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소설]
잔다리 사람들
전유철(소설가 ․ 평택잔다리족구회장)
-제1부.
족구이야기
제2장. 족구클럽을 만들며 ②
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없는 자에게는 아무런 성취도 없다.
성구는 어느 날 문득 족구 경기장에 있었다.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국족구대회였다. 첫 경기는 광주에서 올라온 팀이었다. 성구네 팀 멤버는 성구와 동재와 만규 그리고 함께 운동하던 한 사람이었다. 상대팀에서 첫 서브가 날아왔다. 동재가 리시브한 볼이 만규의 발을 거쳐 알맞게 띄움이 되었다. 성구는 강타 모션을 취하며 발날 페인트를 놓았다. 공이 코트 중간쯤에 바운드된 후 그대로 정지한 듯하다가 그 자리에 툭 떨어졌다. 상대가 발을 쓸 수도 없는 자리였다. 성구네 팀이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첫 득점이었다. 서버가 된 성구는 공을 잡아 스파이크 서브를 넣는다. 왼쪽 엔드라인 구석으로 꽂히는 공격서브에 상대는 발을 대지 못한다. 2득점이다. 처음부터 팀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성구의 공격파워는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띄움이 좋지 않은 공도 강타를 날려 상대방의 의표를 찔렸다. 발등 공격, 발안축 공격, 발뒷축 공격, 발날 공격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공격이었다. 상대방은 완전히 기가 죽다못해 얼어붙었고, 경기는 일방적으로 끝났다. 예선을 가볍게 통과한 성구일행은 승승장구하며 어느새 4강전을 승리로 이끌고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국에서 모인 다른 팀들로부터 성구네 팀은 시선을 한낮 폭양처럼 한몸에 받았다. 특히 혜성처럼 등장한 성구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관중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구름처럼 모인 관중으로 성구는 어느새 새로운 스타가 되어 있었다.
문득 성구네 팀명은 ‘잔다리’였다. 어떻게 잔다리가 되었지. 성구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우리말 지명으로 ‘잔다리’라는 것을 설핏 생각해 내었다. 어느날 갑자기 잔다리 족구는 유명해지고 있었다.
결승전은 오후 늦게 시작되었다. 상대는 그 유명한 한세대학교였다. 성구네 팀의 유니폼은 어느새 다른 컬러로 바뀌어 있었다. 족구방송에서만 보았던 이광재 선수가 공격수로 나섰다. 시작부터 불꽃 튀는 경기가 되었다. 이광재가 넘어차기를 하면, 성구도 맞받아 파워 넘치는 넘어차기로 응수하였다. 성구네 팀의 수비도 놀라울 정도로 잘 하고 있었다. 비거리가 18미터 이상 떨어져도 다 받아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성구는 믿어지지 않았다. 이 많은 관중 앞에서 스타가 탄생되는 순간을 성구는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시인 바이런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경기는 3세트까지 이어지고, 간발의 점수 차이로 결국 성구네 팀이 우승을 하고 말았다. 드디어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을 일궈내고 만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잔다리’는 화려한 우승 트로피와 두둑한 상금과 푸짐한 부상을 받았다.
성구 일행은 의기양양하게 가까운 음식점으로 가 회식을 하였다. 동재도 만규도 만면에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우승의 일등 공신 성구가 먼저 트로피에 부어진 막걸리를 들이켰다. 사진에서만 보았던 다른 팀들의 축배를 우리가 이렇게 들고 있다니.
‘아, 이 날을 위해 얼마나 훈련을 해 왔던가!’
성구가 감격해 있는 사이에 갑자기 동재도 만규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이 순간을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구는 두리번거리며 그들을 찾았다.
‘동재야, 만규야! 사진 한번 멋지게 찍어 봐. 하하하.’
그러나 그 자리에는 성구 혼자만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동재야! 만규야! 야, 나와 봐!’
그렇게 소리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성구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옆에서 잠자던 아내가 성구를 깨우고 있었다.
‘아, 꿈이었네.’
그는 비로소 꿈에서 깨어났다. 어느새 아내가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악몽을 꾸었어요?”
아내가 아직 덜 깬 목소리로 묻는다.
“어? 어, 괜찮아. 자자구...”
성구는 다시 자리에 눕고, 악몽이 아니라 길몽이지 하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런 꿈을 다 꾼단 말인가. 낮에 온통 족구만 생각하다 보니까, 꿈속에서도 족구를 한 것이지 뭐. 내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꿈을 다 꾸다니. 우린 아직 족구클럽도 만들지 못한 실정인데, 언제 훈련하고 실력을 갖춰 전국대회에 나간단 말인가.
성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설핏한 잠을 자고 일어나 출근을 하였다. 회사에서도 틈만 나면 족구공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잠깐 쨤을 내어 인터넷에 접속해서도 포털 사이트에서 족구관련 정보들만을 찾아보곤 하였다.
성구는 퇴근 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서 간편한 반바지로 갈아입고 운동준비를 하였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려면 아직도 두어 시간은 남아있을 터였다. 어제 족구를 열심히 한 후유증으로 다리와 허벅지가 뻐근하였지만, 운동에 대한 기쁨과 의욕으로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우선 집에 있는 축구공으로 공격연습을 할 요량이었다. 공을 나뭇가지에 매달아놓고 타격연습을 하려면 공을 잡아맬 무엇이 필요했다. 마침 수박을 사 왔던 끈이 있어 그것으로 공을 감싸듯 묶고 긴 끈으로 다시 공과 연결하였다. 이제 나뭇가지에 매달면 되는 거였다.
서둘러 운동화를 갈아신고 성구는 자신들이 운동하던 족구장 근처의 소나무 숲을 찾아갔다. 장소를 물색하던 그는 마침 잔디밭 위에 서 있는 소나무 가지에 끈을 매달아놓고 공격연습 준비를 마쳤다. 망처럼 엮인 축구공이 보기에는 좀 흉물스럽지만 연습하기에는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였다.
‘아, 연습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라고 하였지.’
성구는 낮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본 연습방법 등을 떠올렸다. 그는 나름대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주위에는 소나무와 다른 나뭇잎들이 울창하게 자라 있어 그늘이 지고 도로에서 떨어져 있어 혼자 연습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옆 테니스장에는 사람들이 랠리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럿이 연습하고 있지만, 성구는 외롭게 혼자 연습하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훈련은 늘 외롭게 혼자 하는 것이 아닌가. 훈련과정은 늘 외롭기 마련이고, 일취월장은 무림에서나 존재하는 것이겠지. 성구는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성구는 마침내 소나무에 매달린 공 앞에 섰다. 우선 발 안축으로 힘껏 공을 찬다. 기습적으로 발길질은 당한 공이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줄이 그를 구제해 준다. 땅에 나가떨어지기 전에 다시 잡아채는 줄과 나뭇가지가 구세주다. 심하게 흔들리는 공을 잡아 제자리에 고정시켜놓고 성구는 다시 일격을 날린다. 퍽, 소리와 함께 공이 까무러치는 소리가 들리며 다시 휘청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공이 발 안축에 맞는 느낌이 좋다. 이대로 연습하면 곧 파워가 살아날 것 같다.
하지만, 연습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튕겨나간 공의 줄이 나뭇가지에 걸려 감길 때마다 풀어서 매번 원위치 시켜야 하고, 오래지 않아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다시 묶어 타격하면 얼마 후 또 끊어지는 말썽이 심술궂게 생겼다. 오래도록 끊어지지 않는 그 무엇이 필요했다. 바로 굵은 고무줄이었다.
다음에 그 고무줄을 준비해서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성구는 일단 연습공을 옆에 치워놓았다. 다음에 생각해 낸 것은 ‘나뭇잎차기’ 연습이었다. 족구신동 김현우 선수가 초기에 연습하였다던 그것이었다.
성구는 어렵지 않게 주위에서 연습하기에 알맞은 나뭇가지를 물색하였다.
‘네트 높이보다 약간 높은 것부터 시작하여 어깨높이보다 약간 낮은 높이로 옮겨가라고 하였것다!’
성구는 나뭇가지에 무성하게 자라난 나뭇잎에 어깨를 견주어보며 중얼거렸다. 안축차기부터 연습을 해야겠지. 공격의 기본은 안축차기라고 하였지. 그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발등공격을 시도하는 한심한 자들이 많다고 하였던가. 1이 안 되는데, 2나 3을 시도하고 있다는 거였다. 기본이 충실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려한 공격만을 선호하는 3류들이 있다고 하였다.
성구는 나뭇잎의 높이를 가늠하며 디딤발을 옮기고 오른발을 도약하여 안축으로 나뭇잎을 내려친다. 공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미는 듯이 타격하라고 하였지. 타격의 정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발이 완전히 지나치도록 밀라고 하였던 것을 기억하며 성구는 하나 둘, 타격연습에 몰두하였다.
왼쪽 허벅지가 아프도록 뻐근하였다. 왼쪽 디딤발을 완전히 회전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오른발의 반동이 이어지니까 당연히 왼발에 무리가 가는 거였다. 그래서 킬러는 오른발보다 왼발이 튼튼해야 된다는 거였구나.
성구는 이론적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내용들이 몸소 하나씩 이해가 되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만큼 마음이 쇄락해지는 기쁜 일도 없을 터였다.
성구는 땀이 흐르도록 먹이를 찾는 새들처럼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연습을 하였다. 저녁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는지 어스름이 내리고 스산한 기운이 돌았다. 성구는 연습을 마치고 돌아서다가 테니스장에서 날아온 공에 눈길이 닿았다.
‘김현우 선수가 말하기를, 테니스공으로 공격연습을 하면 아주 좋다고 하였었지.”
성구는 다음에 그 연습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끈 끊어진 축구공을 수박처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첫댓글 꿈을 꾸는 자만이 뭔가 이루어낼 수 있겠지요~주인공의 노력이 가상합니다. 주인공이 얼른 기량이 발전하기를 바라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광진연합회에서 도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