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순대국밥집
성배순
창자가 자꾸 헛헛해지는 오후 세 시 무렵
지하 1층 순대국밥집에 혼자 가는데,
국밥 속 순대 하나 김치에 싸서 먹는데,
순대는 새우젓에 찍어야 제 맛인 겨, 하는
당신의 소리가 귓가에 맴맴거리는데.
고불고불 돼지창자를 밀가루와 소금으로 바락바락 치대가며 조물조물 씻고 뒤집어 또 씻고, 불린 찹쌀이 익는 동안 숙주를 데치고, 묵은지, 양파, 부추, 대파를 송송 썰어 된장 양념을 하고, 찹쌀밥에 선지를 섞고 양념을 또 섞고, 돼지창자 주둥이에 깔때기를 넣고, 소를 꼭꼭 눌러가며 채우고, 양쪽 끝을 무명실로 묶고, 가마솥에 된장을 풀고, 순대곱창, 허파, 염통, 간, 쪼글쪼글 오소리감투를 삶아 접시에 골고루 나눠 담고, 당신은 어린 내게 노인이 있는 집에 심부름을 시키고는 했는데, 산 밑 외딴집 할머니네 갈 때면 피가 두꺼운 막창 흰순대 몰래 하나 빼먹고, 피가 보드라운 대창순대 소창순대 몰래 하나 또 빼먹고, 허파며 염통이며 간 하나 빼먹고, 개울물 건너다 송사리 떼 구경하다가 다 식은 순대 몇 토막 할머니한테 전달하고 집에 오면 참외며, 수박이며, 토마토며, 사과며, 사탕이며, 떡이, 대청마루에 가득하고, 어머니는 한복 허리에 질끈 묶은 꾸불꾸불 오소리감투 같은 넥타이 허리끈을 흔들거리며 가마솥에 국수를 삶고, 단지에서 술을 떠 내오고, 세숫대야에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가 엎어지고, 통통통 석탄 백탄 타는데 노래가 시작되고…….
오후 세 시 식당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어
한구석에서 소리 죽여 국밥을 먹고 있는데
터진 순대 한 접시 슬그머니 밀어놓고
넉넉하고 살이 좀 통통한 주인아주머니가
반병 남은 소주를 들고 와 내 앞에 앉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