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0월 예그린 악단이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창작 가무극 '살짜기 옵서예' (김영수 작·최창권 작곡·임영웅 연출)를 공연할 때 기획을 맡았던 박만규(72)씨는 이렇게 술회했다. 서양 뮤지컬 형식을 모방한 음악극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뮤지컬 1호로 통한다.
1961년 창단한 예그린 악단은 한국적 음악극을 태동시킨 단체다. 한국적 전통을 소재로 국민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합집산을 거듭한 예그린은 서울시립가무단을 거쳐 현재 서울시뮤지컬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 ▲ 창작 가무극 '살짜기 옵서예'./박만규씨 제공
고전소설인 배비장전을 각색한 '살짜기 옵서예'는 주제가가 대중가요로 불릴 만큼 인기를 누렸다. 제주도로 간 배비장이 기생 애랑에게 빠져 망신당한다는 이야기로, 제목은 '살금살금 오세요'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초연 무대의 여주인공 애랑은 미국에서 막 돌아온 가수 패티김이 맡았다.
'살짜기 옵서예' 초연은 나흘간 밤낮으로 총 8회 공연했고 "임영웅의 연출 스케일을 파악하게 했다. 무대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이상만) "화려한 춤과 노래로 즐거움을 주고 민족 흥취를 느끼게 해주었다"(곽복록) 같은 평을 받았다. 양악기와 재즈 리듬에 담은 한국적 가락, 발레 기법을 응용한 무용(안무 임성남)도 사랑받았고, 이런 성공에 힘입어 여러 번 재공연도 했다.
요즘 관객을 모으는 뮤지컬은 대부분 수입산이다. 서양에서 히트한 뮤지컬이 대본과 음악을 사오는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중반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