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절기상 오늘은 소한입니다.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갔다가 얼어죽는다고 하는 바로 그날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 평택지구 초등부 졸업반 친구들이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몇 달 전에 들은 숫자이기에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는 47명이라고 합니다. 우리 성당에서는 18명의 학생이 견진성사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리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평생 신앙에 항구하게 머물고 진리와 사랑을 실천하는 참된 천주교 신자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자로 1월 6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이 대축일은 4대 축일 (주님 부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 다음으로 중요한 축일입니다. 그래서 바티칸과 독일어권의 국가들은 아직도 이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공휴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탄 시기의 둘째 주일에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내일 주일에 이 대축일을 지낸다고 해도, 우리는 이날과 그 의미를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탄 시기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듣는 오늘 독서는 성탄 신비를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성탄시기 동안 우리는 독서의 말씀으로 요한의 첫째 편지를 읽었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 편지를 통해 사람이 되어 오신 주님의 위대한 사랑을 잔잔하게 알려준 이 편지의 마지막을 오늘 읽습니다. 이 부분은 바로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신비를 우리가 살아가는 법을 단순하게 표현합니다.
제가 오늘 독서의 말씀을 제 나름대로 다시 풀어 써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살과 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즉,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요한은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알려주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이 사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즉, 살과 피로 이 세상에 오실 때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통해 오셨고(루카 1,35), 그분은 살과 피로 오셨지만 성령을 힘입어 유혹 중에서도 죄를 짓지 않으셨으며, 마침내 세례성사를 받으심으로 성령과 완전히 일치되어 사셨으며 (마르 1,12-13), 인간으로 사시면서도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기뻐하셨습니다.(루카 10,21) 마지막으로 성령 안에서 당신의 영을 아버지께 맡김으로써 십자가 위에서 바치는 완전한 제사를 완성하셨습니다.
바로 인간이신 예수님의 모든 삶은 새롭게 하시고 이끄시는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피와 살을 가진 나약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사셨지만 늘 하느님과 함께 사셨던 것은 성령을 통해 늘 하느님과 일치하려고 노력하셨기 때문입니다. 성령과 함께 기도하셨고, 성령의 가르침에 따라 말씀하시고 행동하셨으며, 성령과 함께 삶의 다음 순간을 위한 선택과 결심을 하셨습니다. 바로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루카 22,42)라는 말씀이 예수님의 삶을 대변합니다.
사람인 우리도 성령에 귀를 기울입시다. 무엇보다 성령의 가르침이 담겨 있고 성령에 따라 살았던 이들의 모습이 담긴 성경 말씀을 맛들이고 자주 묵상합시다. 성경 말씀을 통해 기도하고 우리 인생에 배려해 주신 하느님의 뜻을 알아내고, 그것을 실천하면서 하느님을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삶은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도 성령과 함께 아기 예수님처럼 올해의 영적 여정을 잘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