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한도 없이 걸은날? 참으로 오랫만에 혼자 나자신을 돌아본날 작년 요맘때 처음 접한 장복산을 간다. 전국의 많은산을 올라가 봤지만 산위에 벚꽃 능선이 있고 진달래가 수없이 이어지는 산은 없다
몇년전의 주작산이 눈에 밟히는데 그곳 못지 않은 이곳은 그곳처럼 꽃과 바다와 암릉을 고루 갖춘 멋진 드림로드다
뀡대신 닭이라 했던가? 보고파도 길이 멀어 갈수없는 그곳 늘 그리운 그곳을 대신해 딱 1년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 (군항제 축제중)
산행끝날때까지 함께 하는 진달래와 벚꽃의 향연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곳 이랄까. 잊을수 없는 애인의 품같은 곳에서 원없이 노닐고자 그전 가지 않았던 마진터널쪽에서 출발하여 장복산 정상에 오른 후 덕주봉.웅산. 시루봉.천자봉 대발령까지 종주다.
시작은 옛날 진해와 마산을 잇는 구도로 터널인 마진터널에서 시작한다. 입구쪽 200 여미터전에 주차를 하고 걷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고 찐하게 핀 벚꽃과 상쾌한 바람만이 나를 맞아 준다. 벚꽃은 내마음 만큼 절정이다. 지난해 가본 안민고개까지 이후의 산행길이 너무 궁금한게 맘은 그냥 호기심의 동심이다.
터널 입구옆 순직비가 있어 보니 1979년에 8명의 해병장병이 산사태로 사고를 당한곳이라네. 잠시묵념.
터널 우측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오르는데 우측엔 편백나무숲이 치톤페드를 발산 하는지 너무 기분이 좋다. 이른 아침 (8시) 이어서 인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약 10 여분을 가파르게 오르면 팔각정이 있는 능선시작이다. 지난해 삼밀사 쪽 보다 훨씬 길이 좋다.이후 정상까지는 능선길이고 정상 근접하여 다소 가파르나 전혀 힘이들지 않음. 능선시작점에서 완만한길을 오르는데 양쪽에 소복이 피어 있는 진달래 또한 눈호사다.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는건 처음 느낀것 같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에 살짝부는 포근한 바람이 뺨을 간지르는데 마음이 업 되니 체력은 덤이다.(산행 끝무렵에는 다소 지침) 산행시작 20분도 채 안됐는데 벚꽃으로 물든 진해시가지 그리고 바다가 한눈에 들어 온다. 축제 한다고 밑은 난리다.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 목가적인 길을 따라 진해 바다를 보며 슬슬 오르니 어느새 장복산 정상이다. 역시 정상엔 아무도 없고 혼자 산과 바다와 진해를 전세 낸 기분? 정상쪽은 바위 지대로 사통팔달이다. 진해시가지는 물론 주변산군들이 한눈에 들어 오고 내가 마지막으로 가야할 대발령이 저멀리 흐릿하게 보인다.
잠시 인증샷하나 하고 출발이다. 먼 길을 가야하니 오래 머물 여유가 없다.
역시 그곳은 그곳. 지난해 보았던 그 모습들은 그대로. 꽃핀자리에 그대로 꽃이 있고 바위가 머물던 곳에 그대로 바위가 있는데 나만 변해버린 느낌?
장복산 지나 산행길은 그야말로 꽃길이다. 누리길이라고 한다는데 난 꽃길로 표현하고 싶다. 부디 꽃길만 걷고 싶은 사람은 이길을 걸으시길~
다소 부침은 있는데 둘째 팔각정 지나 다소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고 덕주봉지나면 암릉지대가 시작되나 안민고개쪽으로 내려 갈땐 다소 가파르다.
전구간을 통틀어 안민고개를 지나 웅산을 향해 갈때와 웅산을 오를때 다소 힘이 들었다. 안민고개를 지나서는 자전거 길과 등산로길이 양분되어 있는데 힘들면 자전거길로 가는게(산허리를 도는 넓고 평평한길) 나을듯. 난 그래도 오기가 있다고 가파른 산행길로만 올랐으니 체력이 빨리 소진되지 않았나 싶다.
덕주봉가는 길은 벚꽃과 진달래의 하모니? 산아래에서 저무는 진달래가 여기서는 세월을 잊은듯 하다. 새색시 볼처럼 너무 빨갛다. 그에 비해 벚꽃은 아직 덜익은게 많다 (벚꽃은 웅산에서 시루봉사이 잠시 없을뿐 계속 군락지 이며 진달래는 대발령까지 끝없이 피어있음)
덕주봉을 지나면 이산에 맞지 않을것 같은 또 다른 메뉴다. 암릉지대로 계단 사이사이 핀 진달래는 한폭의 그림이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힘듬도 없다. 따사롭고 바람하나 없는 날씨에 진해만에 떠 있는 군함(?)들을 눈아래 보며 진달래가 만발한 바위길을 걷는다는게 이게 신선놀음이아닐까?
암릉구간이 끝나고 안민고개쪽으로 내려 가는데 다소 내리막이다. 안민고개를 지나면 다시 벚꽃길이 시작 되는데 온통 벚나무다. 정책적으로 심었다는데 수십년전의 작업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역시 벚꽃은 진해다.
안민고개 지나 웅산가는 길은 평지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오르막 구간이다. 자전거 길이 등산로와 함께 시작되며 자전거 길은 임도 처럼 평평한데 산 허리를 돌아 가는길이고 등로는 오로지 꽂꽂하게 직선 오르막으로 간다. (다소 힘이 부치기 시작함)
그래도 다른산에 비하면 너무 멋지고 좋은길이다. 웅산 다와갈 무렵 오르막 구간을 남겨 두고 잠시 쉰다. 물을 마시고 사과 한조각을 먹는다.
오늘은 산행중 한 서너 사람을 만난거 같다. 평일이어선지 작년에 비해 사람이 없다. 작년엔 토욜에 사람이 엄청 많았었는데(벚꽃축제 없었음) 올해는 거의 없다.
잠시 쉰후 웅산을 오른다. 보기 보단 길이 좋고 완만하다.중간에 나무계단도 더러 설치 해 놓았다. 왼쪽으로는 불모산도 보인다. 마진터널에서 꼬박 4시간여를 걸었더니 조금은 지친다.
정상도착하니 남녀가 밥을 먹고 있다. 나도 웅산 옆 진해시가지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바위위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 진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한잔의 막걸리와 경치에 취하고 내멋에 젖어 1시간10분 여를 머물렀다.
흔들다리를 건너고 진달래핀 꽃길따라 여유롭게 가니 금방 시루봉이다. 멀리서 코딱지만 하게 보였던게 바로 앞에서 보니 산 만한 바위 덩어리다. 남녀 등산객 서너명이 잡담을 하고 있다. 봉우리 주변을 데크로 멋지게 치장해 놓았다. 천자봉 가는쪽을 보니 능선에 줄지어 피어 있는 벚꽃터널이 보인다. 잠시 없던 벚꽃길이 또다시 등장한다. 참 벚꽃 많다.
시루봉을 지나면 내리막 나무계단이다. 천자봉을 지나면 거기도 계속 나무계단 내리막이다. 나무계단을 약간은 지친 몸으로 내려 오니 완만한 진달래꽃 능선길이 계속 되며 네번째 정자를 지나 조금더 가면 천자봉이다. 천자봉 직전까지는 돌 너덜길이 이어진다
이 길들은 크게 볼것은 없으나 벚꽃과 진달래가 늘옆에 있어 위안이 되며 시가지가 바로옆에 있어 홀로 산행해도 적막감 이런것은 느낄수 없다.
천자봉을 지나면 대발령까지 약 2키로 콘트리트 임도길이다. 지친몸에 무릎도 약간 시큰거리는 것이 물은 떨어져 목은 마르고 꽃들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데, 힘들게 천천히 내려 오니 큰 도로가 보이며 마지막 종착지 대발령이 보였다.
장복산 정상에서 머나먼 전설의 땅처럼 흐릿하게 보이던곳이 비로소 바로 눈앞에서 또렷이 펼쳐지는데 아마도 오늘 산행중 제일 힘든 코스가 아니었나 싶다.
도로옆에 쭈그리고 앉아 스틱을 접고 있는데 난데 없이 시내 버스가 앞에 선다. 난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서길래 얼떨결에 그냥탓다. ㅎ (정류장도 아닌데 기사 양반이 선심을 베푼듯)
코스를 보니 여좌천으로 가는것이다. 원래는 택시로 경화역쪽으로 갈려 했는데 포기하고 여좌천으로 향한다. 벚꽃은 비가되어 바람에 흩날려 쌓이고 사람만 한창이다. 이곳은 벚꽃보다는 사람구경하는 곳이 맞을듯.. 대부분 연인들이다. 나도 한때는 저랬나? 무심한 세월이 회한처럼 밀려온다.
할일 없이 꽃보단 사람구경을 하며 여좌천을 한바퀴 돌고 택시로 출발지까지 간다.(사천원) 길고도 먼 인생사 같은 산행의 하루해가 가는 순간이다.
장복산을 누리고 싶으면 마진터널이나 삼밀사쪽에서 시작하여 안민고개나 석동삼거리에서 하산할 것을 강추한다. 이 코스만으로 초보자도 이 멋진산의 모든것을 볼수 있는데 웅산을 거쳐 대발령까지 종주는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많은 시간이 소요 된다.
한해중 그 시기 그 시절에 딱한번 만나는곳 자꾸만 가고 싶은곳이 그곳 아닐까? 벚꽃.진달래.편백나무.암릉.바다 그리고 사람들, 없을것 없는 아름답고 정겨운 진해. 장복산 그곳이 있어 우린 꿈을 꾸며 갈수 있고 볼수 있어 지루한 인생에 하나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10년.아니 그 이후 오랜세월 뒤 이 순간들은 나에게 어떤의미로 다가올까? 종주 끝 무렵엔 다소 힘이 부쳤지만 힘든 만큼 더더욱 기억에 남는 꽃길 산행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멋진산! 벌써 내년이 기다려 지는건.... 그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