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17. 발우 이야기
소욕지족 하는 출가자의 삶 상징
꿰맨 자국 5곳 넘어야 교체 가능
삼의일발(三衣一鉢). 오로지 수행을 지속하기 ㎸�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으로 만족하는 소박한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지향하는 출가자의 생활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출가자의 식생활은 발우라 불리는 자그마한 하나의 그릇을 통해 해결된다. 자신의 미각을 만족시키고 배를 가득 채우기 위해 맛난 음식에 집착하는 일 없이, 재가자의 신심으로부터 주어지는 음식을 질과 양에 상관없이 감사하게 받아 섭취하며 이를 기반으로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육체적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발우에 담긴 의미이다.
『오분율』에 의하면, 육군비구 가운데 한 사람인 발난타가 많은 발우를 얻게 되자, 이 발우 저 발우 바꾸어 가며 쓰고, 오래된 발우는 여기저기 방치해 두었다. 절을 찾아 온 신자들이 이를 보고 ‘사문석자는 항상 소욕지족을 설하면서 질리지도 않고 저렇듯 발우를 끌어 모으고 있으니, 그 모습이 마치 장사치 같구나. 사문으로서의 행은 없고 사문의 법은 깨고 있다’라고 한탄하며 비난했다. 이를 전해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발난타의 행동을 꾸짖으시며, 반드시 하나의 발우만을 소지할 것을 조문으로 제정하셨다고 한다.
만약 출가자가 보시를 받아 두 개 이상의 발우를 소지하게 되었을 때는 이를 장발(長鉢), 즉 여분의 발우라 하여 엄격히 그 소지를 금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장발을 얻은 후, 열흘 동안만은 그 소지가 허용된다. 이것은 아난이 장발을 얻게 되어 이를 사리불에게 주고자 했으나, 사리불이 먼 곳에 가 있어 돌아오는데 열흘 정도 걸리게 되었다. 이 사정을 들으신 부처님께서 장발을 처분하는 기간으로 열흘을 허용하는 율 조문을 추가 제정하셨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반드시 그 동안 사용하던 발우의 사용을 멈추고 새롭게 얻은 여분의 발우와 바꾸던가, 아니면 다른 스님에게 발우를 주어야 한다. 혹은 그 발우를 ‘정시(淨施)’해서 갖고 있어야 한다.
정시란, 자신의 소유물을 명목적으로 다른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스님에게 맡겨 놓은 후, 나중에 혹시 자신의 발우를 잃어버리거나 깨뜨렸을 경우 받아서 쓰게 되는 것이다. 발우를 잃어버리거나 깨뜨려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곧 하루 끼니를 굶어야 한다는 말이므로, 이런 갑작스러운 경우에 대비해서 예비로 다른 스님에게 발우를 맡겨 놓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발우를 얻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열흘 안에 처리를 해야 하며, 만약 이를 어기고 계속 소지할 경우에는 사타법을 어기게 된다.
하나의 발우는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용해야 한다. 완전히 못쓰게 깨져 버리거나 수선해도 국물이 줄줄 샐 정도가 아니라면, 보통 오철철발(五綴鐵鉢)이라 하여, 꿰맨 자국이 다섯 군데가 되어서야 비로소 새로운 발우로 바꾸는 것이 허용된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기고 새로운 발우로 바꾸었을 경우에는, 그 승단의 발우 가운데 가장 낡은 발우로 교환받게 된다. 즉, 승단의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여 자신의 발우를 내 놓는다. 그리고 법랍이 높은 스님부터 깨끗한 발우를 선택하게 된다. 결국 남는 것은 가장 낡은 발우가 되고, 이것이 율을 어긴 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발우는 출가자의 청렴한 소욕지족의 삶을 상징하는 그릇이었다.
한편, 발우는 탁발용 그릇인 만큼, 출가자와 재가자의 관계 정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처님 당시, 불교 외의 다른 종교의 출가자들 역시 대부분 걸식을 통해 생계를 해결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다른 외도들처럼 손으로 음식을 받아먹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셨다. 이는 탁발이라는 행위가 단지 음식을 구걸하는 것이 아닌, 재가자가 제공하는 음식의 섭취를 통해 수행에 정진하고, 또 그 보답으로 재가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며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상호 교환적 의미를 지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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