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더운 날씨다. 바람이 불어도 시원하지가 않다. 근처 시멘트 덩어리의 달구어진 열기가 바람을 통해 전달된다.
일기예보는 몇일째 비가 온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화단에서 타들어가는 작물들을 보니 진실이 화급하다
휴대폰의 동네예보 세군데의 기상예보가 다 틀린다. 기상청의 자료를 받아 전하는 같은 회사인데도 그렇다. 요즘은 30분을 앞두고도 바뀐다.
매일 전달되는 문자/국지성 호우...그러나 일주일 넘게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 우리동네 일기예보가 아니라, 남의동네 일기예보었다.
예전부터 말많았던 슈퍼컴퓨터는 애기는 그냥 두고서라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허리를 두고 앞에서는 배, 옆에서는 허리, 뒤에서는 등과 같은 논리일까?
비 안와도 그만이고, 가능성 10%를 부각시킨다는 생각. 깃털 좋은 앵무새들처럼 읊어대는 음향들...언제쯤 우리동네에 오늘 오후쯤 비가 대략 얼마나 올런지에 대한 기대섞인 예보를 받을 수 있을지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웅덩이는 물을 품었다. 저 물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숨쉬고 있을 것이다. 요즘들어 기상이변이 심하여 어느 곳은 타들어 가고, 또 다른 지역은 물난리가 났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누군가가 조화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다 살기좋은 새상일텐데 아쉽다.
그게 조물주의 영역이고, 유물론의 기초라고?
연못가에 빨갛게 배롱나무 꽃이 피었다. 배롱나무는 여름 100일동안 꽃을 피운다고 해서 어릴적 우리는 백일홍이라고도 불렀다.
어린시절 뒷산 절간주변 경치 좋은 곳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는데, 우리들은 그곳에 커다란 뱀이 산다고 하여 겁이나서 접근을 하지 못하였다.
사진찍기에 열중하던 시절에 어느 여인을 호수가에 핀 배롱나무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숲속에서 누군가가 해먹을 타고 있었다. 해먹은 그물침대라고 하여 더운지방에서 이용하는 도구이다.
언젠가 저런 것들을 만들어 놀면서 뒤흔들거나, 꼬아버리는 장난을 치기도 하였었다. 편해 보이는 것 같아도 사실은 어깨가 조인다.
그속에서 책을 펼치면 그럴듯한 그림이 나올텐데, 손에 든 것이 휴대전화라서 의미가 덜했다.
저걸 두고 귀틀집이라 하는건지 모르겠다. 아프리카 등산여행 중에 비슷한 것들을 더러 보았었다.
사진처럼 지상에서 솟아난 것도 있고, 지상에 바로 붙은 집들도 있었다. 지상에서 솟은 것은 맹수나 벌레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것 같다.
언제 불쑥 키크고 잘생긴 마사이족 청년이 막대기를 들고 나와 손을 흔들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돌아오는 길, 다리밑이 시원할 것 같아 잠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다리 위에서 누군가가 핸드마이크를 들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얼마후 다리밑에 있던 한 사람이 일어서 시끄럽다고 고래고함을 질렀고, 둘은 가벼운 말싸움이 일어났다.
연설자는 '나라가 공산주의가 다 되어가는데, 그깟 연설도 못참느냐'고 하였고, 다리밑 사람은 무조건 '시끄럽다'며 응수했다.
하천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다리밑의 고함소리가 더 시끄럽다고 말했다. 고함을 지른 사람은 다리를 심하게 저는 장애인 이였다.
1945년 해방전에 북한엔 소련군이 진주했고, 일본의 무조건항복 뒤엔 미군이 남한에 들어왔다.
그때로부터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된건 별개로 하고, 남쪽땅 안에서 지겨운 이념전쟁을 아직껏 벌이고 있다.
전체가 자유민주주의 성향으로 되거나, 인민민주주의로 바뀌지 않는한 지루한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