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대의명분 상실 행정시장 직선제 논의 중단돼야(2013.8.12 한라일보)
지난 7일 공무원 상대 행정체제 개편 설명회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자신은 선거기간 내내 제주특별자치도형 자치단체 부활이라고 했지, 지방자치법에 의한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에 의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것은 제주특별법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것"이 된다고 강변했다.
더욱이 이런 논란이 전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과 입장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요구하며 도민을 상대로 그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정치적 치밀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필자의 관점에서 그 주장과 입장이 잘못돼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2005년 4개 시·군 폐지과정에서도 상당수 도민들은 기초자치단체의 존치를 선호하고 있었다. 당시 행정개혁추진위원회가 도와 시·군의 자치계층유지,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접선출, 도와 시·군의 기능과 역할 조정으로 하는 소위 '현행유지안'과 도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하고 2개시로 체제를 구축하는 이른바'혁신적 대안'을 제시함에 따라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당시 전체 투표권자 중 36.7%가 투표한 결과, 그 중 혁신안은 57.0%를, 현행유지안은 43.0%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시·군이 폐지되고 행정시제가 시행됐다. 위의 결과, 즉 전체 투표권자 중 혁신안을 선호한 도민수에 비추어 그 이후 처음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도민 상당수가 지방자치법에 의한 자치단체의 부활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3여년이 지나 전문가들에 의해 겨우 그 개념이 정립된, 그리고 지구상에서 한 두 군 데서 쓸까 말까한 제도를 그 당시 도민이 선견지명을 갖고 선호해 그들이 자신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됐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둘째로 제도적·절차적 문제로 인해 '행정시장 직선제' 시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히 기능상 단체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관련 정치관계법 등의 개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다. 셋째로 '제주특별자치도형 자치단체'는 현행법상 존재하지도 않고, 그 존재를 유추할 수도 없기에 그 부활 운운 또한 어불성설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체제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제도로서 보장될 뿐, 특별자치도의 지위 조직 등 운영 특례를 정한 제주특별법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설치는 허용될 수 없다. 그 하부조직인 자치단체 아닌 행정시 개념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존재했던 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을 부활(復活)이라 본다면 특별법 그 대상 또한 애당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넷째로 도지사가 '지방자치법에 의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것은 제주특별법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속단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기초자치단체를 둔 특별자치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자치단체들을 유지하면서 상호 기능과 역할 및 구역을 개편 조정하는 '점진적 방안'과 단일 광역자치구역을 설정해 단층구조의 지방자치제를 구현하는 '혁신적 방안' 두 가지 안 모두 새로운 행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써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행정의 효율화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하면 특별자치도체제가 금방 무너질 것처럼 혹세무민하고 있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이기심의 발로에서 기만적 술책을 동원해 자신의 영달을 도모하려 뭔가에 쫓기며 행정체제 개편을 서둘고 있을 뿐이다.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고려대지방자치법 연구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