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회 공인노무사 시험에서 합격의 영예를 안은 사람은 61 명이었다. 하지만 당초 행정규제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올해 선발 예정인원 257명의 1/4도 안되는 숫자다.
이에 낙방한 수험생 45명이 시험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을 낸 데 이어, 행정심판 청구까지 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공인노무사 시험은 지난 1999년 부터 각 과목 40점 이상 득점한 자 중에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던 선발예정인원공시제(공인노무사법 시행령)가 폐지되면서 활성화 단계에 들어섰다.
공인노무사 자격취득의 문호를 개방해 선발인원을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공인노무사는 1999년에 103명, 2000년에 71명, 2001년에 205명, 2002 년에 143명 등을 뽑아왔다. 응시자수는 지난 3년간 1,300~1,600명이던 것이 올해는 2,166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승철 의원의“공인노무사 인력이 절대 부족한 점을 고려할 경우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시험과 같이 최소합격 인원제 도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동부 관계자는“앞으로 예측가능한 인원이 선발되도록 최소합격 인원제 등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올해 합격자수가 적은 것에 대해 공단측은“합격자 수는 시험 난이도와 채점위원의 주관적인 채점에 의해 결정되므로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낙방한 수험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산업인력공단의 규제개혁위 권고 무시는 직무유기”]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주도한 지모씨 등 44 명은“올해 시험수준에 대해 전년도 수험생들은 오히려 낮았거나 평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설사 난이도가 높았다 해도 공단이 채점위원들에게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선발인원수와 채점방법을 주지시키고 조정했어야 했고 노동부와도 충분한 협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또 이미 노동부장관은 지난 2월 공단에 규제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인원을 선발하도록 지시공문까지 하달했음에도 합격자수를 결정한 것은 공단의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재채점이나 재시험을 실시해 추가합격자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선발예정인원을 신뢰해 합격가능하리란 기대를 갖고 다른 자격사시험이나 취업을 포기하고 평균 2~5년간 수험생활을 해왔지만 예년과 달리 현저히 적게 선발한 것은 국민의 신뢰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송에 참여한 류모씨는“행정기관인 공단은 규제개혁위의 입법취지에 맞게 행동하고 또 귀속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면서“따라서 권고에 맞게 적정한 인원을 뽑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적은 인원을 뽑은 것은 재량을 남용한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도 그만두고 시험에 매진한 이들 어떻게…]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이번 시험에 도전했던 김모씨는“합격자 수를 보고 황당했다”고 말한다. 1 점이 모자라 불합격됐다는 그는“규제개혁위의 권고는 행정법상의 확약(행정청이 시민에 대한 관계에서 자기구속을 할 의도로 장래에 일정한 작위나 부작위를 약속하는 의사표시)에 해당함에도 공단의 행정력이 미흡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주위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노무사 시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이들이시험에 떨어져 안타깝다”면서“150명만 뽑았어도 이들이 구제됐을지 모른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번 합격생 축소가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공인노무사 자격증 부여를 위한 의도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 홈페이지에는“본부 직협(직장협의회)이 인사적체 해소방안의 하나로 제시한‘일정기간 근무자에 대한 공인노무사 자격 부여제도 부활’이 근로기준과의 노력의 결실로 11.14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2000.12.31 이전 임용자 중 노동행정 통상경력 10년 이상으로써 5급 이상 5년 이상자의 경우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통산경력 10년 이상 노동행정 공무원들에게 1차 시험의 노동법1과 노동법2를 면제해주는 현행 수준과 달리 아예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주자는 것이다.
지난 1999 년 규제개혁위원회는‘전문자격사 관련 규제개혁방안’을 심의해 공인노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11종의 전문자격사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와 공무원의 자동자격 부여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경력공무원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면 일반수험생들의 취업기회가 불공평하게 제한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공인노무사 가운데 노동부 공무원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62.1% 에 달했었다.
[공무원에게‘노무사자격증’주기 위한 의도였나?]
하지만 과거로 회귀하려는 상황에 대해 한 수험생은“노동부 공무원들이 기득권을 이용해 전문자격제도인 노무사제도를 강탈하려 한다”며“차라리 노무사 시험제도를 없애는 것이 낫지 않냐”고 항변한다.
수험생들은 선발예정인원 축소뿐 아니라 공단측이 10월 6일 2차 합격자를 발표하겠다고 해놓고 나흘 빠른 10월 2일~3일 명단을 공단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점, 채점기준과 과정 등에도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인터넷에‘노무사 시험제도 개혁을 위한 사람들의 모임(노제모. http://cafe.daum.net/nojemo)’이란 카페를 만들어 이번 행정소송 등에 대한 정보교류와 대응방안을 계속 논의하는 중이다.
12 회째를 맞은 공인노무사 시험제도가 수험생들로부터 개혁을 강요당하고 있어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