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란 무엇인가?
제국이란 정치질서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닌다.
첫째, 그런 명칭으로 불리려면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고 서로 떨어진 지역에 살고있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서로 다른 민족이나 국민을 지배해야 한다.
정확히 얼마나 많아야 할까?
둘이나 셋으로는 충분치 않다. 20이나 30이면 충분히 많다.
제국이라 불리기 위한 조건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둘째, 제국의 특징은 탄력적인 국경과 잠재적으로 무한한 식욕이다.
제국은 자신의 기본구조와 정체성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갈수록 더 많은 국가와 영토를 집어삼기고 소화할 수 있다.
오늘날 영국은 국경이 분명하며, 스스로의 기본구조와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는
국경을 넘어설 수 없다.(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는말)
1세기 전에는 지구상의 거의 어떤 지역이라도 대영제국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문화의 다양성과 영토의 탄력성은 제국의 독특한 특징일 뿐 아니라
역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두 가지 특징 덕분에 제국은 다양한 소수민족과 생태적 지역들을 하나의 정치 체제하에 묶어낼 수 이었고
그럼으로써 인류와 지구에서 점점 더 큰 부분을 하나로 융합했다.
강조할 점은, 제국이 그 기원이라든가 정부 형태, 영토의 범위, 인구의 크기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만 정의된다는 것이다.
제국이 반드시 군사적 정복으로 등장할 필요도 없다.
아테네 제국은 자발적 동맹으로 생명을 얻었으며,
합스부르크 제국은 혼인으로 탄생해 일련의 영리한 결혼동맹에 의해 꿰맞춰졌다
제국은 또 반드시 독재적 황제가 통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대영제국의 통치체제는 민주주의였다.
다른 민주적(혹은 적어도 공화정인) 제국으로는 귾ㄴ대의 네델란드, 프랑스, 벨기에, 미국이 있다.
근대 이전의 노브고로드, 로마, 카르타고, 아테네도 여기에 속한다.
크기 역시 실제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국은 왜소할 수도 있다.
아테네 제국은 최전성기에도 크기와 인구가 오늘날의 그리스보다 작았다.
아즈텍 제국은 오늘날의 멕시코보다 작았다.
두 국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이었지만, 현대 그리스와 멕시코는 아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수십 수백 개의 서로 다른 통치조직을 점차 복속시킨 데 반해,
후자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테네는 원래 독립된 도시국가 1백여 곳을 지배했으며,
아즈텍 제국은 과세 기록이 사실이라면 371개의 부족과 해당 부족민을 다스렸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어느 정도까지만 근대적이었던 국가의 영토 안에 구겨 넣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과거에는 민족과 부족의 수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늘날의 전형적 민족에 비해 구성원의 수도 적었고 차지한 영토도 더 작았다.
오늘날 지중해와 요단강 사이의 땅에서 서로의 야망을 채우려 다투는 민족은 둘 뿐이지만,
성경시대에 이 땅은 수십 개의 국가, 부족, 작은 왕국, 도시국가를 수용했다.
제국은 인류의 다양성을 급격히 축소시킨 주된 이유의 하나였다.
제국이라는 증기롤러는 수만ㄶ은 민족의 독특한 특징을 지워버리고(예: 누만시아),
그로부터 훨씬 더 크고 새로운 집단들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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