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에서 가져와 평어체임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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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7월은 이번 캠핑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중순경부터 다시 오픈 일정때문에 주말도 없는 강행군이 시작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떠난 날만은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2009년 7월에 단 한번이라도 떠날 수 있었다는 건 하늘이 날 불쌍히 여긴 결과일지도... 실제로 집에 돌아온 오후부터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튼 이번 일정은 전과 같이 토, 일이 아니고 금, 토로 가기로 했다.
마침 나는 오전근무 이벤트, 친구는 회사에서 조퇴가 가능하다 해서 빨리 출발한다면 일요일은 내내 쉴 수 있도록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해도 꽤 길어졌으니 가까운 자연 속으로,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전제 하에서..
그래서 나와 친구, 이번에 같이 가게 된 친구의 회사 후배까지 세명은 양평 천진암으로 떠났다.
뭐, 빨리 떠나기로 했지만 장도 보고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 실제로 떠난 것은 5시 30분이 넘어서였다.
서울에서 팔당을 지나 천진암 부근에 도착한 것은 7시쯤 되었다.
나무가 많아지니 바람도 제법 시원해지고 드디어 도로 옆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이 보인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유속도 꽤 되어보였다. 아무튼 다리를 건너고...
점점 깊이 올라간다. 펜션이나 식당이 꽤 보였지만 더 올라갈수록 그런 곳은 줄어들어갔다.
문제는, 계곡 옆에 자리를 펼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보인다. 그래도 나오겠지 하고 천진암 성지까지 갔으나, 특별히 자리를 펼만한 장소는 찾아내지 못하였다.
결국은 또 산속인가.. 하면서 좁은 골목길로 접어든다.
좁은 길을 따라 꽤 긴 거리를 올라간다.
이렇게 수풀로 우거진 길을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텐트를 펼 정도의 장소는 보이지 않는다. 길 한가운데를 막고 텐트칠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도 어쨌든 자리를 찾지 못하면 잘 수도 없다.
옆길에는 하얀 꽃을 피운 이름 모를 키다리꽃이 빼곡히 차 있고.
결국 거의 언덕 정상에 다다라서야 위의 장소를 찾아내고 자리를 펴기로 한다.
여기도 길이었던 것 같지만, 최근에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거의 올라오진 않는 것 같다.
위쪽으로는 울창한 숲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개울이 흐른다. 계곡을 찾아 왔으나 계곡 옆에 장소를 찾지 못했던 우리에게 이 개울은 꽤나 기분좋은 보상이 되었다. 개울 안쪽으로 누군가 버리고 간 고무다라를 줏어 씻어내고 대야로 삼기로 했다.
역시 여기도 비가 와서인지 물이 시원하게 콸콸 쏟아져내리고 있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가보니 시원한 느낌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좋았다. 우선 이 물에 술과 물통을 담가두었다.
아직 텐트를 치지도 못했는데 날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역시, 아무리 낮이 길어졌어도 숲 속의 밤은 빨리, 갑자기 찾아온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음식을 준비한다.
오늘의 메뉴는 부대찌개와 닭봉 고추장 구이. 하지만 시간이 없어 정신없이 준비에 열중하느라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우선 밥을 하고 부대찌개를 끓인다. 밥과 찌개를 끓이는 동안에는,
도착하자마자 우유에 재워두었던 닭봉을 다시 고추장 양념에 재워둔다. 우유에 닭을 재우면 잡냄새를 없애고 고기가 연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끓인 부대찌개를 불에 올려놓고 밥을 먹었을 때에는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부대찌개를 만드는 과정을 찍지 못해 못내 아쉬운 기분이 든다. 재료도 제대로 준비했는데..
그래도 친구들이 부대찌개는 돈받고 팔아도 되겠다고 하면서 맛있다고 해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하하.
이제부터 랜턴의 힘을 빌려야 할 시간이다. 나뭇가지에 카라비너를 이용해 랜턴을 걸고, 반사판을 만들어 뒤에 걸었다.
철사 옷걸이를 이용한 반사판은 그냥 쿠킹호일의 반짝이는 면을 걸어둔 것인데, 짐을 싸면서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어 본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ㅜㅠ
고기를 재우는 동안 부대찌개와 함께 음주는 시작되고, 두부만 남았다.
본격적으로 바베큐 타임 시작!! 닭봉은 양념인 탓에 직화에는 탈 것 같아 호일을 깔았다.
하지만 결국 기다림을 참지 못한 우리는 직화구이를 시작. 나름 잘 구워지고 있다.
맛있는 안주에 흥겨운 분위기로 술이 술술 들어간다.
이미 얼큰하게 표정이 풀어져 있는 나와,
이번에 새로 만난 친구. 뭔가 표정이 진지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불도 이제 거의 숯이 되어가고, 감자를 꺼내본다.
플래쉬를 터뜨렸더니 감자의 단면이 다 날아가버렸다.
친구 둘은 감자를 눌러 살이 삐져나오는 홈쇼핑의 연출을 흉내내며 낄낄대고 있었다.
텐트 위를 기어가는 거미친구, 같이 놀고 싶었나보다.
소주를 1.8리터짜리 한통을 들고 갔으나, 역시 양이 부족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밤중에 흐르는 개울에 발을 담가본다.
발을 담그며 텐트쪽을 바라본 모습. 멀리 빛나는 랜턴이 마치 달처럼 보인다.
이렇게 밤은 또다시 깊어가고
텐트 위로 빛이 비친다.
일찍 일어난 친구는 전날 남은 콩나물과 파를 넣어 시원한 해장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라면을 먹고 나니,
그제서야 텐트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전날은 정신도 없고 날도 어두워 몰랐지만 바로 앞에 산딸기가 열려 있었다.
이렇게 양옆에 텐트를 지고 그 사이에서 불을 피워 고기와 술을 마신 것이다. 뭐랄까, 꽤 아늑한 느낌이었다.
개울가에서 얼굴에 물이라도 묻히려 나가는데, 옆에서 조그마한 두더지가 꿈틀대며 땅을 파고 들어간다.
얼른 사진기를 들이댔으나, 이미 두더지는 굴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굴만 찍혔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텐트를 정리하고, 차를 타고 나오며 이번의 일정도 끝이 났다.
역시 즐거운 캠핑이었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온다. 처음에는 그저 자리를 찾고 불을 피우고, 맛있는 음식과 술,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이면 즐거웠지만 이제는 이게 다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새로운 컨셉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또 한단계 올라갈만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이에 대한 고민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엇이 될 지는 아직 나도 모르지만 말이다.
첫댓글 데이워커님의 세번째 후기네요..^^ 제가 보기에는 적당히 부쉬크레프트 스러움..캠핑이고 멋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닌것 싶으시면 조금이라도 트레킹을 해보심이 어떠신지요? ㅋㅋ 바닥을 파고 불을 지펴서 이것저것... 궈 드시는 모습이 언제나 인상적입니다.^^
다섯번째인데요..ㅠㅜ 말씀하신 것처럼 좀 더 트레킹에 무게를 두던가 뭔가를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조금이라도 걷지를 못했으니.. 고민중입니다. 조언과 칭찬 감사드립니다.^^
아는척 하다가ㅋㅋ..
사진의 칼라는 완전한 '현재'이지만...스타일은 완전 '복고반', '현재반'인듯한 데이워커님만의 분위기의 후기. 오래전은 아니지만 총각때 친구들과 함께 몇 차례 해보았던 기억이...스치기도 하면서... 즐감.^^하고 갑니다.
스타일이 복고스러운가요? 하하^^ 답글 감사드립니다~
반사판 대박입니다~^^ 닭봉요리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후기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ㅎㅎ 닭봉 맛있어요.^^
우유에 닭고기 재웠다 양념하는건 오늘 처음 았았네요후기 항상 잼나게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더 재미있는 후기로 올게요..ㅎㅎ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나름의 컨셉이 멋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옛날 생각나는 캠핑입니다...^^ 흙 위에 놓여있는 버너와 다양한(?) 장비들,,,, 나름 멋지군요^^
몰랐는데 꽤나 구식 컨셉인가보네요.^^ 많이들 옛날 생각이 나신다고들..ㅎㅎ
데이워커님의 얼굴이 빠알간 사과처럼 ㅎㅎ 구운감자 정말 버터바르면 맛있는데 ~갑자기 먹고싶어지네요 콩나물 넣은 해장라면 국물이 없어진걸보니 전날 빠라삐리뽀가 과했을거라는 ㅋ
제 얼굴에 버터를 발라 굽고싶다 하신 줄 알고 허걱~!! 술은 과하지 않았는데 면이 국물을 다 먹어버렸습니다.ㅎㅎ ^^
사진 속에서 한참 두더쥐 찿았습니다....글 끝까지 보았어야 하는데...ㅎㅎ
두더지가 생각보다 무지 빠르더라구요. 꼬챙이로 잡아볼까 했지만 집을 망가뜨리기 싫어서...^^;;
저녁먹으며 반주도 한잔했건만 닭봉요리보니 입안에 침이가득... 멋진모습이네요.
한잔 더 하심이...^^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 천진암이 양평쪽이 아니라 남한강 남쪽 내륙 아닌가요?
구획상으로는 경기 광주 퇴촌면에 속해 있습니다. 팔당에서 동남쪽이라 해야 할까요.. 천주교 성지이고, 양평에서 가까워서 제목을 이렇게 했습니다.^^
예전에 한참 투어 다닐때 국도로 양평을 가자면 어느 산언덕에서 이정표로본듯해서 여쭤봤습니다. 양평은 제가 잠깐 군복무 했던곳이라 참 애착이 가는 지역이에요.절도 많고 해서 다른 천진암이 있나 했습니다^^
퇴촌에서 양평 빠져나가는곳,,차량 통행이 많조,,저도 자주 지나치는 곳입니다만,,언제나 추구 하시는 컨셉이? 데이워커님 스탈ㅎㅎ
ㅎㅎ좀 더 거칠게 해야 하는데 여건이나 능력이 받쳐주질 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