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논이다. 모두 친환경 단지로 조성된 곳이다.
볏짚들이 마치 사람이 서있는 것 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이 곳 정자에서 간혹 마을 분들은 소주 한잔하며 쉬기도 하고 어린이집에 등교하는 아이가 등교 차량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고 그 아이의 엄마가 어린이 집에서 집으로 오는 아이를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버섯 농사 지으신 분들은 수확한 버섯 상자를 쌓아 놓고 버섯상자를 싣고 갈 농협 차량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봄부터 이 가을까지 내내 서 있었던 벼들이 짚이되어 누워 있는 것이 편안해 보인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하였다.
맞다. 벼는 이렇게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나락 한알 속에 우주가 있다고 하였다.
맞다. 저 나락 한알이 벼로 자랄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우주의 섭리가 있었기 떄문이다. 그리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기운을 받아 저렇게 영글수가 있었으니 어찌 그안에 우주의 기운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달이 미처 밤하늘과 함께 넘어가지 못하고 쫓아오는 태양을 피해 소나무 가지에 숨었다.
쑥부쟁이 꽃이 길가에 한아름 피어났다. 산국과 함께 가을을 꽃향기로 가득하게 하는 예쁜꽃이다.
마을을 지키는 서낭당. 저 서낭당 안에는 백운산 여신이 모셔져 있다. 보통은 남신을 모시는데 우리 마을은 여신을 모신다. 간혹 지나다가 이곳에 멈춰 기도를 하곤한다.
마을 벽화.
2012년 한일 워커캠프 청년들이 합심하여 그린 작품이다.
저곳은 수년전 구제역으로 인해 뒷편에 있는 돼지 막사에서 키운 돼지 3천여 마리를 생매장 한 돼지 무덤이다.
볼떄마다 아픔과 슬픔이 묻어나는 곳이다. 그 아픔을 잠시라고 아름다움으로 가릴수만 있다면..
산국이다.
우리 마을에서 사계절 중에 가장 늦게 피어 나서 가을의 끝자락까지 향기를 뿜는 국화과 들꽃이다.
지고 시들기 전에 따서 잘 말려 꽃 주머니에 담아 산국의 향기를 집안 가득, 곳곳에 묻어나게 해야겠다.
집 대문을 나서고 밭까지 가는 길이 나의 출근길이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 없이(간혹 몸이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날을 제외하고) 나는 이 길로 출근을 한다.
출근 길은 아침 운동 길이기도 하고 명상의 길이기도 하고 하늘과 산과 땅이 4계절 내내 그려 놓은 자연그림을 감상하는 길이도 하다.
단 한번도 똑 같은 모습을 본적이 없는 이 출근 길을 걸을 때 마다 신께 감사드린다.
'신이시여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늘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