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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선생이 필사하여 남긴 「일반아(一半兒)」 해설>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옛날에 글자 수가 일정하지 않는 장단구(長短句) 형식의 원(元)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라는 곡패(曲牌)가 있었다. 구어(口語)의 요소가 많고 조선의 한문학의 음조와는 다른 창작 방식 등 언어적 기교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조선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선후기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이 「일반아(一半兒)」 산곡시(散曲詩) 3首를 남겼으며, 거제학자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1779~1843) 선생께서도 중국 장가구(張可久 1270~1348)의 「일반아(一半兒)」 2首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일반아(一半兒)」 8首의 산곡을 필사해서 《동록문집(東麓文集)》에 수록해 놓았다. 이에 이번 지면을 통해 필사한 「일반아(一半兒)」 총 10首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편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는 중국 원(元)나라 때에 시가(詩歌)로서 민간 악부계통에서 발생한 것으로, 글자 수가 일정치 않은 장단구 형식이다. 또한 운문(韻文)의 속성을 지닌 장르로, 운을 사용하지만, 산곡(散曲)의 운(韻) 사용이 사(詞)에 비해 더욱 자유롭다. 작가로는 원나라 시인 장가구(張可久 1270~1348)가 가장 유명하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져 왔으나 큰 인기는 없었다. 이에 정약용(丁若鏞)과 정혼성(鄭渾性)의 「일반아(一半兒)」 창작과 필사는 원(元) 산곡(散曲)을 수용하고, 새로운 시가 장르에 대한 창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오언, 칠언시(제언체)에 비하여 산곡(散曲, 산악의 곡조)은 더욱 평이하고 통속적이며, 진솔하고 자연스럽다.
◉ 그런데 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교육과 김영미 교수의 <<元 散曲[一半兒]의 창작과 조선에서의 수용 고찰>>이라는 논문을 보고, 우리나라 「일반아(一半兒)」 산곡(散曲)의 창작은 정약용(丁若鏞)에게서 처음 나타났으며, 앞서 언급한 거제학자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1779~1843)의 「일반아(一半兒)」 8首는 원(元)의 산곡가 사덕경(査德卿, 또는 진극명(陳克明)의 作)의 작품을 필사한 것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정약용(丁若鏞)과 정혼성(鄭渾性)의 「일반아(一半兒)」 창작과 필사는 원(元) 산곡(散曲)을 수용하고, 새로운 시가 장르에 대한 창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일반아(一半兒)」에 대한 고찰에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어 다음과 같이 논문의 내용 일부분을 인용하여 해설한다.
○ 정약용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는 9수(首)의 사(詞)와 함께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3수가 수록되어 있다. 「일반아(一半兒)」 3수에서 각각 ‘봄날의 복사꽃, 배꽃, 수양버들’을 묘사했다. 보통 「일반아(一半兒)」는 5구 31자의 단조(單調)로, 마지막 구를 「一半兒□□, 一半兒□」라고 한 것에서 곡패명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곡조는 [억왕손(憶王孫)]과 동일하지만, 대부분 ‘一半兒’라는 세 글자가 마지막 구(句)에 들어가 있다.
여기서 원(元)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와 [억왕손(憶王孫)]의 5구 31자(字)의 단조(單調)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중국 장가구(張可久)나 사덕경(査德卿) 그리고 조선의 정약용(丁若鏞)의 「일반아(一半兒)」를 보면 모두 5구 33자이다. 중국 왕력(王力)은 곡률학(曲律學)에서 “[一半兒]의 7, 7, 7, 3, 7구에서 제3구의 7구는 4, 3구로 고칠 수 있고, 제2, 3구는 우연히 상성(上聲)의 살구(煞句)를 사용할 수 있으며, 곡조는 사(詞)의 [憶王孫]과 비슷하나 서로 다른 점은 마지막 구에 두 개의 一半兒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구의 9자에서 ‘兒’는 친자(襯字)이므로 마땅히 7자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고로 엄밀히 따지면 「일반아(一半兒)」는 5구 33자가 아니라, 「억왕손(憶王孫)」과 같은 5구 31자(字)로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친자(襯字)는 중국의 희곡(戯曲) ‧가곡(歌曲)에서, 한 구의 규정된 자수 외에 첨가된 글자로, 운율에 실어 불려지지 않지만 구(句)의 의미를 보충하여 묘미를 더한다.
또한 「일반아(一半兒)」는 북곡(北曲, 원나라 희곡) 선여궁(仙吕宮)에 속하는 42개의 곡조(曲調) 가운데 하나로, 사조(詞調)인 「억왕손(憶王孫)」이 변화된 것이다. 이에 「일반아(一半兒)」는 주로 남녀의 연정 및 이별을 노래하면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표출했다. 반(半)은 이렇고 반(半)은 저렇다는 표현을 통해서 인물의 갈등과 모순된 심리를 표출하기에 알맞은 곡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아(一半兒)」에서는 연정을 묘사하며 인물의 갈등 심리를 표출한 것뿐 아니라 풍경 및 사물의 묘사를 통해 주로 처해진 상황 혹은 펼쳐진 풍경에 대한 다양한 모습 및 양면성, 상반된 면이 잘 부각되어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 또 「일반아(一半兒)」에서 일반(一半)은 ‘절반’, ‘반쯤’이라는 뜻이고 "兒"는 친자(襯字)이므로 "兒"자를 계산에 넣지 않으면 자수(字數)의 격식이 모두 「억왕손(憶王孫)」과 같다. 「억왕손(憶王孫)」은 단조(單調) 총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사패(詞牌)이다. 그리고 「일반아(一半兒)」는 대개 마지막 구에서 측성으로 마무리 하지만, 「억왕손(憶王孫)」은 평성으로 마무리 한다. 이것은 양자 사이의 작은 차이이다. 그러나 「일반아(一半兒)」도 원나라 시인 조선경(趙善慶)의 "심매" 中, 一半兒街着 一半兒開 (반은 머금고 있고 반은 벌리고 있다) 처럼 평성으로 마무리 한 것도 있다. 「억왕손(憶王孫)」도 측성으로 마무리 한 것도 있지만, 이 둘의 관계는 분명하다.
◉ 다음은 거제학자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1779~1843) 선생의 《동록문집(東麓文集)》에 수록되어 있는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일반아(一半兒)」 8수(首)와 장가구(張可久 1270~1348)의 「일반아(一半兒)」 2首를 차례대로 소개하겠다.
1) <동록(東麓) 선생이 필사(筆寫)한 사덕경(査德卿)의 「일반아(一半兒)」 8수(首)>
**미인을 모방하여 8차례 노래하다(擬美人八詠)**
지금부터는 동록(東麓) 선생이 필사(筆寫)한 사덕경(査德卿)의 「일반아(一半兒)」 8수(首)를 소개하겠다. 동록 선생의 문집에 수록된 사덕경의 「일반아(一半兒)」 8수를 살펴보면, 모두 봄날을 맞아 느낀 시구를, 거침없이 초서(草書)와 해서(楷書)체로 동록 선생께서 필사해 놓았다. 궁중 가곡이 그 원류이기 때문에 음률과 장단이 시를 읽는데 흥겨움을 더하며, 봄날에 일어나는 정취와 인간의 원초미를 자극적인 운율로 함축하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는 모두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33(31)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마지막 구(句) 9자에서 ‘兒’는 친자(襯字)이므로 마땅히 7자로 보아야 한다. 그런고로 엄밀히 따지면 「일반아(一半兒)」는 5구 33자가 아니라, 「억왕손(憶王孫)」과 같은 ‘5구 31자(字)’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작품들은 시각과 청각의 효과를 사용하여 봄날의 다양한 여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거제학자 정혼성(鄭渾性)은 산곡(散曲)을 필사하며 이를 공부하고 저술에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다음 ‘靑’과 ‘庚’자를 통운(通韻)한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미인춘수(美人春睡)>는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배꽃이 구름처럼 감싸인 금향정에, 나비가 봄과 어울리는 부드러운 옥 장식 병풍. 꽃 너머로 새는 두세 번 울어대네. 꿈에서조차 막 놀라니, 반은 혼미하나 반은 깨어있네. 이 글은 아직은 달콤한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은 심정을 완약한 풍격으로 표현했다.
(1) 「미인춘수(美人春睡)」 미인의 봄잠.
梨花雲繞錦香亭 구름에 쌓인 배꽃, 금향정(錦香亭)에서
蝴蝶春融軟玉屛 봄빛에 어울린 나비, 아름다운 병풍도 보잘 것 없네.
花外鳥啼三兩聲 꽃 너머 새 울음, 두서 번 소리에
夢幼驚 꿈속 아이 놀라는데
一半兒昏迷 一半兒醒 반은 혼미하고 반은 깨어있는 듯.
[주] 금향정(錦香亭) : 아름답고 향기로운 정자, 중국 고전 연애소설 "금향정기(錦香亭記)" 내용 中, 주인공 남녀가 처음으로 만나 가연을 맺는 후원의 정자를 일컬음.
● 다음 ‘庚’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야(春夜)>는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자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난간에 늘어진 버들개지 저녁 바람에 살랑이고 교창의 꽃 그림자, 으스름한 달빛 밝네. 푸른 덮개에 사향과 목련의 향기, 몽롱한 꿈을 깨 보니 몹시 적막한 관문, 반은 훈훈하고, 반은 쓸쓸하네. 이 글은 여인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했다.
(2) 「춘야(春夜)」 봄날 밤
柳綿撲檻晩風輕 난간에 늘어진 버들개지 저녁 바람에 살랑이고
花影橫窓淡月明 교창의 꽃 그림자, 으스름한 달빛 밝네.
翠被麝蘭熏夢醒 푸른 덮개에 사향과 목련의 향기, 몽롱한 꿈을 깨 보니
寂關精 몹시 적막한 관문
一半兒溫溫 一半兒冷 반은 훈훈하고, 반은 쓸쓸하네.
● 다음 ‘先’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취(春醉)>는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자면, 붉은 해당화 물결 막 윤기 머금고, 버들처럼 가는 허리 춤추듯 절로 기우니, 웃으며 기댄 어여쁜 여인 교태부리며 잠들려 하네. 아름다운 그이 앞에서, 반은 버티고 반은 나긋하네. 이 글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3) 「춘취(春醉)」 취한 봄날
海棠紅暈潤初姸 홍조 띈 해당화, 처음으로 곱게 윤기 흐르고
楊柳纖腰舞自編 버드나무 가냘픈 미인의 허리, 절로 신난 춤을 춘다.
笑倚玉奴嬌欲眠 옥노가 기대어 웃으며 요염하게 잠들 듯한데
粉郞前 임 앞에 화장하며
一半兒支吾 一半兒軟 반은 겨우 버티는 척, 반은 연약한 척.
[주1] 옥노(玉奴) : 여자, 계집, 나비를 가리킴. 당나라 때 양귀비가 자칭 옥노라 하였음.
[주2] 지오(支吾) : 지오(枝吾). 이리저리 둘러 댐, 맞서 겨우 버티어 나감, 어긋나거나 상치(相値)됨. 얼버무리다
● 다음 ‘文’, ‘元’, ‘眞’ 자를 통운(通韻)한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곤(春困)>은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인적 드문 꽃무늬 창가에 석양이 막 지고, 향기 사라진 화로에 불길은 오히려 따뜻한데, 수놓은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문 굳게 닫네. 눈은 침침하여, 반은 살짝 뜨고 반은 감았네. 이 글은 여인이 막 잠에서 깨어나 졸음에 못 이겨 게슴츠레 눈을 뜬 상황을 서술했다.
(4) 「춘곤(春困)」 봄날 나른한 기운
瑣窓人靜日初曛 꽃무늬 격자창 아래 석양 속에 인적이 고요한데
寶鼎香消火尙溫 화로 속의 향기 사라졌으나 불씨는 남아 따뜻하다.
斜倚繡床深閉門 비단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깊숙이 문을 닫으니
眼昏昏 눈앞이 혼혼한데
一半兒微開 一半兒盹 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반은 눈 감았네.
[주1] 쇄창(瑣窓) : 꽃무늬를 새긴 격자창(格子窓)을 말한다.
[주2] 혼혼(昏昏) : 정신이 아뜩하여 희미(稀微)한 꼴, 어두운 모양, 가물가물
● 다음 ‘眞’과 ‘問’ 자를 통운(通韻)한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장(春粧)>은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자연스레 버드나무에 몸매를 비교하고, 웃으며 꽃가지 비틀어 아름다움 비교하니, 아마도 해당화에 진 것 같네. 다시 몰래 분 고르게 바르니, 반은 연지이고 반은 분이라네. 여기서 여인은 만면에 웃음 띤 천진난만한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5) 「춘장(春粧)」 봄날의 단장
自將楊柳品歌人 버드나무 자연스레 가인의 품격이라,
芙撚花枝比較春 연꽃의 꽃가지 비틀어 봄과 비교하네.
輸有海棠三四分 해당화가 있어 서너 개 나눠 보내고
再偸勻 다시 몰래 분 고르게 바르니,
一半兒臙脂 一半兒粉 반은 연지(臙脂)요 반은 분(粉)이로다
[주] 가인(歌人) : 가객, ①노래를 잘 하는 사람 ②노래를 짓거나 부르는 사람 ③시조(詩調) 따위의 노래를 잘 부르던 사람의 예스러운 일컬음
● 다음 ‘鹽’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수(春愁)>는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자면, 화려한 처마 위에 우는 까치 소리 물리도록 듣고, 수놓은 주렴에 휘날리는 버들 싫증 나도록 보면서, 수바늘 집었다가 다시 거꾸로 집네. 양미간을, 반은 펴고 반은 모으네. 이 글은 봄날에 일어난 알 수 없는 근심에 양미간을 찡그린 여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6) 「춘수(春愁)」 봄날 뒤숭숭한 근심
厭聽野鵲語雕簷 까치 소리 듣기 지겨워 처마의 독수리에게 알리고
拍見楊花撲繡簾 버들꽃 보며 어루만지다 수놓은 주렴 두드린다.
拈起繡針還倒拈 수침(繡針)을 집어 비틀어 올리고 다시 반대로 할 때
兩眉尖 두 눈썹이 뾰족하니
一半兒微舒 一半兒歛 반은 약간 편 눈썹인 듯, 반은 모인 듯.
[주] 수침(繡針) : 수 놓는 데 쓰는 바늘
● 다음 ‘鹽’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수(春繡)>는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자면, 푸른 창가에서 이따금 자수 실 끝 뱉으며, 은갑 끼운 손으로 자주 비단 실 잡아 뜯으니, 수놓은 봉황이 맘에 들지 않네. 가녀린 손가락으로 누르며, 반은 자세히 보고 반은 가리네. 이 글은 규방에서 꽃을 수놓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7) 「춘수(春繡)」 봄날의 자수
綠窓時有唾茸粘 푸른 창에 이따금 미련하게도 진한 침을 뱉으며
銀甲頻投綵線(手+尋) 은갑 끼고 자주 비단 줄을 잡고 튕긴다.
繡倒鳳凰心自嫌 봉황이 수놓은 비단에 넘어져, 마음에 들지 않는데
按春纖 가녀린 손가락으로 누르며
一半兒端詳 一半兒掩 반은 자세히 보고 반은 엿 본다네.
[주1] 은갑(銀甲) : 은으로 된 갑옷, 비파(琵琶) 등을 탈 때 손가락에 기우는 물건.
[주2] 단상(端詳) : 상세한 사정, 일의 경위. 자세히 보다. 침착하다, 진중하고 조용하다.
● 다음 ‘鹽’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춘정(春情)>는 원(元)나라 유명한 산곡(散曲) 작가 사덕경(査德卿 14세기 전기)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절로 떨어진 꽃잎 이슬에 털붓 적시고, 춘정 풀 곳 없어서, 글 쓰려고 하다가 서너 차례 잘 못 썼네. 마구 써내려 가니, 반은 진서이고 반은 초서라네. 글을 쓰는 과정을 서술하며 자신의 마음을 모두 서신에서 풀어내는 과정을 표현했다.
(8) 「춘정(春情)」 봄날의 정취
自調花露染霜毫 몸소 받아낸 화로(花露)에 서리 같은 흰 털을 담그고
一種春心無處欲 한 가지 춘심(봄의 마음), 풀 곳(處欲)이 없도다
寫寫殘三四遭 서너 번 베껴 쓰다, 남은 글을 보고서
絮叨叨 쫑알쫑알 쉴 새 없이 지껄인다.
一半兒連眞 一半兒草 반은 진서[해서(楷書)]요 반은 초서로다.
[주1] 화로(花露) : 야국의 증류액, 감국화를 끓인 증류 액을 감국화로(甘菊花露). 오행의 기운을 머금은 목련, 홍화, 금은화, 국화, 연꽃 등의 꽃을 쪄서 나오는 물을 식힌 ‘화로수(花露水). 인동초 꽃봉오리의 수증기 증류액은 금은화로(金銀花露). 등등
[주2] 화로수(花露水) : 꽃의 액을 짜내어 만든 향수(香水). 지금은 주정에 온갖 향료(香料)를 타서 만듦.
[주3] 부처님의 여섯 음욕 : 첫째는 색욕(色欲) 이며, 둘째는 처욕(處欲)이며, 셋째는 행욕(行欲)이며 , 넷째는 음욕(姪欲)이며 , 다섯째는 갱락욕(更樂欲)이며, 여섯째는 장식구욕(莊飾具慾)이다.
[주4] 진서(眞書) : 해서(楷書),정서(正書)·금예(今隸)라고도 한다. 후한말에 한예(漢隸)의 파책(波磔)을 변화시키고 여기에 점(點)·탁(啄)·도(桃)·적(趯)을 더하여 만들어진 방정한 서체로, 당나라 때는 예서라고 불렀으나 현재는 해서라고 한다. 주로 공문서에 이용된 양식이며, 글자의 모서리가 깔끔하고 다양한 두께의 곧은 획이 특징이다. 좀 더 유연하고 쓰기 쉬운 형태로 단순화시켜 발전시킨 중국 서체.
2) <중국 시인, 장가구(張可久)의 「일반아(一半兒)」 2수(首)>
지금부터는 《동록문집(東麓文集)》에 실린 중국 원대(元代)의 산곡가(散曲家)이자 극작가(剧作家)인 장가구(張可久 1270~1348)의 궁중 사물의 풍경을 읊은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2수(首)를 소개하겠다. 이 글은 본디 장가구(張可久)의 《전원산곡(全元散曲)》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동록(東麓) 선생의 문집에 수록된 장가구의 「일반아(一半兒)」 2수를 살펴보면, 모두 봄날을 맞아 느낀 시구를, 거침없이 초서(草書)와 해서(楷書)체로 필사해 놓았다. 궁중 가곡이 그 원류이기 때문에 음률과 장단이 시를 읽는데 흥겨움을 더하며, 봄날에 일어나는 정취와 인간의 원초미를 자극적인 운율로 함축하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서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는 모두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33(31)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마지막 구(句) 9자에서 ‘兒’는 친자(襯字)이므로 마땅히 7자로 보아야 한다. 그런고로 엄밀히 따지면 「일반아(一半兒)」는 5구 33자가 아니라, 「억왕손(憶王孫)」과 같은 ‘5구 31자(字)’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작품들은 시각과 청각의 효과를 사용하여 봄날의 다양한 여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정혼성(鄭渾性)은 산곡(散曲)을 필사하며 이를 공부하고 저술에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장가구(張可久)는 질과 양에서 원대(元代) 산곡(散曲)의 최고봉에 올랐으며 "산곡의 이백과 두보"라는 칭송을 듣기도 하였다. 장가구의 일반아를 읽다보면 알겠지만, 동록 선생께서 장가구의 시를 보고 작사(作寫)하셨음을 알 수 있다. 산곡(散曲)은 형식이 자유로운 장단구이자 조구(造句) 변화가 심해 원래 그 길이의 변화가 일정치 않으며, 운문의 속성을 지닌 장르로, 운의 사용이 자유롭다. 원대(元代)에 이미 입성(入聲)이 소실되어 삼성(三聲)을 통압(通押)하여 더욱 자유롭게 운을 사용하였다. 민간 구어적인 장르로써 일상에 가깝고도 평이하고, 통속적이고 진솔하며 자연스럽다. 一半兒(일반아)의 ’兒‘자를 넣어, 리듬과 언어를 음률화하여, 곡절이 보다 더 조화되도록 하였다. 「일반아(一半兒)」는 대개 마지막 구에서 측성(仄聲)으로 마무리한다.
● 다음 ‘尤’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추일궁사(秋日宮詞)>는 중국 원대(元代)의 산곡가(散曲家)이자 극작가(剧作家)인 장가구(張可久 1270~1348)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꽃길 아름다운 달 고요한 누각, 나뭇잎 아래 푸른 물결과 차가운 비취빛 도랑, 연못 위에 부는 바람이 한가로이 배를 밀어내네. 아름다운 가을, 반은 부용이고 반은 버들이네. 이 글은 자연의 조화를 이룬 가을날에 궁궐 여성이 자연 풍경을 묘사했다.
(1) 「추일궁사(秋日宮詞)」 가을철 궁궐 여성의 노래
花邊嬌月靜妝樓 꽃 옆의 아름다운 달, 고요히 단장한 여인의 거처
葉底滄波冷翠溝 잎새 밑의 푸른 물결, 차고 푸른 도랑물
沚上好風閒御舟 못에 부는 좋은 바람, 한가한 대궐 배,
可怜秋 사랑스런 가을에
一半兒芙蓉 一半兒柳 반은 부용이고 반은 버들일세.
● 다음 ‘鹽’ 운목(韻目)의 장단구(長短句) 산곡(散曲) 「일반아(一半兒)」 <추일궁사화(秋日宮詞花)>는 중국 원대(元代)의 산곡가(散曲家)이자 극작가(剧作家)인 장가구(張可久 1270~1348)의 작품이다. 7.7.7.3.9(7) 자(字)로 구성된 5구(句), 단조(單調) 총 33(31)자로 구성되어 있는 산곡(散曲)이다. 내용을 보면, 여러 겹의 가을 나무 사이로 조각된 처마 사이, 만 겹의 맑은 구름 달을 끌어안고, 여러 가닥의 밤 향기는 수놓은 주렴을 꿰뚫네. 몰래 기다리니, 반은 문이 열려 있고 반은 가리었네. 이 글은 가을 풍경 이외에 정인을 기다리는 궁궐 여인의 심정을 반쯤 열리고 반쯤 닫힌 문을 통해 묘사했다.
(2) 「추일궁사화(秋日宮詞花)」 가을날 궁궐 여성들의 삶을 노래하다.
數層秋樹隔雕檐 층층이 휘늘어진 높은 나무, 성긴 독수리 내려앉고
萬朶晴雲擁玉蟾 만 꽃송이 채색 구름, 달(玉蟾)을 덮어 가리네.
幾縷夜香穿繡簾 몇 줄기 밤의 향기, 수놓은 주렴 꿰뚫는데
等潛潛 그 향기 잠잠하니
一半兒門開 一半兒掩 반은 문이 열려 있고 반은 문이 가리었네.
[주1] 궁사화(宮詞花) : 특정 시의 제목이라기보다는 '궁사(宮詞)'라는 시 형식과 '꽃(花)'이라는 소재가 결합된 표현으로, 주로 궁궐 여성들의 삶과 애환을 꽃에 빗대어 노래한 시를 의미한다. 궁사는 궁궐 여성들의 생활과 감정을 노래한 시의 한 종류이다.
[주2] 주렴(珠簾) : 구슬이나 구슬 모양(模樣)의 물건(物件)을 꿰어 만든 발
[주3] 잠잠(潛潛) : 분위기나 활동 따위가 소란하지 않고 조용함. 말없이 가만히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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