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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간부전: 원인, 예후, 치료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 임 영 석
서 론
급성 간부전(Acute Liver Failure, ALF)은 간성뇌증과 혈액응고장애의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는 급성 간손상의 비교적 드문 합병증이다. 급성 간부전의 예후는 최근 적극적인 내과적 치료와 간이식술의 발전에 힘입어 많이 호전되었지만, 응급 간이식을 받지 못하는 경우 환자 사망률이 50~80%에 이를 정도로 불량하다.
응급 간이식술 이외에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원인임이 증명되면서, 용어의 정의가 새로이 정립되었다. 급성 간부전의 원인은 지역에 따라 현저히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불량한 예후를 나타내는 원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 따라서 응급 생체 간이식의 중요성이 서구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 그리고 아세트아미노펜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급성 간부전 환자들에게도 조기에 N-acetylcysteine을 투여하면 생존율이 향상된다는 점 등은 최근 수년 동안에 밝혀진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급성 간부전의 정의
급성 간부전의 일반적인 정의는 이전에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에서 급성 간손상의 증상 발현으로부터 26주 이내에 혈액응고장애(prothrombin time, INR ≥1.5)와 함께 어떠한 정도라도 의식변화(간성뇌증)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만성 B형간염, 자가면역간염, 윌슨병 등의 만성 간손상으로 인한 간경변증이 있었던 환자라도 최근 급성 간손상 이전에 간기능이 정상이었고, 증상의 기간이 26주 이내라면 급성 간부전으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이 있다. 심한 황달과 혈액응고장애는 있지만 간성뇌증을 동반하지 않는 급성 간손상은 급성 간부전으로 진단할 수 없고, ‘중증 급성 간염’으로 분류되며,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다.
과거에는 황달 혹은 증상 발현으로부터 간성뇌증 발생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전격성 간부전(fulminant hepatic failure; 2주 이내), 급성 간부전(1~3주 사이), 아급성 간부전(subfulminant hepatitis; 2~26주 사이), 초급성(hyperacute) 간부전(1주 이내) 등으로 나누는 분류법들이 이용되었다. 이런 다양한 분류들은, 예후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 급성 간손상의 원인에 따라 간성뇌증 발생 시기와 예후가 결정됨이 밝혀지면서 모두 급성 간부전의 정의에 포함되었다. 즉, 황달 발생으로부터 7일 이내에 간성뇌증이 발생하는 초급성 간부전의 경우는 예후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이것은 초급성 간부전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좋은 예후를 나타내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반면, 초급성 간부전이라도 B형간염바이러스(HBV)나 특이약물반응이 원인인 경우에는 예후가 불량하다.
원인과 예후
급성 간부전의 임상상은 원인에 관계없이 비슷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적용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급성 간부전의 원인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3차 의료기관들에서 진단된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원인과 예후의 연관성에 대한 전향적 조사에 의하면, 아세트아미노펜, A형간염, 임신, 쇼크가 원인이었던 환자들의 경우 비이식 생존율(transplantation-free survival rate)이 60% 이상이었다. 반면에, 비아세트아미노펜 약제, B형간염, 자가면역간염, 윌슨병, 버드-키아리(Budd-Chiary)증후군, 악성 종양, 기타, 원인불명 등의 경우의 비이식 생존율은 30% 이하였다. 따라서 급성 간부전의 원인은 진단과 동시에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매우 다양한 원인들이 급성 간부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국내 한 기관에서 후향적으로 조사했을 때는 무려 약 30%에서 원인을 알 수 없었으나,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10%에 불과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B형간염이 급성 간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역과 시대에 따라서 원인의 빈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미국, 호주 등의 나라들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HBV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110명의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B형간염바이러스가 약 37%로서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였고, 한약재를 포함한 각종 생약제가 19%로 두 번째 흔한 원인이었다(표 1). 특이하게도, B형간염과 관련된 환자들의 1/3만이 급성 간염이었고, 2/3는 만성 B형간염의 중증 급성 악화가 그 원인이었다. 전체적으로 약 90%의 환자들의 원인은 불량한 예후를 나타낸다고 알려진 것들이어서, 우리나라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예후가 서구에 비해 불량한 한 이유로 설명된다.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간부전의 원인의 대부분은 급성 A형 혹은 B형간염이지만, 드물게 E형간염, Epstein-Barr바이러스, 거대세포 바이러스(cytomegalovirus)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급성A형 혹은 B형간염에서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할 확률은 0.1~1%로 높지 않지만, 40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그 가능성이 증가한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급성 A형간염은 급성 간부전의 원인들 중 7%만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위생의 개선으로 어렸을 때 A형 간염에 대한 보호항체를 자연적으로 획득하지 못한 세대가 고령으로 진행하면서 급성 간부전의 증례가 증가하고 있고, 향후 수년 사이에 그 원인적 비중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약제에 의한 급성 간부전은 투여 용량이 과다한 경우에 나타나므로 예측이 가능한 ‘내인성 간손상’(intrinsic toxicity, 예; 아세트아미노펜)이나, 투여 용량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특이약물반응(idiosyncratic drug reaction)’ 등에 의해 일어난다.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내인성 간손상의 경우 간부전은 대부분 초급성 간부전의 형태를 띠는 반면에, 특이약물반응의 경우는 흔히 약제 투여 후 4~6주가 지난 다음에 아급성 간부전의 형태로 나타나며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간부전은 대부분 약제의 독성 중간대사산물인 N-acetyl-para benzoquine imide(NAPQI)에 의해 일어나며, 효과적인 해독제인 N-acetylcysteine(NAC)을 약물 섭취 후 12시간 이내 조기에 투여하면 간손상을 현저히 줄이고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되어 있다. 최근에는 12시간이 경과하더라도 NAC를 투여하는 것이 투여하지 않는 경우보다 생존율을 현저히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 제제에 의한 간손상은 pyrrolizidine alkaloids에 의한 경우가 많으며, 우리나라에서는 B형간염에 이어 급성 간부전의 두 번째 중요한 원인이다. Amanita 속 버섯류 중 독우산광대버섯(Amanita virosa)과 개나리광대버섯(Amanita subjunguillea)에 의한 간손상은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경북 북부, 충북 등지에서 가을철에 빈발한다.
임상 양상과 병태생리
급성 간부전의 가장 특징적인 임상상은 간성뇌증과, 혈액응고장애와 황달이다. 혈청 아미노전이효소(aminotransferase)는 대부분 매우 높이 증가하지만, 그 최대 증가치 및 감소 속도는 환자의 예후와 무관하다. 회복되는 환자들은 혈청빌리루빈과 프로트롬빈시간(prothrombin time)이 호전되며, 반대로 간부전이 진행하는 환자들은 혈청아미노전이효소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빌리루빈이 상승하고 프로트롬빈시간이 연장된다.
급성 간부전은 간손상 외에도 거의 모든 장기의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뇌부종, 패혈증, 신부전, 심폐부전 등 다장기부전(multi-organ failure) 형태의 합병증으로 나타나서 급성 간부전의 높은 사망률의 원인이 된다.
급성 간부전 환자의 4대 사망원인은 뇌부종, 전신감염증, 다장기부전, 출혈 등이다. 환자 사망의 원인이 되는 각종 합병증들은 진단 시점으로부터의 시기에 따라 다르게 출현한다. 즉, 진단으로부터 1주 이내에는 거의 전적으로 뇌부종이 사망의 원인이 되는데, 1주 이후부터는 전신감염증이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다(그림 1). 최근 내과적 치료의 발전으로 인해 출혈로 인한 사망은 현저히 감소했다.
1. 간성뇌증
간성뇌증의 존재는 급성 간부전을 중증 급성 간염과 구분짓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급성 간부전에서 발생하는 신경학적 증후군의 임상상은 만성 간질환의 경우와 확연히 다르다. 즉, 급성 간부전에서 발생하는 뇌증에서는 간경변증의 경우와 달리 경련(convulsion)과 섬망(delirium)이 빈번히 발생한다. 간성뇌증은 임상 증상, 징후, 뇌파(EEG) 소견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표 2), 급성 간부전에서는 1단계인 경한 의식장애로부터 4단계인 깊은 혼수까지 수시간 안에 급격히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 뇌부종
뇌부종은 제3~4단계 뇌증으로 진행한 급성 간부전 환자들 중 약 70~80% 정도에서 발생하며, 뇌압의 상승을 유발함으로써 환자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뇌부종은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간성뇌증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급성 간부전의 독특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뇌압이 상승하면 서맥(bradycardia), 혈압 상승, 과호흡, 제뇌자세(decerebrate posture)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증상들은 아주 진행된 일부의 환자들에서만 나타나므로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뇌 전산화단층촬영도 뇌압 상승 진단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가 낮고, 급격한 뇌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뇌압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막외(epidural) 또는 경막하(subdural)에서 압력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다. 뇌압이 상승하면 뇌헤르니아를 유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뇌관류압(cerebral perfusion pressure)을 떨어뜨려 뇌허혈(cerebral ischemia)을 유발함으로써 뇌손상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뇌압 모니터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출혈성 경향으로 인해 실제로 시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뇌부종은 세 가지 기전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즉,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여 발생하는 혈관인성 부종(vasogenic edema), 뇌 간질 내에 삼투압 증가를 초래하는 용질들이 증가하여 발생하는 간질성 부종(interstitial edema), 세포 종창(cell swelling)에 의해 발생하는 세포독성 부종(cytotoxic edema) 등이다. 급성 간부전에서 뇌부종이 발생하는 기전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세포독성 부종이 가장 중요한 기전으로 생각되고 있다. 즉, 뇌에서 암모니아가 대사되는 유일한 과정은 성상세포(astrocyte)에서 글루타민산(glutamate)과 결합하여 글루타민(glutamine)이 되는 것인데, 간부전으로 인해 뇌로 유입되는 암모니아가 증가하면 성상세포 내에서 글루타민이 급증함으로써 삼투압에 의해 세포 종창이 일어나게 된다. 만성 간질환에서는 혈중 암모니아의 증가 속도가 느리므로 성상세포 내에서 증가된 글루타민에 대한 적응 기전이 작용하여 세포 종창이 일어나지 않지만, 급성 간부전에서는 암모니아의 농도가 매우 급격히 증가하여 적응 기전이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뇌부종이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성 간부전에서는 혈관인성 부종의 역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증명되어 있다. 따라서, 혈관인성 부종의 치료에 이용되는 부신피질호르몬제는 급성 간부전에서는 효과가 없다.
3. 혈액응고장애
간에서 합성되는 단백질 중 알부민과 혈액응고인자들은 임상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므로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알부민은 반감기가 15-20일로 비교적 길어서 급성 간부전에서 임상적 지표로서의 의의가 낮다. 반면에 혈액응고인자의 생산 감소로 인한 심한 혈액응고장애는 간성뇌증의 발생을 선행하며, 급성 간부전의 중요한 특징이다. 급성 간부전에서 혈액응고장애는 황달이 임상적으로 뚜렷해지기 전에 매우 급격하고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 간부전에서 혈액응고장애는 흔히 프로트롬빈시간으로 표시되며, 예후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혈액응고인자들뿐만 아니라, 항응고인자들인 C단백이나 S단백 등도 간에서 생산되므로 급성 간부전에서는 감소한다. 따라서, 각종 혈액응고 지표들은 파종성 혈관내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의 양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두 가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편, 급성 간부전에서는 혈소판의 활성화와 섬유소용해(fibrinolysis)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말초혈액 혈소판치가 100,000/mm³이하로 감소한다.
4. 심혈관계 합병증
심박출량의 증가와 전신성 혈관저항의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과역동성 순환증후군(hyperdynamic circulatory state)은 급성 간부전의 중요한 임상상 중의 하나이다. 과역동 상태의 정확한 병태생리적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혈중 산화질소(nitricoxide, NO) 농도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박출량은 보통 정상의 두 배 이상, 7~10 L/분까지 증가하며, 전신 혈관저항은 정상의 약 65%로 감소한다. 심박출량의 증가에는 빈맥(tachycardia)과 일회 심박출량(stroke volume)의 증가가 모두 기여한다. 그러나 간부전이 진행하면 뇌압의 상승으로 인해 서맥이 흔히 나타난다. 과역동성 순환의 임상적 결과는 동맥저혈압과, 승압제(inotropic agent)의 투여에 반응이 감소됨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간부전의 초기에 중심정맥압(central venous pressure, CVP)은 대개 낮게 측정된다. 그러나 간부전이 진행할수록 외부에서 주입된 수액과 핍뇨(oligulia), 신부전 등으로 인해 점차 증가하게 된다. 간부전이 더 진행하면 대개 패혈증과 전신 염증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으로 인해 심박출량이 감소한다.
5. 조직 저산소증(tissue hypoxia)
급성 간부전에서는 급격하게 파괴된 간세포들로부터 액틴(actin), 콜라겐(collagen) 등의 세포 파편(cellular debris)들이 혈관 내로 다량 유출된다. 이세포 파편들은 모세혈관을 폐쇄시키고 동정맥 단락(arteriovenous shunting)을 초래하는 미세혈관장애(microvascular disturbance)를 일으킨다. 결국, 전신정맥 확장과 미세혈관장애는 모두 적혈구가 조직 내에서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산소의 조직 내 이동을 저해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조직 내 산소 전달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여러 가지 보상 기전(compensatory mechanism)들에 의해 산소 섭취량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급성 간부전이나, 패혈증,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 등 중증 급성 질환에서는 이런 기전이 깨져서 조직 내 산소섭취량은 전달되는 산소량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런 기전으로 인해서 경미한 저산소혈증에서도 무산소성 대사량(anaerobic metabolism)이 증가하게 되어 락트산증이 발생한다. 정상적으로 락트산은 간에서 Cori cycle을 통해 대사되는데, 간부전에서는 이런 대사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므로 결국 빠른 속도로 대사성 산증이 진행하게 된다.
예후 평가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예후 지표들은 King’s College criteria,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를 비롯하여 몇 가지가 제안되어 있으나, 어느 것도 간이식의 필요성을 정확히 평가하는 데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로서 급성 간부전 환자의 예후를 판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그 원인이다. 즉, 아세트아미노펜, A형간염, 임신, 쇼크 등의 경우는 비간이식 생존율이 약 50% 정도로서 비교적 높지만, 우리나라에 많은 급성 B형간염이나 특이약물반응, 독소들 그리고 원인을 모르는 경우 등에서는 사망률이 80~90%에 이른다. 윌슨병의 전격성 간부전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어서,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존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두 번째로 중요한 예후 지표는 간성뇌증의 정도로서, 심할수록 예후가 나쁘다. 뇌부종이나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많이 발생할수록 역시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급성 간부전의 내과적 치료
1. 환자의 초기 평가
급성 간부전에서는 처음에 환자의 의식이 명료하더라도 급격하게 혼수로 진행할 수 있다. 급성 간부전에서는 대부분 뇌증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혈액응고장애로서 프로트롬빈시간의 현저한 연장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급성 간염 환자들에서는 프로트롬빈시간을 일정 간격으로 반복 측정하고, 만약 현저한 연장이 급격히 나타난다면 의식변화가 곧이어 나타나지 않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환자의 의식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환자로부터 병력 청취가 어려워져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수집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모든 급성 간염 환자들은 잠재적으로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처음 진찰할 때 매우 면밀히 병력을 청취하여야 한다.
각종 약제 복용력에 대해서는 섭취한 약제의 종류와 양, 사용 기간, 같이 투여한 약제 등에 대해 아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한약재나 민간요법, 환각성 약제 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물어보아야 한다. 알콜에 대해서도 섭취한 양과 기간 및 동반 투여 약제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B형간염에 대해서는 모계 및 형제들에 대한 가족력을 반드시 확인하고 과거 신체검사나 헌혈에서 간염이 발견된 적이 있는지, 예방접종을 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아야 한다. 환자가 50세 이하인 경우, 과거 A형간염 예방접종력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자가면역간염이나 윌슨병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자가면역 질환의 병력과 윌슨병의 가족력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급성 간부전에서 고열은 매우 드물므로 감염성 질환(렙토스피라증 등)이 원인이거나 감염성 합병증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 신체검사에서 피부 발진이 있으면 특이 약물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급성 간부전에서는 대부분 간의 크기가 줄어드는데, 반대로 간종대가 있으면 버드-키아리증후군이나 말초림프종 등의 침윤성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의식변화가 있거나, 활력 징후가 불안정한 환자, 신부전이나 저산소증, 저혈당증 등이 있는 모든 환자들은 중환자실로 입원해서 모니터해야 한다. 급성 간부전 환자는 불과 수시간 내에 뇌부종과 뇌헤르니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단과 동시에 가장 가까운 간이식센터와 접촉하고 환자를 옮기는 것이 좋다. 환자를 옮길 때는 압력의 변화가 비교적 적고 신속한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구급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2. 원인에 따른 해독제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간부전에서는 그 해독제인 N-acetylcysteine(NAC)을 신속히 투여해야 한다. NAC는 체내에서 글루타치온(glutathione)으로 변환되는데, 글루타치온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 중간대사산물인 N-acetylpara benzoquine imide(NAPQI)와 결합하여 독성을 제거한다. 뿐만 아니라, 글루타치온은 유리산소기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지닌 항산화물질이다. NAC는 아세트아미노펜 섭취 후 12시간 이내에 조기에 투여할 때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NAC는 그 자체의 독성이 거의 없고 나중에 투여하여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아세트아미노펜이 원인인 급성 간부전환자들에게는 섭취 후 12시간 이상이 경과되었더라도 투여할 것이 추천된다.
NAC는 비아세트아미노펜 급성 간부전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입증된 유일한 내과적 치료 방법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다기관 연구에 의하면, 비아세트아미노펜이 원인인 간성뇌증 1~2단계의 급성 간부전 환자들에서 NAC의 투여는 비간이식 생존율을 유의하게 향상시킴이 밝혀졌다. 이런 생존율 향상 효과는 특히 B형간염이나 약물이 원인인 경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NAC는 보통 경구로 투여하는데, 140 mg/kg를 처음에 투여하고 이후 4시간마다 70 mg/kg를 17번 더 투여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이 저하된 경우에는 정주요법(intravenous)을 시행할 수 있는 데, 150 mg/kg을 5% 포도당용액 200 mL에 섞어서 1시간 동안 정주한 후, 50 mg/kg을 5% 포도당용액 500 mL에 섞어서 4시간에 걸쳐 주입하고, 이후 24시간마다 150 mg/kg을 5% 포도당용액 1L에 섞어서 총 72시간 동안 천천히 투여한다. 투여 중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구역과 구토를 호소한다. NAC는 드물게 투여 중에 아나필락시양 반응(anaphylactoid reaction)이 발생하여 혈압이 떨어지거나 흉통을 호소할 수 있다. 따라서 미리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해야하고, 투여 중 면밀히 환자 상태를 관찰하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투여를 중지해야 한다.
Amanita 속 버섯류(독우산광대버섯, 개나리광대버섯)에 의한 간손상의 경우에는 silymarin(20~50 mg/kg/day IV)과 고용량 penicillin G(300,000-1,000,000 units/kg/day IV)의 병합요법이 해독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BV에 의한 급성 간부전의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이미 대부분 환자들의 혈청에서 바이러스가 제거되어 검출되지 않으므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전향적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
3. 간성뇌증과 뇌부종의 치료
급성 간부전에서는 뇌부종으로 인한 뇌압의 상승이 가장 흔한 사망원인이다. 간성뇌증만 있는 환자들은 자연적으로 혹은 이식에 의해 간기능이 호전되면 뇌기능도 완전히 회복된다. 그러나 심한 뇌부종과 뇌압 상승이 있었던 환자들은 간기능이 호전되어도 신경학적 증상들은 좋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뇌부종의 예방과 치료는 급성 간부전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되며, 모든 치료 행위들은 뇌압을 낮추거나 적어도 올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들에게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중환자실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상체는 반드시 30° 정도로 올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각종 검사나 시술들은 매우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의 의식상태, 동공반응 등의 변화를 수시로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환자의 의식이 둔화되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돌발적인 몸동작을 하기 시작하면 간성뇌증이 제3단계로 진행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흥분에 의해 뇌압이 더욱 상승할 수 있으므로 즉시 진정제로써 환자를 안정시키고 기도 내 삽관과 기계호흡을 시작해야 한다.
제 2~3단계 간성뇌증이 있는 환자들에서는 진정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어느 약제가 가장 적합한지는 아직 잘 연구되어 있지 않지만,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계 약물들은 뇌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Propofol은 지질친화성이 강하여(lipophilic) 혈액과 뇌에 신속히 흡수되며, 뇌 대사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뇌 혈류량을 낮추어 뇌압 상승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propofol은 현재 일차 선택약으로 추천되며, 시간당 3~6 mg/kg로 정주하면 된다.
기도 내 객담 흡인(respiratory suctioning)은 한번에 15초를 넘지 않도록 하고, 미리 1-2 mL의 리도카인(lidocaine)을 기관 내로 주입해서 흡인 중에 뇌압이 상승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PEEP(positive end-expiratory pressure)은 원활한 경정맥 환류(jugular venous return)를 방해함으로써 뇌압을 상승시킬 수 있고 심박출량과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걸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적절한 산소압을 확보하기 어려워 불가피한 경우에는 2~4 mmHg 정도로 낮게 사용한다. 고질소혈증(azotemia), 소화관출혈, 패혈증, 알칼리증 등은 간성뇌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확인해서 적절히 교정해야 한다.
증상이나 징후, 검사실 소견들은 뇌압의 상승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뇌 전산화단층촬영(CT)은 진행된 뇌부종을 확인할 수는 있으나, 뇌압 상승에 대한 진단적 민감도가 낮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뇌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없다. 결국 뇌압과 뇌관류압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뇌내에 압력측정용 변환기(transducer)를 삽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압 측정 변환기를 삽입하는 것은 합병증으로서 뇌내 출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모든 환자들에서 시행할 수는 없다. 급성 간부전에서 경막외(epidural) 변환기의 합병증 발생률과 치명적인 뇌내 출혈 발생률은 각각 3.8%, 1%로 보고되어 있고 지주막하(subarachnoidal)나 뇌실질 내(intraparenchymal) 변환기의 경우에는 각각 20%, 5%로 알려져 있다.
Lactulose는 혈중 암모니아를 낮추기 위해 흔히 처방되지만, 급성 간부전에서는 lactulose를 투여하여도 간성뇌증에 효과가 없고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lactulose는 체액감소, 전해질 불균형 등을 유발할 수도 있고, 관장으로 인해 뇌압을 상승시킬수도 있다. 따라서 2~3회 lactulose 관장을 해보고 뇌증의 호전이 없으면 중단하는 것이 좋다.
두 가지 아미노산 복합체인 L-ornithine L-aspartate는 간경변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조군 임상연구에서 혈중 암모니아의 농도를 낮추고 간성뇌증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하루에 1회, 20 g을 4시간에 걸쳐 정주). 그러나 최근 급성 간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혈중 암모니아치를 낮추거나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시키지 못하였다.
급성 간부전에서는 뇌혈류의 자가조절 기전(autoregulation)이 상실되어 뇌혈관 확장이 초래된다. 과호흡은 동맥 저탄산혈증(hypocapnia)을 유발하여 뇌혈관의 자가조절 기전을 회복시킬 수 있으므로, 동맥 이산화탄소 농도가 25~30 mmHg 정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그러나 과호흡은 뇌압의 상승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하고 상승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뇌압이 급격히 상승할 때 단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
과호흡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압이 25 mmHg 이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일단 악화 요인을 찾아서 교정하고 동시에 mannitol을 투여해야 한다. Mannitol은 1회에 1~2 g/kg을 20% 용액으로 정주하는데 보통 뇌압을 낮추기 위해서는 2-3번 투여해야 한다. Mannitol은 뇌 모세혈관의 삼투압을 증가시킴으로써 뇌부종을 흡수하여 뇌압을 낮추는데, 혈청 삼투질 농도(osmolarity)가 320 Osm/L 이상으로 상승하면 효과가 없다. 따라서, 2회 이상 투여하는 경우에는 혈청 삼투질 농도를 확인하여 320 Osm/L 이상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뇌압이 이미 60 mmHg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에는 투여하여도 별로 효과가 없다. 신부전이 있는 경우에 mannitol을 투여하면 오히려 뇌압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고장 식염수(hypertonic saline)를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중등도의 고나트륨혈증(145~155 mmol)을 유지함으로써 뇌부종을 예방하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중등도의 고나트륨혈증은 혈관과 세포 외 용적 그리고 세포 내 용적간에 새로운 삼투압 경사를 만들어서 뇌부종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급성 간부전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저나트륨혈증이 있는 상태이므로 혈청 나트륨 농도를 급격히 올리는 것은 오히려 중추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위의 방법들로도 뇌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thiopental sodium(185~500 mg을 15분에 걸쳐 정주)을 투여하여 뇌혈관 수축을 유도함으로써 뇌압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 약제는 전신 동맥압도 낮춤으로써 뇌관류압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그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투여 용량은 뇌관류압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50~65 mmHg) 모니터하면서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thiopental sodium으로 인해 유발된 혼수에서는 EEG로도 뇌사와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간이식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미 간이식을 시행하기로 결정된 환자에서 뇌압의 조절이 극히 어려운 경우 등 제한된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급성 간부전에서 중등도의 저체온증(hypothermia)을 유지하면(32~33°) 전신 및 뇌 대사량을 낮추고 동맥 암모니아치를 감소시키며 뇌 혈관 자가조절기전을 회복시킴으로써 뇌압을 낮출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여러 동물실험 및 소규모 임상시험들에서 저체온증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경우에 뇌압 상승의 예방과 치료 모두에서 효과가 있었다. 이 방법은 앞으로 잘 계획된 연구에서 효과가 검증되어야 하겠다.
4. 경련에 대한 치료
급성 간성뇌증과 뇌부종에서는 만성 간질환에서와 달리 국소성 혹은 전신성 경련이 빈번히 나타나고, 경련이 발생하면 뇌부종은 더욱 악화된다. 제3~4단계 뇌증에서는 경련이 발생하더라도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뇌파검사(EEG)에서만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의 대조군 연구에서 예방적으로 phenytoin을 투여하여도 뇌부종이나 경련을 감소시키지 못하였고, 생존율도 개선시키지 못하였다. 따라서 예방적 항경련제의 사용은 추천되지 않는다.
5. 심혈관계 및 혈역동학적 치료
급성 간부전에서 혈량이 과도하게 감소하면(hypovolemia) 심박출량과 조직관류량, 산소 공급 등이 감소하고 따라서 락트산증(lactic acidosis)과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에 혈량이 과다하면(hypervolemia) 고혈압과 뇌압 상승, 폐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혈관 내 용적을 유지해야 하며, 모든 환자들에서 중심정맥 삽관을 통해 중심정맥압을 모니터하고 8~10 cmH2O로 유지해야 한다. 보다 진행된 환자들에서는 Swan-Ganz도관을 삽입하여 폐동맥 쐐기압을 측정하여 8~12 mmHg로 유지할 것이 추천된다. 수액의 투입량과 배출량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심박출량은 부정맥이 발생하면 현저히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모니터해야 하며, 일단 부정맥이 발생하면 전해질이나 산-염기 불균형이 있는지 확인하고 교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중등도의 빈맥(tachycardia)을 나타내어 심박출량을 유지한다. 그러나 심박수가 분당 180회 이상으로 증가하는 부정맥이 발생하면 오히려 심박출량이 감소하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성 서맥(sinus bradycardia)이 발생하는 경우는 심한 뇌압의 상승이나 말기 간부전으로 진행하지 않았는지 의심해야 한다.
폐동맥 쐐기압이 정상이고 부정맥이 없는데도 동맥 혈압이 감소하면 일단 패혈증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혈액배양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승압제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승압제로는 dopamine이나 norepinephrine이 말초혈관과 심근수축을 모두 촉진하므로 가장 흔히 이용된다. 이런 승압제는 혈압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이미 존재하는 말초혈관병증에 의해 말초 조직으로의 산소 전달, 섭취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6. 신부전(Renal Failure)에 대한 치료
급성 간부전 환자들 중 약 40~80%에서는 신부전이 발생하며, 뇌증을 악화시키므로 불량한 예후인자로 작용한다. 혈중 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BUN)는 간내 질소 생산이 저해되어 있으므로 신부전의 중증도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 신부전이 발생하는 네 가지 주요 원인은 체액감소로 인한 신전 질소혈증(prerenal azotemia), 급성 세뇨관괴사(acute tubular necrosis), 패혈증, 간-신증후군(hepatorenal syndrome) 등이다. 간부전 환자에서 신부전은 대개 뇌증이 진행된 후에 발생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이 원인인 경우에는 직접적인 신독성에 의해 처음부터 신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신부전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역적인 악화 요인이 있는지 잘 찾아보고 교정해야 한다. 핍뇨가 발생한 초기에는 furosemide나 저용량 dopamine(2~5 mg/kg/hr IV)을 사용하여 소변량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된 경우에는 고용량의 furosemide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으므로 중단해야 한다. Vasopressin이나 Glypressin은 고암모니아혈증과 뇌혈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뇌압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증명되어 있으므로 간-신증후군이 의심되더라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Furosemide나 저용량 dopamine에 반응이 없이 핍뇨가 지속되거나 고질소혈증이 발생하면 continuous veno-venous hemofiltration(CVVH)이나 continuous arterio-venous hemofiltration(CAVH)을 시작해야 한다. 혈액투석(hemodialysis)은 혈압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혈액으로부터 urea를 제거하여 삼투압을 급격히 떨어뜨림으로써 뇌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CVVH나 CAVH 적용하는 경우 매우 주의해야 할 점은, 처음에 일거에 혈청 삼투질이 제거되면서 뇌부종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12시간 정도는 체액 배출량과 혈청 삼투질 제거량을 최소한으로 하여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혈청 삼투질 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면 mannitol을 투여하여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7. 호흡기계 합병증에 대한 치료
급성 간부전의 초기에는 중추성 과호흡(central hyperventilation)으로 인해 분당 호흡수가 증가하고 호흡성 알칼리증이 나타난다. 뇌압이 상승하면 호흡수는 갑자기 심하게 증가하는데, 이것은 곧 이어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부전이 진행하면 환기/관류 불균형(ventilation/perfusion mismatch)이 발생하여 저산소혈증이 나타난다. 환기/관류 불균형은 체액 용적 과부하(volume overload), 폐내 동정맥 단락 발생, 폐 모세혈관 투과성 증가, 폐렴, 좌심실 부전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각각의 환자들에서 이런 요인들이 다양하게 조합되어 나타난다.
폐부종으로 인한 저산소증이 발생한 환자에서 폐동맥 쐐기압이 정상(18 mmHg 이하)이면 급성호흡부전증후군(ARDS)으로 진단할 수 있다. 급성 간부전에서 ARDS는 전신염증증후군(SIRS)의 호홉기계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간이식의 부적응증이 된다. ARDS가 발생하면 기계호흡을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평균 기도압(mean airway pressure)이 증가하게 되고, PEEP을 높여야 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경정맥압을 증가시켜 뇌부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가 매우 어렵게 된다.
8. 감염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
급성 간부전 환자들은 옵소닌(opsonin)과 보체(complement)의 기능이 떨어져 있고, 백혈구와 쿠퍼세포(Kupffer cell) 및 세망내피계(reticuloendothelial system)의 기능도 떨어져 있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감염증에 취약하다. 세균 감염증은 약 80%의 환자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폐렴(50%), 패혈증(26%), 요관 감염증(22%)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원인균은 그람 양성 구균들(전체 세균 감염의 61~80%를 차지)인데 Staphylococcus aureus 감염이 가장 많고, Staph. epidermidis와 Streptococci 들이 다음으로 흔하다. Escherichia coli, Pseudomonas aeruginosa, Klebsiella 종 등 그람음성균들도 나머지 원인균을 차지한다. 진균 감염증도 약 1/3의 환자들에서 발생하는데, 입원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한다. 캔디다 감염증(Candida albicans)이 가장 흔하다.
급성 간부전의 감염증 관리에서 당면하는 문제는 발열, 백혈구 증가 등 전형적인 감염의 징후가 약 30% 정도의 환자들에서는 나타나지 않아서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환자들에서 처음부터 혈액, 소변, 객담배양검사와 흉부방사선검사를 포함한 각종 감시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예방적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감염성 합병증의 발생을 현저히 줄이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으므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 현재 추천되는 방법은 3세대 세팔로스포린 항생제 정주와 norfloxacin(400 mg/day)과 fluconazole을 경구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9. 혈액응고장애에 대한 치료
프로트롬빈시간의 연장과 각종 혈액응고인자들의 감소는 급성 간부전의 특징이면서 예후를 예견하는 지표다. 따라서 신선동결혈장은, 출혈성 합병증이 있거나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기 전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무증상인 경우에는 투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혈소판도 감소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출혈이 없으면 보충할 필요가 없다.
가장 흔한 출혈 부위는 위와 상부십이지장 점막이다. 그러므로 모든 환자들에게 H2-수용체 길항제나 proton-pump inhibitor 그리고 sucralfate를 예방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10. 대사성 합병증에 대한 치료
간부전에서는 대부분 약제들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고 독성으로 인해 간부전이 더 진행할 수 있으므로, 약제 사용은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와 aminoglycoside계 항생제는 신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해야 한다.
간은 탄수화물, 아미노산, 단백질, 지질 등의 대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데, 급성 간부전에서는 이런 대사기능이 심하게 교란되어 저혈당증(hypoglycemia)이 흔히 발생한다. 저혈당증은 포도당신생(gluconeogenesis)과 간내 당원(glycogen) 저장이 감소함으로써 발생한다. 따라서 혈당을 정기적으로 모니터해서 100 mg/dL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저나트륨혈증도 흔히 발생하고 뇌압을 더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교정하여야 하고, 3~5% 식염수를 사용하여 145~155 mmol/L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급격한 나트륨 농도의 상승은 뇌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급성 간부전의 초기에는 중추성 과호흡(central hypreventilation)으로 인해 호흡성 알칼리증(respiratory alkalosis)과 저칼륨혈증이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간부전이 진행될수록 조직 내 저산소증(tissue hypoxia)으로 인해 락트산증(hyperlactatemia)과 anion gap이 증가하는 대사성 산증이 발생한다. 혈중 락트산 농도가 5 mM 이상으로 증가하면 예후가 불량함을 시사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간부전의 원인인 경우에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대사성 산증(metabloic acidosis)이 조기에 발생하며, pH가 7.3 이하인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그 외에도, 저인산혈증(hypophosphatemia)과 저칼슘혈증, 저마그네슘혈증도 빈발하고 의식과 호흡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교정해야 한다.
11. 영양 공급
급성 간부전은 급성 질환이므로 대부분 환자들의 초기 영양상태는 양호하다. 그러나 간기능이 악화되면서 급격히 이화대사상태(catabolic metabolism)로 진행하므로, 체세포 손실을 막고 간세포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영양 공급을 해야 한다.
열량 공급의 목표는 하루에 체중 kg당 35~40 kcal를 공급하는 것이다. 비위관 등을 통한 경구 투여는 위장관 출혈이나 장 마비(ileus) 등으로 인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포도당은 지속적으로 주입하여 저혈당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지질 용액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미노산 제제는 혈중 암모니아 농도를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모니터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 지지요법(Liver Support Devices)
간의 수많은 기능들 중에 단백합성능(synthetic function)은 외부에서 각종 단백질을 보충함으로써 쉽게 교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공적 간 지지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의 배설능(excretory function)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간 지지요법은 사람 혹은 돼지의 간세포를 이용하는 bioartificial liver와 간세포를 사용하지 않는 artificial liver로 대별된다. 현재 상용화되어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것은 artificial liver인 molecular adsorbents recirculating system(MARS)가 유일하다. MARS는 알부민을 이용하여 체내의 각종 독성물질을 분리, 배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MARS의 효과는 아직 만성 간질환의 급성 악화(acute on chronic liver failure, ACLF)에서만 증명되어 있는데, 소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생존율을 적지만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급성 간부전에서는 대조군이 없는 몇 개의 소규모 연구들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간이식술을 대체할 정도의 효과는 없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어서, 간이식으로 가는 가교치료(bridging therapy)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간이식술
간이식술은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시킬 수 있는 확실한 치료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급성 간부전 원인의 약 90%가 불량한 예후와 관련이 있고, 환자의 병세는 일반적으로 매우 급격하게 진행하여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적합한 시간이 제한적인데, 뇌사자 공여간은 매우 드물어서 생체 부분간이식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자가 아직 이식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더라도 가능한 공여자를 조기에 확인하여 준비를 해 두고 이식팀을 환자의 평가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
간성뇌증이 3~4단계에 이른 경우 자연 생존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진행된 급성 간부전 환자들에서 응급 뇌사자 간이식 혹은 성인 간 생체 간이식술(adult to adult living-donor liver transplantation)은 급성 간부전 환자들에서 단기 및 장기 생존율을 분명히 증가시킴이 증명되어 있다. 그러나 다장기부전과 대사성 산증이 진행된 상태일수록 술후 예후가 나쁘다. 따라서 급성 간부전으로 진단하는 즉시 응급 간이식을 위한 준비를 신속히 실시하고, 간성뇌증이 3~4단계 이상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응급 간이식을 즉각 시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전략이 될 것이다.
결 론
급성 간부전은 드물지만 치명적인 질환이다. 원인이 예후 판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우리나라 환자들의 경우 약 90% 정도의 원인이 불량한 예후와 관련 있다.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뇌부종, 전신감염증, 다장기부전으로서 철저한 예방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NAC를 간성뇌증의 초기 단계에 투여하면 비이식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진행된 환자들의 경우 생존율 향상이 입증된 유일한 치료는 간이식술 뿐이므로 진단 시점부터 내-외과간의 신속하고 긴밀한 협진이 필요하다.
대한간학회지 / 16권 1호
▶ 간부전 환자에서 MARS(R) (Molecular Adsorbents Recirculating System)을 이용한 체외 간 지지요법의 유용성과 안정성에 대한 예비 결과
[PDF] 간부전 환자에서 MARS (Molecular Adsorbents Recirculating Syste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