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린 2,10ㄴ-16; 루카 4,31-37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2020.9.1.; 이기우 신부
순교자 성월을 시작하는 오늘은 또한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기도를 하는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5년에 생태계 보호에 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면서 해마다 9월 1일을 이런 지향으로 기도하자고 권고하셨습니다. 이 권고는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 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주어졌습니다. 지구는 인류만 살고 있는 집이 아닙니다. 훨씬 더 많은 종의 피조물이 공동으로 살고 있습니다. 생명체들만의 집도 아닙니다. 인간의 주거환경을 동물과 식물이 떠받쳐주고 있는 것처럼, 동식물과 심지어 미생물의 서식환경을 거대한 물질계가 떠받쳐주고 있습니다. 그 물질계는 바다요 땅이며 하늘인가 하면, 바다와 땅까지도 떠받쳐주고 있는 지각이요 그 지각을 떠받쳐주고 있는 맨틀과 지핵으로서, 온갖 생명체들을 위해 태초 이래 지금까지 말없이 존재함으로써 봉사합니다. 태양계 안에서는 물론 은하계 안에서, 아니 어쩌면 전 우주 안에서 유일하게 지구라는 별만이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도록 물질계가 진화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물이 있고, 적당한 햇빛이 내리쬐어서 광합성 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가 하면, 절묘한 비율로 산소와 질소가 공기 중에 함유되어 있어서 호흡할 수 있게 해주고, 해로운 광선은 오존층이 차단해 주는데, 이 모든 물질계의 작용으로 바다에서 공중에서 거대한 순환작용으로 생명권을 키워왔으며, 그 가장 큰 주역은 땅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성인도 태양은 형님으로 달은 누님으로 불렀지만 땅은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온갖 생명체들을 낳아서 기르는 대지(大地)를 어머니로 부르며 찬양할 수 있었던 성인의 안목이 놀랍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될 줄 모른 채, 끝 간 데를 모르고 바삐 움직이던 우리 사회의 질서를 멈추어 세웠습니다. 오히려 2차 대유행으로 번질 지도 모른다는 긴장을 불러 일으키면서 불요불급한 모임을 자제하게 만들고, 가족의 의미라든지 신앙의 가치라든지 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모임조차도 쉬게 만들어 종교의 본질이 모여서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몸으로 드리는 예배임을 알게 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의 둘째 독서에서 이미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한 바 있습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에서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성령께서는 모든 것을, 그리고 하느님의 깊은 비밀까지도 통찰하십니다.”
이렇듯 성령께서는 깊이 있게 그리고 모든 것을 게다가 조용하게 다스리시는데, 악령은 이와는 반대로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사람들을 괴롭히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이 떠벌립니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조용히 움직이시던 예수님께 나타난 악령도 그러했습니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고 꾸짖으셨습니다.
지난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유행 상황을 바로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여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 현재의 코로나 19 확산 상황을 진단하면서, “사회 필수 기능이 마비되거나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이니, “최소한 10일 정도는 출퇴근, 병원 방문, 생필품 구매 등 필수적인 외출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집에 머물면서 모임이나 여행 등 사람 간의 접촉을 줄여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에 호응하여 각종 예약모임들이 줄줄이 취소되 는 등 조용히 코로나 19 확산을 막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광기어런 예외가 있습니다. 확진자가 다수 포함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을 주축으로 야외정치집회를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면서,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일당을 주고 전국에서 모집을 함으로써 전국에 대유행을 시키려던 전광훈 일당의 태극기 집회가 코로나 확산의 원흉으로 전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가운데 기독교지도자협의회와 평신도지도자협회가 26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배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므로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데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와중에 의사협회는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방에 의사를 파견하고 감염병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을 증원하려는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4일에 1차 총파업을 벌였고, 26일부터 28일까지 2차 총파업을 강행했으며, 의사협회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는 9월 7일부터 3차 총파업을 강행하여 집단휴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의료인의 윤리적 책임을 저버리는 진료거부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협회는, “의사들이 떠난 진료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와 업무부담 가중”이라며, 특히 위계와 권력적 업무관계 아래 놓인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현세적 속물들이 부리는 광기에 대해서 사도 바오로와 함께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는 영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이끄시는 멈춤의 힘, 침묵의 힘을 우리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