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다녀왔지요.
제천 의림지에 한방치유숲길이 열렸거든요.
고대국가인 삼한시대 축조되었다는 의림지는
세월 섬긴 만큼 작아졌지만 소나무 숲은
아름아름 나이를 쌓아가며 여여했지요.
감악산과 용두산에서 내려온 바람이 저수지에 정갈하게 몸을 씻고 다시 불어왔지요.
그 서늘한 바람의 느낌이
아직도 손에 남아있다고요?
저도 그래요. 그 바람 한 조각을 숨겨왔거든요.
도란도란 걷던 솔밭길,
길 끝에 열리던 푸른 언덕이 생각난다고요?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노란 애기똥풀 그득 피었다가
보랏빛 붓꽃이 흐드러졌다가
이제는 개망초가 피어날 준비를 하던
아, 초록초록한 그 언덕...
그래요.
자연이 다독다독 키운 언덕은
온갖 화초로 풍성한 정원보다 아름다웠으니까요.
언덕에 올라서니 맑고 깊은 초록빛 품을 열고 비룡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시원한 바람과 그늘만 열어주던 비룡담 둘레길이
새록새록 떠오르지요?
용두산 자락이 허락해준 저 숲길,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요?
맞아요.
숲길은 좁고 폭신하고 충분히 향기로웠으니까요.
숲길을 걷다가 쉬다가,
하하호호 웃기도 하고 춤도 춰보고
우리는 그제야 서로 눈동자를 마주보며
다정한 안부도 나누었으니까요.
그 숲에서 함께 듣던 새 소리를 기억한다고요?
차가운 계곡물도 생각난다고요?
저도 그래요.
손을 흔들던 환한 얼굴이 다 기억나는 걸요?
그 숲길이 벌써 그립다고요?
그럴줄 알았어요.
그리울 때 꺼내보라고,
어린 공룡 한 마리가 고개를 쑤욱 내밀 것 같던
푸른 고사리숲 한 폭을 담아왔으니 언제든
저 푸름이 빽빽한 숲길로 숨어드시어요.
아름다운 숲길을 함께 걸었던 그리운 그대여.
잠깐 안녕.
바람이 더운 열기 풀어버린 가을날
우린 또 만날거여요.
(전북생명의숲 숲문화탐방분과 위원장이신 전정일선생님께서 밴드에 올린 글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