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별러 아를레키노와 풀치넬라, 폴레토를 만나러 김치 빌리어드에 들렸습니다.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곳은 당구인들의 보물창고입니다.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한 큐들과 용품들로 가득한 매장은
마치 마술과 환상으로 가득한 환타지의 가상공간과도 같게 느껴집니다.
거기다가 이 번의 신제품인 아를레키노, 풀치넬라, 폴레토는 그 이름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복식에 이르기까지
매혹적이리 만큼 이국적이어서 동화적인 신비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저는 이 이름들을 접하자마자 바로 검색을 해 보았었지요.
이탈리아의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광대, 요정들로 음악과 미술, 오페라 등의 주요 소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이나 전우치, 혹은 우렁각시, 봉산탈춤 등에 등장하는 말뚝이 등에 견줄 수 있겠습니다.
1. 김치 빌리어드의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큐들을 그대로 찍어 보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큐의 문양을 이루는 인물들을 큐에 새겨넣은 기법과 기술입니다.
Marqueterie(마키트리) 라는 세공기법으로 가구나 선박, 건물에 나무조각.자개.상아 등으로 꽃무늬나 동물,
기타 독창적인 이미지를 새겨넣는 방식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보통은 인레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상감기법이라고 하여 도자기를 제작할 때 원 바탕 을 긁어 파내고
다른 색이나 성분의 흙으로 문양을 표현하는 기술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 좀 더 세밀한 사진을 찍으려고 윤실장님께 양해를 구하여 각각의 큐를 테이블에 진열해 보았습니다.

3.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풀치넬라의 근접사진 - 진열장 유리 때문에 빛의 반사가.....ㅠ.ㅠ
신제품 세 종류 중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녀석은 바로 이 "풀치넬라" 입니다.
나폴리의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영웅으로 마술사이기도 한 풀치넬라는 "코메디아 델라르테" 라는 희가극의 주인공인데
마을의 여자들에게 지나친 사랑을 받아, 이를 시기하는 남자들의 계략에 빠져 죽게 될 위험에 처했지만
마술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고 오히려 자기를 죽이려던 남자들을 용서한 후 연인 '핌피넬라' 와 결혼을 한다는 줄거리랍니다.
아래 사진처럼 늘 가면을 쓴 얼굴로 묘사된다는군요.
4. 원목을 파낸 후, 색이 다른 나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끼워 접착함으로 인물과 복장을 섬세하게 표현함
5. 인두를 불에 달구어 지지는 기법인듯 싶은 그라데이션으로 옷차림의 입체감과 음영을 표현
6. 풀치넬라 스토리에 등장하는 마을 남자들인 듯한 두 인물 - 표정이 이국적으로 독특합니다.
색이 다른 나무조각을 이용하여 머리카락과 입술을 표현했고 눈동자는 흰색과 하늘색의 터키석입니다.
7. 역시 터키석으로 장식 처리된 버트 슬리브 부분입니다. 슬리브 상하부에 각각 터키석 링을 둘렀고
하단 댐퍼부 스테인리스스틸에는 "MADE IN ITALY" 와 시리얼 넘버가 새겨져 있습니다.
8. 포어암 하단부의 버터에 새겨진, 역시 터키석 장식
9. 포어암과 그립부를 연결하는 접합부 - 브라이어 우드를 수작업으로 염색했다고 설명되어 있길래
브라이어 우드가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를 찾아보았겠지요.
Briarwood - brierwood : 남유럽산 히이드(heath) 를 말하는데 담배 파이프 등을 만드는 사용된답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 에 등장하는 황량한 언덕에 지천으로 뒤엉킨 관목이 히이드였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10. 아래는 표현된 인물과 복장을 좀 더 근접해서 찍은 몇 장의 사진들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큐에다가 표현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세계라고 해도 큐 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특히 캐롬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정도가 단일국가로는 가장 큰 시장일 텐데
겨우 그 정도를 보고도 저런 큐를 공들여 제작하는 이탈리아 장인들의 프로 정신에 기가 질립니다.
저 시리즈는 모두 75자루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물론 상당히 고가인 제품이므로 그 만큼의 부가가치 효과는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국산 큐에다가 우리나라 전통 목공예 인접 특수기술들(자개, 화각, 은입사,옻칠 등)을 접목하겠는가 하고 생각해 보니
별로 그럴것 같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팔릴만큼 팔리고, 만약 그렇게 하느라고 전문가의 손을 한 단계 더 거친다면
큐 가격이 엄청나질 텐데, 그걸 누가 사가겠는가 하는 회의적 전망이
"만들던 대로나 잘 만들어 팔자" 라는 입장을 고수하게 하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어두워집니다.
저는 풀치넬라를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분에 넘치도록 좋은 큐를 두 자루나 가지고 있는 데다가, 재정적인 여유도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구매니아일 뿐만 아니라 영락없는 큐매니아인 저로서,
적어도 6개월 이상 죽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풀치넬라 모델이 다 팔려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안달에 잠이 안올 지경입니다.
이미 저는 제게 맞는 큐를 찾는 순례는 끝낸 상태입니다.
애완동물을 또다른 개념으로 "반려동물"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기른다는 차원을 넘어서 애정을 느끼고 의지하여,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확장된 관계개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암브라" 를 반려큐로 하여 당구라는 세계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그 여정의 어디쯤에서 "데달로" 와 환상적으로 만날 수 있었고, 이후 그로 인한 당구의 즐거움은 훨씬 더 커졌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여행길에 또다른 큐들과의 만남이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성능상의 우위를 꼭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더 나은 성능에 대한 갈증은 해결된 상태이며 또다른 독특함에 대한 호기심인 것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 큐들은 이전의 것들과 또 다른 충격과 새로움의 경험으로 나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 저는 바로 그 다음 큐가 풀치넬라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첫댓글 에밀리 브란테.....학창시절 저를 미치게 한 사람입니다............저에게 할머니뻘도 더 되죠
언니인 샤롯 브론테가 "제인 에어"의 저자라는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지요.
모두 모르는 단어지만 당구라는세계로 여행을 다니시는 자이리톨 원조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대부분 다 아시면서도 모르시는 체......일부러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적절한 용어도 정립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한글표기를 한들 뭐가 나아지랴 싶어서입니다.
하루방님 은근히 사람....죽여 놓습니다.
친한 형님이 풀치넬라 구입하셔서 한번 시타 해 봤는데.. 성능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기존 롱고니큐들이 s2상대와의 호환에서 좀 하대가 못 받쳐 주는 느낌이 있었는데... 서나무 심으로 만들고 흑단으로 겉을 감싼 풀치넬라 하대는 S2상대와 찰떡 궁합이더군여. 또한 S2 상대 자체도 신형으로써 조인트 부분이 기존에 쪽으로 되있던 것을 일체형으로 바꾼 것이더군요. 부드러움과 힘을 겸비한 큐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돈만 있으면 바로 지르고 싶습니다. ㅋ 그 큐 주인 형님은 데달로를 갖고 싶어하던데 ㅎㅎ
롱고니의 큐들이 실전용이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실전용이면서도 창조적 디자인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저는 그래서 매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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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를 말입니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런 걸 두고 정략결혼이라고 하나요...?
세큐를 첨봤을때 부터 나도 풀치넬라에 끌리던데 ... 비교적 다른분들도 그러신가 봐요 ...
실제로 봐도 풀치넬라가 가장 세련된 분위기입니다. 아를레키노는 좀 많이 화사한 편이고 폴레토는 아동틱한 데가 있고.....
저도 사실 그렇게 봤고 풀치넬라는 단순한듯 하지만 섬세함이 돋보인듯한 느낌이였거든요 .. 명암처리가 인상깊었거든요 .. 지금봐도 그렇게 보입니다.
자작나무님, 국내에서 애태우실게 아니라 과감히 이태리로 건너가서 큐 장인들 마을에 가서 목회를 하심이... ㅎㅎ
우리 클럽 같은 데가 있다는 보장도 없구, 이태리어가 안되는 관계로.....
첨에 사진으로 저 큐들 봤을 때 보기엔 예뻐도 들고 치기는 민망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제작 기법과 정교함이 인상을 확 바꿔주네요 *_*
멋지 큐들 잘 보았습니다~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정말 소장하고 싶은 큐입니다~ 6개월 뒤에는 볼수 있을듯 싶네요~ㅋㅋ
하연님의 예상되로 되기를........저야말로 학수고대입니다.
욕심은 화를 부르니라(내가뭔소릴한기여)
하연님마저도 더하기파를 떠나시려 하시는군요
하연님의 답글은 그 뜻이 아닐겁니다.....ㅋ
전 아직 더하기파랍니다~ 물론 저의 다음큐는 더하기 11 이구요...
재치도 당구실력도 참...톡톡 튀는 분입니다.
저는 요즘 벨라지오에 지대로 꼿혔어요~ 문제는 언제나 가격이네요 ㅠ.ㅠ
소망하시는 풀치넬라를꼭 품에 안으시길 기원합니다^^
넓지 않은 품인데, 안고 싶은 큐는 많답니다.
정말 화려한 큐 로군요..몇일전 김치 들렀었는데 필요한소모품만 사고 보질 못했네요..ㅠㅠ 울 어머니 말씀..눈은 가죽이 모자라서 뚫어 놓은게 아녀...제게 하시던 말씀.. 클럽에 한번 간다 간다 하면서 아직까지 못들러 보았네요.클럽이 참 아기자기 하고 정감 넘쳐보여 참 보기 좋습니다. 조만간 꼭 방문 하겠습니다.
풀치넬라를 얻고보니 암브라가 땡기고... 욕심이란 역시나 하늘 높은줄 모르고...ㅠㅠ 실력도 없이 스트록도 불안한 하점자가 큐만 좋은거 가지고 있으니 주변 보기 부끄럽고 힘드네요...ㅠㅠ그래도 어찌나 사랑스러운지..ㅎㅎ 그런데 요즘 자꾸 암브라랑 무사시가 이뻐보이는게 눈에 밟히는중 ㅎㅎ
암브라를 얻고 데달로를 품에 안았는데도 풀치넬라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저는 또 우짜란 말입니까,이 한없는 큐 욕심을......
역시나 욕심이란 끝이 없나 봅니다.. 데달로까지 안고 계시면서 그러시다뇨...ㅠㅠ 아직 풀치넬라의 부드러운 낭창낭창한 허리에 적응도 못했으면서 다시 암브라의 강인함에 매료된 저는...ㅠㅠ 아 매일같이 김치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는 중입니다...ㅠㅠ 가뜩이나 새로산 롱고니 큐가방의 한켠이 허전해 보여서 허탈해하는중인...ㄷㄷ
둘이 한 번 어디에서 만나 가위바위보로 한 사람에게 몽땅 몰아주기라도 해야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ㅋㅋㅋ
가위바위보에도 심판이 있어야겠지요.......전 심판 봐 드리고.......뭐좀 얻을것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