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산-1
산이 둘러앉은 호수
옹기종기 뻗은 구불길
억새풀은 하늘을 찌르고
권태로운 대나무 숲에서
누가 더 높은가 키 자랑
푸른 잎 흔들며 노래자랑
물가의 왕버드나무
물속으로 실타래 같이 엉킨 뿌리들
질박한 세월 거꾸로 누워 흔드는 오브제
돌고 돌아 넓죽한 호숫가
습지에 군락하는 수상식물
연, 부들, 창포, 마름, 소귀나물
진흙 속 물 위에 연
하늘을 향한 군자의 미소가 꼿꼿하다
부들의 무성한 잎
부들부들 물살을 쓰러뜨리면
물 가장자리 하늘거리는 창포
한줌 삶아 찰랑찰랑 머릿결 빗고
수면에 누워 부챗살 퍼지는 마름
수생식물 섬섬히 덮이면
물고기 떼 입 맞추고
신난 물새 찰랑대는 온종일
힐긋힐긋 산봉우리에 걸친 시야視野
일제 강점기부터 그 많은 아픔주고
굽이굽이 묻어 있는 원시모습
갈라진 것 모으고 찢어진 것 아물고
오랜 고난을 참아온 세월의 염원들
묻혀 버린 시간들 깨어나
얇은 꿈들이 빚어내는 조화이다
상처 없는 생태계와 인간의 균형 잡기
호수가 휴식하는 시간
흔들리는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서성이는 달빛은 제 몸을 물 위에 그린다
카페 게시글
♣ 김영철
청암산-1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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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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