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혜광학교 친구들과 처음 만나는 첫째날의 아침은 꽤나 쌀쌀했다. 나는 선생님의 차를 타고 혜광학교로 가며 그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 친구들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저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본다면 돌봐주는 것은 가능해도 친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을 품고 혜광학교에 도착했다.
아직 시간이 일러 온 친구가 없을거라 생각하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벌써 한 친구가 도착해 앉아 있었다. 당황한 나는 그 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있었다. 그러던 그때 선배님들과 선생님께서 그 친구에게 거리낌없이 말을 거셨다. 소심한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내가 형, 오빠니까 먼저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몇 명의 친구들이 교실에 모습을 들어내고 작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곤 우리들 중 한 명을 선택해 짝을 지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와서 놀랐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그 중에서 나의 짝꿍이 되어주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나는 좌절했다. 그러던 그 때 원선이라는 친구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약간 경직된 모습을 보아 원선이는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ㅋㅋ 하지만 나는 원선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친해지면 금방 말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원선이와 인사를 나누고 제일 잘생긴 형을 고르라고 했다. 그런데.. 원선이가 나를 골라버린 것이었따!(사실은 아무도 안골랐어요..)
어쨌든 그렇게 나는 원선이와 짝꿍이 되었고 친해지기 위해 원선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하지만 원선이의 시선은 오로지 한 여자친구를 향해 있었다. 그 여자친구의 이름은 세아였다. 원선이는 세아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곁에 있으려고 했다. 나는 그 모습에 질투가 나서 원선이에게 "너 세아 좋아하지?" 라고 물어봤더니 원선이가 "아니에요 세아가 절 좋아하는 거예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모습이 웃겨서 가끔씩 원선이에게 그 말을 하곤 했던 것 같다. 그 뒤로 원선이와 나는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같이하면서 조금씩 친해져 갔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원선이가 찰흙놀이가 끝나고 손을 씻을 때 내 손 씻는 것을 도와준 것이었다. 그 때 원선이가 내 손을 씻어주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 준비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헤어질 시간이 됐다. 나는 원선이가 아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원선이의 얼굴은 해맑아 보였고, 나는 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원선이를 배웅해주었다. 나는 첫째날이 끝나면서 원선이와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둘째날
둘째날엔 손으로 목도리를 짜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기왕이면 원선이의 손으로 목도리를 짜고 싶었지만 원선이의 손이 너무 작아서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하고 원선이가 실 푸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렇게 목도리를 짜던 도중 원선이가 "이거 다 만든 다음 형 목도리도 만들자" 라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원선이 목도리만 만들고 있었는데 원선이는 내 목도리까지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원선이의 생각이 너무 고마웠고 나는 원선이의 목도리를 꼭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목도리 만드는 시간이 지나고 동화를 읽는 시간이 왔다. 하지만 난 목도리를 다 완성하지 못한 탓에 동화시간에도 목도리를 만들고 원선이는 동화를 읽었다. 원선이는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나는 옆에서 목도리를 만들며 원선이가 읽다가 막히는 부분을 내가 읽어주었다. 그렇게 동화를 읽다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목도리를 다 만들지 못했었다. 그래서 원선이에게 내일까지 목도리를 다 만들어서 주겠다고 했다. 원선이는 알겠다고 하며 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나는 그날 목도리를 다 만들었지만 되돌아보니 목도리를 만드느라 정작 원선이랑 얘기를 별로 나누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내일은 마지막인만큼 많은 얘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셋째날
원선이를 보자마자 나는 원선이에게 어제 만든 목도리를 주었다. 하지만 원선이는 그렇게 목도리를 받고 그렇게 기뻐하는 모양이 아니었다. 역시 목도리 만드느라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진행하는 뛰어놀기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신나게 놀 수 있도록 잘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따로 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로게임이 너무 어려운 나머지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렇게 미로게임을 포기하고 피구를 하였다. 방석까지 빌리며 준비한 게임이 이렇게 끝나니까 아쉬웠지만 다음에 할 땐 조금 더 쉽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뛰어놀기가 끝나고 요리프로그램을 하였다. 참치마요네즈주먹밥을 원선이랑 같이 만드는데 원선이가 맛있었는지 만들자마자 바로 먹었다. 원선이는 되게 주먹밥을 먹으면서 즐거워보였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나까지 즐거워졌다. 그렇게 결국 다 끝나고 만들어진 주먹밥은 하나도 없었다 ㅋㅋ 그렇게 모든 시간이 흐르고 원선이를 배웅해주는데 원선이가 부모님의 차로 가면서 나에게 "형 여름에 또 만나!" 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원선이가 나를 좋아해줬다는 것을 느꼈고 또 다시 수만세를 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