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어귀에 어처구니가 없는 멧돌을 보면 엄니가 생각나고 늘 그곳에 서 있는 대 비자루를 보면 아부지가 벌써 그려진다 물결치는 시간의 지느러미 속를 거스르며 또 하루를 움직인다 가급했던 24년 여름이였지만 가느다란 낡은 동아줄이언정 부모님의 슬하여서 그나마 행복했다 아름다울 계절의 초입에 애살굿게 육순이 넘어 가슴이 멍드는 늦깍기 고아 되어 깊은 가을날 몸체에서 떨어져 나딩구는 낙엽처럼 쓸쓸히 홀로서기에 들어 선다 함께 했던 생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져며오는 별리에 아쉬워하진 않으리라 거기엔 분명 또 다른 의미있는 잉태가 있을 테니까 하늘을 우러러 봐도 지난날을 깊이 갈구해도 멍든 가슴 메꿔줄 티끌 하나 없고 쓸쓸히 나홀로 냉혹한 월동속을 감당해 내야겠지만 영원한 이별에 익숙해질 나이도 되었지 않는가 이젠 나의 넝쿨들을 보듬으며 내길을 가야 한다 스스럼없는 자연의 시월은 풍성한 열매로 익어 가는데 나의 가을은 어떤 열매들로 메달릴지~ 서두를 나이는 아니지만 천천히 지난날을 자연스리 회자정리하며 먼훗날 뒤돌아 볼쯤에 괜찮은 시절이었음을~ 아직은 안개속 가시거리에서 서성이지만 알알이 영글어져 슬픔은 퇴색되고 비록 살아 갈 날이 짧은 삶속에 기분좋은 신음소리를 내며 속으로만 꽃 피우는 무화과 처럼 한세상 머물다 갈 수 있게 그리움들은 달고나로 매달려졌음 좋겠다 그래서 남은 여생도 계절마다 즐거웠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