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五福)
며칠 째 어금니에 통증이 있다. 민간요법으로 초피 낱알 두어 개를 머금어 본다. 잠시의 아픔은 멈추었다. 일주일 동안 낱 피를 머금었다가 뱉기를 반복하는데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잇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어금니가 흔들리고 잇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더 이상 좋아지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미련스럽게 버티다가 이전부터 다니던 치과를 찾았다. 진료를 받는데 풍치가 심하여 이를 빼야 한단다. 치료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앞쪽 어금니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오른쪽 윗니를 빼게 되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을 온전히 보전치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건강한 이를 가지는 게 ‘오복의 하나’라 했던가. 자산이 된 영구치 중에 하나를 없애는 결정을 하였다. 치료 통증을 줄이는 주사가 잇몸에 찔러지고 여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기쁨을 준 어금니 하나와 영원히 이별을 한다.
이 뺀 자리에 새로 기능을 하는 임플란트를 심어 제 기능을 하려면 몇 달이 걸린다. 상처가 아물고 잇몸 뼈가 차오르는데 석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핵심인 나사를 심고 다시 한 달, 그리고 본을 떠 넣기까지 또 석 달 이렇게 긴 기간을 고통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큰 불편함 없이 건강한 이의 고마움을 도외시 한 채 지내왔다.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사 개월이 지난 오늘 치과를 찾아 임플란트 수술을 받아보려 상담을 한다. 아직 완전하게 잇몸 뼈가 차오르지는 않았지만 수술에는 문제가 없단다. 치석 제거 후 영상 촬영 결과를 보고 이를 심기로 결정하였다. 통증을 줄이는 주사가 잇몸에 놓여지고 각종 기구를 이용한 수술이 이루어진다. 입안에 나사를 고정하기 위해 벌리는 고통에 입술이 찢어지는듯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수술이 마무리 되어 가는 느낌이다. 아, 이런 고통이라면 두 번 다시는 하지 않으라는 다짐을 한다. 동시에 이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치아 관리에 남다른 투자를 해야 할까보다.
잇몸 실밥 제거를 위해 다음 주 병원을 가야한다. 한 달 후에는 어울리게 본을 뜨고 삼 개월이 지나서 고정을 하는 절차가 남았다. 저녁이 되어 수술한 자리에 통증이 시작된다. 처방해 준 항생제를 시간에 맞춰 먹었지만 후벼 파는 아픔이 밀려온다. 냉장고에 얼음을 꺼내어 비닐 봉지에 담아 손수건을 감싸 볼에 냉찜질을 시도한다. 정성이 닿았는지 아픔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저녁 식사는 아내 덕분에 녹두 죽으로 가볍게 한 끼 밥에 어금니의 피로를 덜어준다.
입에 침이 고이고 목에 가래와 같은 이물감이 생긴다. 상처가 아물면서 아직도 피가 비치고 있다. 이삼 일간은 지속될 모양이다. 처방 받은 항생제가 삼일 치이니 작은 고통은 기다려야 한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 했던가. 세월이 흐르고 육체의 노쇠가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지난날을 돌아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몸 어느 한 곳에 탈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신체 저항력이 떨어지고 정신마저 약해지기 십상이다. 요즘 나이 환갑이면 청춘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작은 질병도 없이, 치료 약 하나 먹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은 복 받은 자들이다.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아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이어가게 되었다. 온전히 탈 없이 간직하며 쓰는 것도 부모가 나에게 물려준 자산이 아닌가. 하루 하루 삶을 이어 가면서 행복은 건강에서 비롯됨을 새삼 가진다. 나를 챙기고 가족의 사랑을 품에 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