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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전 당선작 : 「아버지의 뒷모습」 부산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박사 현) 한양여자대학교 실무중국어과 교수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내 글로 책쓰는 비 결> 수료 영서수필문우회 회원 2005sjk@hanmail.net
당선 소감 2018년 5월, 팔순을 맞이하신 친정아버지께 고운 한지 편지지 5장에 볼펜을 꾹꾹 눌러 우편으로 보낸 편지글이 나에게 에세이스트 신인상의 영예를 안겨다 준 「아버지의 뒷모습」 초고였다. 요즘의 문자나 카카오톡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우리들의 소통수단이 되리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국군의 날 등이면 의례적으로 썼던 편지들, 졸업식 날 담임선생님께 썼던 편지와 친구의 생일날 전해 주었던 손글씨 편지가 아득히 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지금, 나는 아버지께 의미 있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내 머릿속에 자리한 아버지의 흔적을 기억하고 추억하면서 내 삶 또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순간 혹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시간들의 기록이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훌륭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하는 열망이 내 몸 속 세포 사이사이에 알알이 박힌 것처럼 언제부턴가 꼭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의 <내 글로 책쓰는 비결>이라는 수필교실을 알게 되었고, 김낙효 교수님을 만나고 많은 문우님들과의 교제를 통해 글쓰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일상의 물리적인 시간제약은 정신적인 여유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나에게 끝임 없이 글쓰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신인상에 도전하기로 했던 것이다. 나를 자극하고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 이렇게 영광스런 상을 수상하게 해 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언제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더불어 배워나간다는 생각으로 빈 여백을 한 줄 한 줄 채워나가고 싶다. 눈에 보이는 대로, 내 가슴이 느끼는 대로, 내 손이 움직이는 대로 진솔하고 거짓 없는 편안한 글을 계속 써 나가고 싶다. 에세이스트 신인상을 수상하게 해 준 친정아버지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김낙효교수님을 비롯한 <내 글로 책쓰는 비결>의 모든 문우님들과 도전의 장을 마련해 주신 에세이스트사에 진심을 담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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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섭 등단작 : 「마지막 농사」 경남 합천출생 행정직 공무원 40년 삼가교회 장로 합천군 백남오 수필교실에서 공부 uisob3350@naver.com
당선 소감
꼬리를 숨기지 못한 봄이 양지쪽 돌담 사이에서 꼼지락거립니다. 솜털 뒤집어쓴 해쑥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바람이 전하는 소식에 귀 기울입니다. 생의 궤적 위에 상흔 하나가 쌓였습니다. 농부로 살다 간 자의 손때 묻은 연장을 들고 동짓달 긴 밤을 바람길에 서서 몸을 떨던 고춧대를 뽑고 비닐을 걷어냅니다. 땅을 일구는 일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니까요. 농사일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닌 구도자의 삶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농산물은 싸야 하고 안전해야만 한다는 논리 앞에서는 다른 선택이 없겠지요. 난전에서 감자 한 무더기를 파는 분이나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수많은 일자리도 농사꾼들이 마련해 준 터전이 아닐까요. 농사꾼의 삶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수탈당하는 전장 같은 날들이지만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그들이 재배하는 농작물은 땅을 탓하지도 농부를 원망하지도 않으니까요. 싹을 틔우고 성장하며 열매를 맺는 식물에게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올봄에는 가냘프게 살다간 농사꾼이 남겨둔 땅을 일궈 씨앗을 넣고 작은 소망 하나를 키우려 합니다. 3년 전입니다. 40년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후 가슴을 헤집는 허전함에 길거리를 걷다 만난 인문학 특강 현수막 하나가 오늘의 기쁨과 연결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아닌 특별한 사람들만 누리는 호사스런 영역으로만 알았습니다. 문학 교실에서 교수님은 나의 편견을 깨트려 주셨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언어로 집짓기를 하는 일이라며 새롭게 다듬고, 구성을 갖추고, 비유와 상징의 옷을 입혀 울림과 여운이 있도록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고향마을 돌담 집을 닮은 아담한 언어의 집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삶이나 문학의 길이 아직도 흔들림이고 막막한 혼돈 속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고 구원의 이정표가 되는 소박하고 따스한 글 한 편 쓸 수 있다면 더한 어둠 속이라도 걸어가려 합니다. 마음이 머무는 낮은 곳에서 사물의 속삭임을 들으며 단출한 언어의 집 한 채 짓고 싶습니다. 흔히 살아본 만큼이 내 인생이라고 합니다. 여건과 편견 때문에 도전해 보지 못했던 내 인생의 미답지를 밟아볼 수 있도록 저의 목에 출입증을 달아 주셨습니다. 부족한 글임에도『에세이스트』가족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김종완 발행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백남오 교수님의 사랑을 속마음에 담습니다. 합천 수필교실 문우님과도 이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유혜경 등단작 : 「순애씨」 진선여고 졸업 동덕여대 가정교육과 졸업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과 석사 現) 부산, 한의원 근무 dbdbdb0303@hanmail.net
당선 소감 메일과 문자가 들어 온 것은 알았지만 여가시간을 기다릴 때 근거 없이 혹시 등단?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등단이라니……. 친절하고 정중한 등단소식을 읽고 또 읽을 때 기분은 좋고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등단소감! 이렇게 자판을 쳐 놓고 깜빡이는 커서를 오랫동안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예의상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왕초보를 등단이라는 수필가의 길 - 마치 고속도로 같은 길 - 위에 얹어 놓아주시니 떠밀려 아니 갈수 없게 되는가 싶습니다. 앞서 수필의 길에 들어선 선배님, 그리고 합평 시간에 진지하게 고민을 나누는 천년약속의 문우님! 멈칫대며 나아가지 못하면 경적을 울려주세요. 제대로 가란 말이야. 왜 비틀대는데! 조언과 지도, 주저 없이 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가는 길에 서로 물도 주고, 바람도 놓고, 따사로운 볕도 나누길 진심으로 원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쁩니다. 무엇보다 「순애씨」로 등단하게 되어 기쁩니다.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순애씨는 저의 할머니 이름입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뭉클합니다.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습니다만 갈수록 저의 삶 곳곳에 할머니가 들어 계십니다. 돌아가셔서 뵐 수 없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지만 마음속에서 우리는 자주 만납니다. 할머니에 대한 추억, 100가지 중 하나를 글로 썼습니다. 글로 표현하다보니 기억을 되살리느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 시절로 돌아가 할머니를 보듬게 됩니다. 그 때 상황을 어린 유혜경과 나이 든 유혜경의 시각으로 파악하는 것은 누구보다 나를 어루만지며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위로받아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순애씨」를 제 아들이 읽었습니다. 서른세 살 다 큰 아들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읽더군요. 할머니가 그리워서랍니다. 우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 울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무슨 대단한 일이 생겼나 걱정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으로 달궈진 마음은 보약 한 사발을 마신 것 마냥 우리의 정서와 감정에 좋은 약효를 발휘했습니다. 저의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제 아들이 그리운 할머니를 추억하며 보인 눈물에 저는 감사합니다. 실제로 정신건강학적 측면에서 수필 쓰는 일은 저에게는 치유프로그램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마음을 데워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저의 글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여러 선배님들이 경험하신 것처럼 글 쓰는 동안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글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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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등단작 : 「봄맞이와 가시박」 충남 청양 출생 서울특별시 근무 정년퇴직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내 글로 책쓰는 비결> 수료 영서수필문인회 회원 사진 작가 tttsang@naver.com
당선소감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고 홀로 숲 사이를 헤매면서 사색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지금은 도시의 한 복판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은 늘 자연 속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행과 등산을 하면서 식물사진을 즐겨 찍었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얼마 후에 갑자기 무릎부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을 벗 삼아 제2의 인생을 가꾸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글쓰기가 제게 주어진 소명처럼 다가왔습니다. 긴 겨울동안 잠자고 있던 씨앗이 새봄이 되어 움트고 자라나는 것처럼 내 안에서 잠자는 기억들을 깨워서 새로운 인생에 밑거름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아직 제 마음의 밭에는 잡초가 많습니다. 농부처럼 열심히 글 농사를 지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하려고 합니다. 평소 즐겨 다니던 중앙도서관에서 수상소식을 메일로 받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주변이 혼란한 상황과 맞물려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새로운 계기가 되어 즐겁게 글을 써보려 합니다. 부족한 제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내 글로 책쓰는 비결>에서 열정을 다해 지도해 주신 김낙효 교수님과 같이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격려와 용기를 주신 문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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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한 등단작 : 「소소한 일」 1952년 진주 출생 전)양덕사회문화원소속 동래 복지관 근무 당선 소감 무언가 사건이나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끼적거려 놓지요. 생각이 모아지면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어봅니다. 그 생각이 연결이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글을 채울 수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텅 빈 거실이 심심한 공간이 되었지만 가끔은 채워지지 않는 원고 때문에 머리를 정리하고 생각과 상상으로 채워지는 시간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 시간을 즐기기도 하지요. 첫눈이 오면 학교 기숙사로 면회를 오겠다고 약속한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해 첫눈이 오는 날 그는 오질 않았습니다. 훗날 그는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눈이 그쳐서 그만 되돌아갔다고 말했어요. 수필 신인상에 선정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서 처음 든 기분이 바로 그랬습니다. 아직 푸근한 눈이 풍성하게 쌓이지도 않았고 아픈 상처들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도 생기지 않았는데 좀 이르지 않나 싶은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중하차 해버린 그 남학생과 달리 나는 용기를 내어 문학이라는 들판으로 달려 나가 내밀어 주는 손을 잡고 싶었습니다. 수필 공부를 하는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다른 사람들의 지나간 시간이 부러웠고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핀 작은 들꽃 같은 사연들이 아름다워 보였지요. 누가 그랬습니다. 우리말에 ’사랑‘이란 말과 ’사람‘이란 단어 사이에는 ’ㅁ'과 ‘o'의 차이 밖에 없다고. 난 어떤 자리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것도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웃한 사람들과 어깨동무 하며 같이 가자고, 그래서 남은 날들이 풍성해지고 따뜻할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지금의 나를 키워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내 이야기를 다 쓰고 나서 쓸 이야기가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내가 수필 문우들과 같이 보낸 시간에서 배운 게 있다면 단어 하나하나는 시간과 몸을 통과 한 후에 완전히 변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것은 변화하고 진화하여 새롭게 움이 트고 더 오묘한 색깔로 꽃이나 열매를 피워내어 똑같은 게 없었습니다. 고로 나는 같은 수필나무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새롭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햇병아리를 가르쳐 주시고 시간을 같이 호흡한 분들과 함박눈을 맞고 싶군요. 등단이라는 관문은, 편안하고 끝이 보이는 길만 좋아했던 제게 늦으나마 저의 뒤통수를 거짓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횡재를 맞은 거지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