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어디까지 역사적으로 재현하려 했느냐와 관련된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그리스군에 있었다 = 역사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트로이 전쟁을 청동기시대 후기의 미케네 세계(대략 기원전 13~12세기)의 사건으로 설정한다면, 동아시아 출신 병사가 오디세우스의 그리스군에 들어와 있었다는 설정은 상당히 비개연적입니다.
1. 당시 그리스 세계가 완전히 고립된 세계는 아니었습니다
미케네 그리스는 생각보다 국제적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크레타, 키프로스, 아나톨리아, 시리아·팔레스타인, 이집트 등과 교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또한 미케네 시대의 문헌 자료에서는 외국 출신 전사 또는 용병으로 해석되는 집단에 대한 증거도 있습니다. 크노소스의 선형문자 B 자료에는 외국인 전사로 해석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그리스 군대에는 그리스인만 있을 수 있었다.”
라고 하는 것도 지나친 단정입니다.
2. 하지만 '동아시아인'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서 아나톨리아인·레반트인·이집트인 같은 동지중해권 사람과 오늘날 우리가 동양인이라고 부르는 동아시아인을 구분해야 합니다.
청동기시대 미케네 세계가 국제 교류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중국이나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서 사람이 직접 에게해까지 와서 미케네 왕의 군사가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현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당시 미케네의 국제 네트워크가 상당히 넓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심은 지중해와 근동 지역이었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병사가 관객에게 명백하게 동아시아계 외모로 보이도록 캐스팅된 것이라면, 영화가 그 인물에게 특별한 배경을 부여하지 않는 한 역사적 재현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설정입니다.
3.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리스군'이라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만약 그 병사가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온 동아시아 출신 전사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오디세우스에게 고용되었다.”
같은 설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케네 시대에는 이미 장거리 교역과 인적 이동이 존재했고, 외국인 전사에 대한 증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수많은 그리스 병사들 사이에 현대 관객이 보기에 동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병사 한 명을 배치했다면, 선생님께서 앞에서 계속 지적하신 “왜 저렇게 했을까?”라는 의문을 또 하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것도 선생님이 처음부터 말씀하신 문제와 연결됩니다.
“신화적 상상력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영화가 현실적인 역사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면 그 세계의 인적 구성에도 설명 가능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라는 것이죠.
따라서 그 배우가 단순히 동아시아계 배우였다는 이유만으로 역사 오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역사적·현실적 질감을 강조하면서 그 인물의 출신 배경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면 역사적 개연성 측면에서 선생님께서 의문을 품을 만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외국인'의 범위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곧 “동아시아인이 미케네 그리스군에 흔히 있었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이 둘은 구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