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교회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무언가 맛있는 것을 삼삼오오 모여서 먹고있는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예배나 기도도 끝났을테니 말이다. 동생은 떡방앗간에 다녀왔는데 쑥절편을 찾으러 저녁 다섯시에 오라고 했단다. 아직 냉동실에 가래떡이 여러봉지 있는데 쑥떡은 어디 넣어서 보관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얼핏 듣기로는 1여전도회에 나눠준다는데 모임이 끝난 후에 나눠줄껀가? 우리집 얼룩 고양이, 8살배기 새코미는 침대에서 자고있다. 그녀석은 자기 누나가 고양이별에 간 날도 오늘처럼 태평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누나인 달코미를 찾지도 않았다. 어릴때는 누나를 그렇게 의지하고 좋아했었는데 말이다. 나는 자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눈에 넣어도 눈이 아프지 않은 자식사랑은 자식이 어렸을때 잠깐일 것이다. 나도 우리 달코미나 새코미가 어릴때 그렇게 고양이들을 좋아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니 그 마음도 변해가는 것이었다. 요즘엔 새코미를 보아도 그저 심드렁할 뿐이다. 아마 자식 사랑도 그럴 것이다. 적어도 감정적인 사랑은 말이다. 하지만 자식이 성장하면 친구처럼 되니까 대화도 나누고 의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서로를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다. 나는 의지할 자식이 없어서 쓸쓸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의 기업이 되신다. 예수님께서 나의 신랑이 되신다. 그 생각을 하며 평생 고문 후유증을 겪으며 독신으로 살았던 독립운동가이자 크리스챤인 김마리아 선생님처럼 꿋꿋하게 살아야겠다. 내가 사회생활을 해 본 경험이 별로 없고 결혼생활을 해 본 적도 없고 자녀를 키워본 적도 없는 것이 지금의 내 성격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미쳤겠지만 성격 형성의 가장 큰 원인은 원가정이 인간적으로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거기에 유전적으로 타고난 원인도 있을 것이다. 성격이 좀 활달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내성적이다. 이것에도 무슨 뜻이 있겠지. 우연이 아니기에 선이 될 수 있을 줄 믿는다. 외향적이었다면 세상을 잘 살아갔겠지만 믿음의 기초를 튼튼히 닦을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고 나의 작은 생활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