이는 능력을 발휘하고 명성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양 볼이 너무 홀쭉하게 들어가는 인상도 피해야 합니다. 집 안에 우환이 생기거나 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수 있죠. 평평하거나 살짝 살집이 있어 도톰한 것이 좋습니다. 양악은 적당히 동그랗고 안정감이 있어야 하며, 지나친 V라인은 인기가 없고 되는 일이 없습니다. 특히 턱 선은 50대 이후 말년운을 나타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볼살과 턱살은 약간 있는 것이 좋아요. 특히 아래턱은 살집이 있고 두툼하면서 끝이 봉긋한 것이 좋습니다. 무턱이거나 살집이 없거나 너무 뾰족하면 인기가 없고 복이 나가죠. 모델 이혜정이 입, 양악과 아래턱에 힘이 있고 넉넉해서 좋아 보이네요. 얼굴이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고 힘이 있는 얼굴입니다. 인기가 있겠어요. 입술은 모델 한으뜸이 좋습니다. 도톰하고 붉어서 건강하고 식복이 있어 보이는군요.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거나 일자형 입이 복을 부르는 입이니, 밝고 붉은 립스틱으로 입꼬리 모양을 잡아 미소 짓고 있는 듯한 모양을 그려주면 복이 오는 입이 됩니다. 코는 재물과 연관이 있는데 반듯하고 도톰하며 살집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살집이 있어도 위로 솟지 않고 옆으로 퍼져 있으면 돈이 새기 쉬워 재물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시대에 아름다움은 강력한 권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유행하는 미의 기준과 복이 들어오는 관상 미인의 기준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도 각각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조규문 교수는 관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상이라고 말한다. “얼굴이란 ‘얼’이 들어 있는 ‘굴’이란 뜻입니다. 즉, 마음과 정신이 들어 있는 곳이 얼굴인 셈이지요.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 외모보다 착한 마음, 긍정성, 성실함, 자애심 등의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 심상이 드러나는 것이 관상이며, 그래서 관상은 늘 변합니다. 즉, 관상은 심상만 못하지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와 마음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것입니다.
린칭쉬엔은 <생각의 틀을 넓히는 교양 다이제스트>에서 “깊은 의미의 화장은 한 사람의 기질과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라고 설명한다. 잘 자고, 운동과 영양 섭취에 신경을 쓰고, 책을 읽고, 예술을 즐기고, 사색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자기를 사랑하되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라면 화장을 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돋보인다. 삼류 화장은 얼굴 위의 화장이고, 이류 화장은 정신의 화장이며, 일류 화장은 생명의 화장이라 했다. 세상 모든 겉모습은 그 안에 의미를 담고 있으니, 겉 모습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으로부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2014년, 메이크업으로 자신감을 찾고 내면의 변화까지 함께한다면 복은 통째 굴러들어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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