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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캠프 식스』 프랑크 스마이드. 김무제 번역. 하루재 클럽. 글. 이용대
성공할 뻔했던 원정
『캠프 식스 CAMP SIX』는 프랭크 스마이드(Frank S. Smythe)가 펴낸 1933년 영국 에베레스트원정대의 등반기록이다.
초등이 이루어지기 20년 전의 일이다. 프랭크 스마이드(이하 스마이드)는 등반 파트너였던 에릭 십턴이 컨디션 난조로 돌아서자, 이전에 어느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에베레스트 8560m 지점까지 혼자서 올랐다. 로프도, 산소도 없이 악천후를 뚫고 혼자서 이루어낸 그의 등반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지친 나머지 등반을 포기한다. 에베레스트 등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도 중 하나였다.
당시 이 원정에 참가했던 스마이드는 1933년의 원정은 거의 성공할 뻔했던 원정이었다고 말한다. 웨이저와 윈 해리스가 캠프6 (8350m)를 출발한 후 정상을 270m 남긴 지점에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84년 전. 영국 에베레스트원정대는 인도의 다질링을 출발하여 티베트고원을 가로질러 롱북 빙하에 이르는 기나긴 북방루트를 통해 베이스캠프에 이른 후 고도 8570m까지 무산소로 진출한다.
맬러리 실종 9년 후에 이루어진 1933년의 원정대는 1924년의 원정대와 비교해 달라진 장비가 없었다. 다만 무선통신장비를 도입한 것이 새로운 것이었다. 히말라야에서 최초로 무선통신장비를 사용한 덕분에 뉴스를 언론사에 보내거나 캘커타에 있는 알리포어 관측소로부터 매일 기상예보를 수신하는데 사용했지만 결국 이들은 악천후 때문에 등정에 실패한다.
스마이드는 1927년부터 20여 년간 등산 활동을 하면서 27권의 산악명저를 남겼는데 『캠프식스』는 1937년에 출간됐다. 그는『칸첸중가 모험The Kangchenjunga Adventure』,『카메트 정복Kamet Conquered』등 여러 권의 저서와 사진집을 남겼다. 그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꽃의 계곡The Valley of Flowers』은 하루재클럽을 통해 이미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알려졌으며, 《산의 영혼 The spirit of the hills》과 《산의 환상The Mountain vision》은 수문출판사에 의해 소개된바 있다.
스마이드는 지칠 줄 모르는 작가였다. 그는 윔퍼 이래로 가장 활발하고 인기 있는 작가였다. 그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 즉 책, 신문, 사진과 라디오를 통하여 자신이 체험했던 모험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드렸다. 그가 쓴 『칸첸중가 모험』은 모리스 에르조그가 쓴 『초등 안나푸르나 Annapurna, premier 8,000』가 나오기 전 까지는 히말라야를 다룬 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꽃의 계곡』, 『산의 환상』, 『산의 영혼』에서는 등반보다는 산에 대한 명상과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고, 『꽃의 계곡』이 7,000미터 급 고산에서의 등산 활동을 보여주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자의 8000m급 고산 등반능력과 활약상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캠프 식스』는 그의 고산등반활동의 진면목을 면밀히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산에 오르며 느끼는 많은 경험을 인생과 비유하며 깊은 성찰을 갖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안락함과 평온함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작가다. 그의 저서들은 어느 문학작품 못지않게 문장이 수려하고 우리의 영혼에 여유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그는 49세라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저술활동과 눈부신 등반활동을 했다.
『캠프 식스』는 그가 마지막 캠프에서 썼던 일기를 토대로 저술했으며, 등반의 극적인 상황과 산의 풍경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했다. 산악문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에베레스트와 그곳에서 이루어진 초기원정의 위험과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1930년대 훌륭한 등산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스마이드는 초창기 고산등반 발전에 중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27년과 1928년 두 번에 걸쳐 몽블랑의 브렌바 벽 등반으로 알프스 등반에 크게 기여했고, 1930년 디렌푸르트(Dyhrenfurth)가 이끄는 국제칸첸중가 원정에 참여했으며, 1931년 에릭 십턴과 셰르파 레와(Lewa)와 함께 가르왈 히말라야의 카메트(7,756m)를 초등한다. 이는 당시까지 인간이 오른 가장 높은 산이었으며, 중요한 초등기록에 셰르파가 낀 첫 번째 경우이기도하다. 카메트 초등은 세계 등반사 100대사건중의 하나로 등산역사에 기록된다. 이어 1933년과 1936년, 1938년에 에베레스트 원정에 연속 참가했다. 1937년에는 가르왈 히말라야에서 마나피크(7,272m), 닐기리파르바트(6,481m)를 초등하는 등 여러 고봉을 ‘경량속공등반’ 방식으로 등정했다. 세계2차 대전 중에는 산악훈련 교관으로 근무하였다.
직선거리 150Km의 멀고 험난한 대장정.
영국원정대가 1924년 3차 원정을 끝낸 후 1933년의 4차 원정을 재개하기 까지는 9년이라는 공백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티베트의 달라이라마가 입국 허가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에베레스트 4차원정대는 1933년 3월 3일 인도 다질링을 출발한다.
이들은 티베트 평원을 가로질러 롱북 계곡에 이르기까지 직선거리 150km(약 400km)의 멀고 험난한 대장정을 45일 만에 마무리한다.(156쪽. 카라반 루트참고)
그들이 행군한 카라반 루트는 다질링(1933년3월3일)-춤바탕- 야퉁-가우차-파리쫑-룬제부르-림부-타창-캄파종-텐게쫑-도첸-트랑소 춤바브-봉추계곡-쉐카르쫑-판글-타쉬쫌-초쫑-롱북(4월 18일)- 베이스캠프다.
카라반 도중 원정대원들은 1921년 1차 원정 때 캄파종을 16km남긴 곳에서 사망한 켈라스(Kellas)박사의 무덤을 찾는다. 그는 영국 에베레스트 도전 32년의 역사 가운데 첫 희생자가 된 사람으로 히말라야 경험이 많은 산악인이었다. 1921년에 세운 비석이 조각나, 사암으로 된 석판을 다시 세우면서 “옴 마니 반메 훔Om Mani Padmi Hum(연꽃 속 보배에 대한 찬가)”이라 는 불교의 기도문을 비문으로 남겼다.
당시만 해도 서양의 기계문명은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경이와 흥분의 대상이었다. 저녁시간 캠프에서 틀어놓는 축음기의 음악과 발전기의 소음. 무선장비에서 나오는 찍찍 대는 잡음을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기계로 생각하고 두려워했다. 행군도중 원정대는 유명한 수도원인 쉐카르쫑도 둘러본다. 히말라야와 관련된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수도원의 사진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캠프 식스』에서는 치열한 등반 과정은 물론이고 등반대상지로 이동하는 머나먼 캐러번 과정 중에 만나는 지역의 풍물이나 기후, 고도차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 상. 원주민의 외관, 불교사원. 의상, 생활방식, 관습. 종교는 물론이고 짐꾼과 대원. 짐 운반용 조랑말과 경비견들의 사소한 행동이나 성격, 심리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원정용 짐 지킴이로 구입한 경찰이란 별명의 사나운 개는 대원들을 쫓아 캠프 2까지 오른 뒤 크레바스에 빠져 죽는다. 물건을 훔친 짐꾼을 가죽채찍으로 체벌하는 수송담당자의 야만적인 횡포 등 『캠프 식스』는 단순 등반보고서의 성격을 넘어선 흥미로운 줄거리와 주제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 발견된 의문의 피켈
휴 러틀리지(H. Ruttledge)가 지휘하는 1933년의 원정대는 에릭 십튼을 위시하여 노련한 산악인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웨이저와 해리스가 무산소로 8,570m까지 진출했으나 정상부의 암・빙벽 지대에서 되돌아섰다. 그들이 등정에는 실패했으나 제2스텝(8,680m)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서는 큰 성과였다. 그들은 퍼스트스텝(8,568m)에서 동쪽 250m 능선으로부터 18m 아래 떨어진 지점에서 1924년에 실종된 어빙의 윌리쉬 오브 태쉬(Willisch of Tasch) 피켈을 발견 한다. 이 피켈은 처음엔 말로리 것으로 여겨진 채 영국 산악회 도서실 벽에 걸린 채 방치되었다가 38년 만에 피켈의 주인이 어빈의 것임이 밝혀졌다. 피켈 자루에 새겨진 세 줄의 표시는 평소 어빈의 아버지가 지휘봉에 새겨 놓은 표시를 모방해 어빈 자신이 자기물건에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표시해왔기 때문에 어빈의 것으로 밝혀졌다.
피켈에 대한 논란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66년 동안 뜨거운 논란을 일으켜왔다. 북동릉 사면 아래 18m지점이자 퍼스트스텝 동쪽 230미터 지점에서 발견된 그 피켈은 바위 턱이나 크랙이 없는 평편한 바위지대 위에 피켈 자체의 무게만으로 놓여 있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바람이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으로 부는 것을 감안하면 바람의 저항을 거의 받지는 않고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피켈이 발견된 지점은 그곳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태풍같이 강력한 바람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는 해도 어떻게 그 피켈이 그곳에 있게 되었을까? 이 문제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맬러리의 정상등정 여부를 풀 수 있는 일이니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등산가들은 맬러리와 어빈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했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여러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정말로 그 피켈이 사고가 일어난 현장을 표시한다면, 또 다른 흔적이 옐로밴드 아래쪽의 부서진 바위들과 눈, 무너져 내린 바위 부스러기로 된 비탈면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야한다고 스마이드가 말한 것처럼 이런 사실은 1999년 5월 1일 미국 산악인 콘래드 앵커가 이끄는 맬러리 어빈 조사단이 75년 만에 맬러리의 시신을 이 근처에서 발견한다. 두 사람은 하산도중 떨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정상에 올랐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조지 맬러리, 어느 누구도 등반가로서 그만큼 많은 이야기와 미스터리를 남긴 예는 없다. 마침내 그의 시신이 발견됨으로서 1924년 에베레스트 비극의 실마리가 비로소 풀렸다. 맬러리 수색대는 시체 발견 후 『Ghosts of EVEREST』란 보고서를 펴낸다.
1933년의 원정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이 쌓아 올린 경험이 1953년 초등대의 성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를 패배시킨 것은 날씨였다.
스마이드는 4차 원정을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소견을 남겼다.
“에베레스트 등정에는 해결해야 할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등반 자체의 어려움인데 8,500미터에서는 이것이 상당히 크다. 둘째가 고도이고, 셋째가 날씨다.
첫째, 둘째 문제는 기술과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날씨는 변함없이 예측 불가능한 문제로 남을 것이다. 1933년 원정대가 인간이 인공적인 보조기구 없이8,500미터 위쪽의 희박한 공기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기는 했지만, 1933년의 에베레스트는 폭풍과 추위로 이어지는 악천후가 계속되어 대원들을 괴롭혔다. 설맹 방지용 안경을 써도 눈이 아프고 관절은 감각을 잃어갔으며,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추위와 폐까지 파고드는 얼음 같이 차가운 공기였다. 결국 우리들을 패배시킨 것은 날씨였다“.
에베레스트는 그들을 불청객이라 여겼고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다. 살을 에는 추위와 갑작스레 몰아치는 폭풍설 속에서 에베레스트는 그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결국 그들은 기상이라는 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마이드는 생전에 세 차례나 에베레스트에 갔지만 단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1956년에 발간된 『캠프식스』재판의 서문을 쓴 에베레스트 초등대의 대장 존 헌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스마이드가 친구였던 것을 영광으로 안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1953년 5월 29일의 초등을 어떤 식으로 축하해 주었을까”그 점이 궁금하다고 했다.
1950년 티베트가 문을 닫고 남쪽 네팔이 문호를 개방하자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고지대까지 항공기가 짐과 사람을 실어 나르면서 멀고 험난한 카라반은 생략되는 시대가 되었으니 84년 전의 대장정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영국원정대는 네팔개방 전까지 17년 동안 일곱 차례나 멀고 먼 북방루트를 이용했다. 1921년부터 32년간 멀고 험한 길을 암중모색해온 영국원정대의 분투는 진정한 알피니즘의 구현이 라 할 수 있다.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캠프식스 기대됩니다^^
책이 도착할 날을 고대합니다.
멋진 책이 나왔군요~~~
저도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김무제선배님 다시한번 볼 수 있겠네요...
리뷰 글이 너무 완벽정리라서 이걸 읽고서
책 전체를 읽은 척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습니다...~
하루재 덕분에
스마이드의 좋은 책을 또 읽을수 있겠네요.
고마운 일입니다~
산에 다니는 이들이
자신의 생생한 등반경험을 쓴다는 일은 어렵지만 등반의 역사성이라는 측면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김영도 샘이 말씀하신바대로,
빨리 읽어 보고 싶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