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김치 담그다
심영희
지난 일요일 동서가 대파 필요하냐고 갖다 준다고 했다. 내가 갖으러 1시까지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벚꽃 하늘거리는 도로를 달려 동서네 밭에 갔더니 파를 그냥 뽑아 주는 게 아니라 깨끗이 다듬어 놓았다. 고맙고 좋았다. 집에 와서 다듬으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특히 요즘 같이 쓰레기봉투가 품귀현상이라는데 말이다.
집에 와서 바로 파 김치를 할까 하다 다음날 하기로 하고 시원한 베란란다에 내놓았다. 일 년 내내 딸네 파김치와 물김치는 내가 맡아 놓고 해 준다. 딸은 파김치를 잘 안 먹는데 사위와 손자 손녀는 파김치와 물김치를 좋아한다. 항상 쪽파로 김치를 만드는데 몇 년 전에 대파 김치를 했더니 맛있다고 했던 생각이 나서 파 중에 작은 것은 골라 파김치를 담그고 더 큰 것은 무침용과 국이나 졸임에 넣기 좋게 썰어서 냉동실에 너었더니 금방 파 부자가 되었다.
다음날 딸이 와서 대파 김치와 파 썰은 것 2봉을 가지고 갔다. 퇴근한 사위가 저녁에 대파 김치를 먹으면서 아주 맛있다고 한다고 딸이 대파 김치를 한 번 더 해달라고 한다. 동서는 농사를 지어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친척이나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 재미로 농사를 짓는다.
파가 더 자라면 김치하기 나쁠 텐데 비가 이틀이나 계속 오는 바람에 땅이 질까 봐 파 갖으러 간다고 못했는데 어제 운동하다 만나 땅이 말라야 파를 뽑을 수 있지 했더니 괜찮다고 오늘 가져가라고 한다. 오전에 그림을 그리다 오늘도 12시 반쯤 밭에 도착했다. 벌써 파를 거의 다듬고 있다. 차 한 잔씩 타 마시고 동서는 달래, 실부추, 방풍나물까지 조금씩 뜯어준다.
부추와 달래를 다듬었더니 금방 손에 흙이 묻었지만 재미있다. 농사일은 안 하고 자랐지만 시골이 고향인 나는 식물이 커 가는 것을 보면 경이롭고 새롭다. 봄비가 자주 내려 파도 깨끗하고 부추, 방풍나물도 깨끗하다. 아마 달래는 씻으면 흙이 많이 나올 것이다.
집에 오자 오늘은 바로 파를 씻어 대파 김치를 담그고 남은 파는 반으로 잘라 비닐에 넣어 물을 더 빼기 위해 거꾸로 나란히 세워 놓았다. 오늘은 대파를 심으면서도 대파 김치를 안 해 먹어 봤다는 동서 몫까지 한 통 담았다. 내일에 갖다 줄 참이다. 쪽파 한 단 다듬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대파를 다듬어 줬으니 김치 담그기 훨씬 수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