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민일보 황영준 칼럼 2010. 1. 4
죽으면 죽으리라-안이숙, 찬송가 150곡 암송
찬송을 곡조 붙은 기도라 한다.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며 개인의 고백과 간구와 부르짖음을 찬송가에 담기 때문이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하지어다.’ 하였으니 사람마다 찬양하고, 내 육체의 생명이 다하고 내 영혼이 하나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그 때까지도 찬양하라는 말씀이다.
안이숙(1908. 6. 24-1997. 10. 19)이 일사각오 순교신앙과 옥중생활을 간증한
‘죽으면 죽으리라’를 읽어보면 말씀과 찬송으로 지혜와 힘을 얻고 승리했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어머니는 성경학교를 다녔고 선교사에게서 성경을 배웠다. 교회생활도 즐거웠다.
미혼인 안이숙은 주일이면 좋은 옷을 입고 가죽 성경과 찬송가를 가지고 교회로 갔다.
찬양대 소프라노로 하나님을 찬양했다.
평양 성도들은 흰옷들을 입었고, 교회마다 가득이모여 예배드렸다.
새 옷이나 새 것을 먼저 교회에 갈 때 입었으며, 깨끗한 은전이나 지전은 구별하여 헌금으로 드렸다.
십일조는 깨끗한 돈으로 골라 봉투에 넣었다. 새 곡식이나 실과가 나면 반드시 목사님에게 먼저 가져다 드린 후에 먹었다. 오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전도하고 약을 주며 구제비도 나눠주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영신환, 연고, 은단, 휴지, 알사탕이 좋은 선물이었다.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배웠다.
보성여학교 교사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형사들을 피하여 신의주 제자의 집에 은신했다가
정처없이 산골과 농촌마을로 다니며 은신했다.
어느 날 “평양성으로 가라”는 말씀을 듣고 평양으로 들어갔다. 전쟁터로 투입되는 많은 군인들이 송장으로 보였다. 저 영혼들이 지옥으로 떨어져가고 있는데 일본 지도자들에게 그 어리석음을 누가 경고할 것인가.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 때 “네가 하라.”는 음성이 들렸다.
“내 몸을 폭탄같이 던져서 내 유창한 일본말로 일본인 지도자들에게 경고하고, 주 예수의 이름으로 죽어보자.”하는 거룩한 결단을 했다.
심령의 찬송이 터졌다.
‘영광일세 영광일세 내가 누릴 영광일세 은혜로 주 낯을 뵈옵는 것 참 아름다운 영광이로다.’
순교자의 영광을 찬양했다.
일본 제74회중의원 경고사건으로 체포되어 평양경찰서에 있을 때
건넌방 주기철 목사님과 공중에 글을 써서 ‘손가락 대화를 했다.
“목사님, 이 유치장에서 내어보내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요?”
“강대에 올라가서... 예수님의 사랑의 구원을 힘껏 외치며 가슴이 시원하도록 설교를 하고 싶습니다. 안선생이 자유가 되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으신가요?”
주 목사님의 소원은 복음 선포였다.
“큰 교회의 강단에 올라가서 수많은 성도들 앞에 높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희생을 힘껏 노래하고 싶어요.”
그녀는 목소리 높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었다.
“안 선생이 남자였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생각이 됩니다.”
“만일 남자가 되었드라면 목사님의 제자가 되어 목사님같이 되어보고 싶었을 겁니다. 목사님 같이 위대한 설교자가 되려고 애썼을 거예요....성경 100장과 찬송가 150장이 제 가슴속에 가득합니다. 일본인이 한국어 성경을 다 불질러 없애도 내 가슴속에는 중요한 100장의 성경과 150장의 찬송이 있어 염려되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
순천경찰서 유치장에서는 그녀가 있는 방의 자물쇠를 열어두었다.
뒷동산에 올라가 기도하며 찬송했다.
‘내 임금 예수 내주여’,
‘나 이제 사나 죽으나 주 뜻만 좇게 합소서’,
‘주는 산곡의 백합’을 연거푸 불렀다.
“내가 부르는 찬송에 감격이 되어서 언제나 눈물이 두 뺨을 적시고, 주님을 향한 사랑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녀에게는 찬송이 기도이고 위로이고 능력이었다.
안이숙을 포함한 기독교인들을 8월 18일 오전에 처형키로 계획했다고 한다.
그러나 악한 자들의 어리석은 계획이 엎어지고 말았다. 1945년 8월 17일 밤11시에 옥문이 열렸다. 몇 사람이 안이숙을 부축하여 나왔다. 감옥으로 넘어갈 때는 28명이었는데 14명이 살아나왔다.
한국인 간수가
“이 천사 같은 목사님과 선생님들은 6년 전에 일본인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믿음을 지키시고, 갖은 고난과 고역을 겪으시고 이제 나오시는 것입니다.”하고 외쳤다.
‘만세! 만세!’ 함성에 이어 찬송이 터졌다.
‘예수의 이름 권세여 엎디세 천사들 금 면류관을 드리고 만유의 주 삼세...’
수 천 성도가 출옥성도들을 앞세우고 평양시내로 행진하며 나아갔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의 함성, 구원의 감격이었다.
안이숙이 암송한 성경과 찬송은
암흑시대에 악한 영 그리고 절대 권력과 대결해서 승리했던 강력한 무기였다.
새 해 ‘승리의 삶’을 위해 말씀과 찬양 무장도 든든히 할 일이다.-안이숙, 죽으면 죽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