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자료는 온글문학 편집 자료이며 수상식 당일 프로그램 상 낭독자료입니다.
낭독자를 사전 확정, 본 자료를 제공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낭독시간 3-5분>
2023년 아름다운 문학상 < 형효순> 수필 속 아름다운 문장
1. 꽃주름 1
할머니가 된다는 것도 인생의 갈무리를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 같은 것, 인간은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이며 어제 뿌린 씨앗의 수확으로 오늘을 살아가야 하고 내일의 결실을 위해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했던가.
이 세상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체는 제 몸 안에서 씨앗을 키운다. 그리고 그 씨앗은 모두 세상을 품고 있다. 어떠한 환경에 처하건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고통을 감내한다. 그중에 인간이 뿌린 씨앗, 꽃 중에 제일 예쁜 꽃이 아기 꽃이다. 할머니의 금이 간 얼굴들은 이 세상 아기 꽃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가기를 기도하는 예쁜 주름 꽃이다.
2. 행복이 별것 있간디?
요양원 침대에 햇빛이 따사하게 비춰들자 도비 할머니는 희미하게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보았다.
“하이고 ! 또 눈을 떳는 갑네 ? 어젯밤 왜 날 데려가지 않고. ”
주름 겹겹 깡마른 얼굴에 눈물이 진득하게 고인다. 그만 살고 싶다는 하머니들 독백은 정말 진심일까?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라도 고통스럽다면, 보고 싶은 자식을 어떻게 해도 볼 수 없다면, 과연 살아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도비 할머니는 그래도 둑은 뒤에 아들하고 살았던 집터에 뿌려 주었으면 좋겠다며, 말뚝 하나만이라도 남겨 놓으면 언젠가는 아들이 한 번은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원장님께 부탁했단다. 어미에게 자식은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존재일까. 어머니를 보는 심정으로 돕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서려는 내 손을 꼭 붙잡고
“행복이 별거 있간디. 채소반찬이라도 식구가 함께 밥 묵고 사는 것이 제일인 거여. ㅁ맨날 성님이 그렇게 말 했잔혀, 찾아줘서 고맙고도 고맙구만.”
어머니 모습이 겹친다. 산에는 푸른 물이 뚝 뚝 떨어지고 개꽃은 만발하였는데,
“젠장 ! 하늘을 왜 이리 또 맑고 푸른 것이여.”
3. 정이 무엇인디
이만큼 살다보니 이제는 모두가 정이 아닌 것이 없다. 흔한 남매 같은 옆지기는 물론, 집에 들어서면 제 몸을 빙그르 굴러 반기는 여덟 살이 된 애정이(고양이), 수년을 환 자리에 있는 꽃무늬 항아리, 내 손이 익숙해서인지 잡아도 가만히 있는 돌 확독 속의 금돌이와 금순이, 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봄이면 어기없이 그 자리에서 올라오는 작약 두어 그루까지.
어디 그뿐인가.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서로 공생하지 않는 것이 없다. 절에 매달려 있는 풍경이 있어 바람 소리가 아름다운지 바람이 있어 풍경이 아름다운지,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다면 그 눈물겹도록 소중한 인생, 누구에게라도 온정(溫情) 한 바가지씩 퍼 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