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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자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유 전 회장의 여인들에 대한 비밀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론된 유 전 회장 일가 ‘핵심 측근 7인방’에 이어 ‘여성 5인방’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
유 전 회장 핵심계열사의 이사를 맡거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여성이다. 이들은 복잡한 소유 구조의 세모 그룹에서 비자금 조성과 관리 등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경· 전양자· 김명점· 이순자· 윤두화가 ‘여성 5인방’
유병언의 여인들로 거론되는 ‘여성 5인방’은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72) 노른자쇼핑·국제영상 대표, 김명점 세모신협 이사장, 이순자 전 문진미디어 대표, 윤두화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다.
여기에다 80년대 유 전 회장의 비서였던 송재화씨가 재등장해 관심을 끈다.
유 전 회장은 이상하게도 여자들을 요직에 기용했다. 구원파 신자였고 유 전 회장 측근이었던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자신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여자들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유 전 회장의 카리스마에 끌려 세뇌가 되면 유씨를 살아있는 예수로 신격화하는 여자들이 생긴다”며 “이러면 유씨가 ‘(신규 사업)개발비 모금책’을 시킨다”고 했다.
자금 모금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충성적으로 하기 때문이라 했다.
김혜경 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국제약의 최대주주(68.0%)인 동시에 청해진해운과 그 관계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6.29%) 소유자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 차남 혁기 씨(19.44%)에 이어 3대 주주다. 또한 유 전 회장 장남 대균씨(32.0%)에 이어 화장품· 건강식품 및 전자제품 판매업을 영위하는 ‘다판다’의 2대 주주(24.4%)다. 김 대표가 그룹 내 상당한 실력자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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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 전 회장의 비서로 유 전 회장과 연을 맺은 뒤 이후 더욱 특별한 관계로까지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1995년까지 송재화씨가 맡았던 비서역을 김 대표가 맡으면서 유 전 회장과 특별한 관계로 호전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회장의 사업 초창기인 1980년대엔 그의 곁에 송재화라는 여인이 있었다. 송씨는 유 전 회장의 자금책으로 김혜경 대표보다 앞서 유 전 회장의 비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송씨는 ‘유씨가 세운 삼우트레이딩을 돕는 것이 신도들의 교제를 확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돈을 끌어모았고, 유 전 회장도 송씨의 모금활동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면서 힘을 실어 줬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씨는 유 전 회장과 공모해 사채 약 16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옥살이하기도 했다.
유병언, 왜 여자들을 요직에 기용했나?
유 전 회장 측근인 전양자씨를 구원파로 전도한 사람은 배우 윤소정(69)이다. 윤소정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양자를 구원파로 안내한 연예인 신도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은 구원파를 탈퇴했으며, “전씨가 노른자 쇼핑 대표가 된 건 몰랐다. 나도 지금 TV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1977년 윤소정씨 소개로 구원파를 믿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는 전양자씨는 유 전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도 오랫동안 폭넓게 친분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양자 씨는 지난 1979년 대전역 앞에서 ‘에펠제과’라는 제과점을 운영하면서부터 유 전 회장 측과 활발한 교류를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점 이름도 유 전 회장이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부산 광안리에서 일식집 ‘일월성’을 운영하면서도 유 전 회장 일가와 꾸준한 접촉을 이어간 전양자 씨는 2009년 당시 연간 매출액 394억 원이던 노른자쇼핑 사내이사로 등재됐고 2011년 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또 다른 계열사인 국제영상 대표,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도 맡은 전양자 씨는 지난해 8월에는 구원파 성지 격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의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현재 유병언의 여인들로 거론된 5인방에 대해 검찰은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자금 관리를 맡겼던 것으로 알려진 김혜경 대표는 미국 체류 중인데다 검찰 소환에도 불응하면서 신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지검 세월호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김씨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협조를 통해 이들을 강제 송환할 방침이다.
미국 영주권자로 알려진 김 대표는 자녀가 거주하는 미국에 평소에도 자주 드나들었으나 세월호 참사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997년 세모그룹이 어음 16억 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을 때도 검찰 수사를 피해 미국에 체류하기도 했다.
전양자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노른자쇼핑 영동본점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지난 10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언론에 노출됐다. 전양자씨는 중절모와 선글라스 패션으로 나타나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것을 밝히겠다. 기다려 달라”고 짧은 말을 남긴 바 있다.
김혜경 대표에게 유 전 회장의 비서 자리를 물려주고 유 전 회장 근처에서 사라진 듯 했던 송재화 씨는 현재 제주도 서귀포에서 문진미디어 등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구원파의 수련시설 ‘남녘수산’의 이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년 전 재판에서 송씨와 유 전 회장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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