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단풍나무보다 더 붉게 물드는 가을 전령사… 열매에선 짠맛 나지요
붉나무
김민철 기자
입력 2024.10.21. 00:30
요즘 양지 바른 산 가장자리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잎이 막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잎자루에 좁은 잎 모양의 ‘날개’가 있는 나무가 있다면 붉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붉나무는 전국적으로 자라는 옻나뭇과 나무입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일본·대만과 동남아까지 널리 분포합니다. 최대 높이가 7m 정도인, 그리 크지 않은 나무입니다.
옻나뭇과 나무여서 꽃이나 열매, 잎 모양이 옻나무·개옻나무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붉나무잎은 달걀 모양의 작은 잎 7~13장이 깃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이 작은 잎들을 연결하는 자루에 좁은 잎 모양의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이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이 나무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풀 중에서는 바디나물, 나무 중에서는 중국굴피나무 정도가 잎자루에 날개가 있습니다. 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별 포인트로는 더없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붉나무는 가을이면 단풍나무보다 잎이 더 붉게 물듭니다. 잎이 얼마나 붉게 물들면 이름을 붉나무라고 지었을까요. 화살나무·남천 등과 함께 초가을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전령사입니다. 붉나무는 단풍나무 종류가 아니면서도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는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붉나무가 ‘소금나무’라고 불린다는 점입니다. 특징이 많은 만큼 별칭도 참 많은 나무입니다. 붉나무는 요즘 큰 모래알 크기의 동글동글한 열매를 원추 모양으로 잔뜩 달고 있습니다. 이 열매가 녹색에서 조금씩 붉은색으로 변해가는 중입니다. 붉나무의 작은 열매 표면에는 흰 가루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이 가루가 시면서도 짠 맛이 납니다. 옛날에 바다가 너무 멀어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산간벽지에서는 이 열매를 우려내 소금 대신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붉나무를 ‘염부목(鹽膚木)’ 또는 ‘염부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붉나무 꽃은 7~9월 피는데 꽃잎은 흰색에 노란색이 조금 섞인 색입니다. 꽃송이 하나하나는 작지만 작은 꽃들이 모여 고깔처럼 커다란 형태를 만듭니다. 의외로 구수한 꿀 향기가 나니 기회가 있으면 꼭 맡아보세요. 꽃에 꿀이 많아 꿀벌의 활동을 돕는 밀원식물로 이용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나무 잎자루에는 혹처럼 생긴 벌레집(충영)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 이 벌레집을 오배자(五倍子)라고 부르며 약재로 썼기 때문에 붉나무를 오배자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진딧물의 한 종류인 오배자면충이 기생해 생기는 벌레집이라고 합니다. 이 충영은 불규칙적인 혹 모양이지만 사람의 귀 모양을 닮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붉나무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나무입니다. 하지만 붉은 단풍, 잎자루의 날개, 열매의 짠맛, 혹처럼 생긴 벌레집 등 개성 가득한 나무입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둘레길이나 동네 야산을 걸을 기회가 있으면 잎자루에 날개가 있는 나무를 찾아 인사를 나누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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