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雜咏(잡영)
인간의 참모습, 두서 없이 읊다,
간면인개인看面人皆人
찰심인혹수察心人或獸
인인인불인人人人不人
막이면피구莫以面皮究
임광택<林光澤>
얼굴만 쳐다보면 누구나 다 사람 모습인데
마음을 살펴보면 간혹 짐승인 사람도 있네!
사람에 따라 사람답거나 사람답지 않으니
얼굴 겉, 모양 만으로는 사람을 판단하지 마오.
이 시(詩)는 18세기 조선 후반에 살았던 여항시인(閭巷詩人) 임광택(林光澤)의 잡영(雜詠) 시제(詩題) 오언절구(五言絶句) 측기식(仄起式) 시(詩)다, 임광택(林光澤)의 연구 자료를 보면 그이 문학적(文學的) 특색(特色)은 민초(民草) 백성(百姓)들의 삶을 생생하게 포착(捕捉) 사회현실(社會現實)에 모순점(矛盾点)을 시어(詩語)로 형상화(形象化)을 통해서 문제의식(問題意識)으로 비판을 했다는데 있다. “18세기 조선의 위기상황(危機狀況)을 외부(外部) 침입(侵入)과 조정내부(朝政內府) 부폐(腐敗)로 인식(認識)하고 국가존망(國家存亡)의 문제점(問題點)을 직시(直視)하고 하휴행〈夏畦行〉, 어호행〈漁戶行〉, 빈가행〈貧家行〉, 청촌노어유감〈聽村老語有感〉의 작품들을 통해, 농민, 어민, 빈민, 유민들의 삶의 질곡을 생생한 형상화를 통하여 구현하였으며, 탄우박세겸〈歎雨雹歲歉〉과 사우선지〈乍雨旋止〉 등의 작품에서는 임광택의 비판대상이 지방 읍재부터 조정대신 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임광택은 비판적 문제의식만큼이나 그에 대한 해결 방법에도 고심하였는데, 이는 임광택이 보여준 민의 삶에 대한 관심이나 현실 비판적 시편들이 모순과 갈등의 인식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에 해결의 의지를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l8세기 여항문단(閭巷文壇)에 있어 쌍백당 임광택의 한시가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임광택(林光澤)은 출생 자료가 찾아보아도 자세하지 않다. 사복사(司僕寺) 서리(胥吏)로 재직했다는 설도 있다. 사회(寫懷)라는 글을 보면 관공서를 집으로 알고 30년 세월 공문서를 만졌다고 하니 낮은 벼슬직을 한 모양이다. 사회를 쓰다 글을 한번 보자, 30년 세월 공문서 만지며 관공서를 집으로 여기느라 태창에서 배급하는 묵은쌀에 곤경도 많이 겪었네, 노쇠한 나이에 뿌리로 돌아가는 낙엽 신세여도 젊은 시절에는 똥구덕이에 떨어지는 꽃이라 슬퍼했지, 떠나는 동료를 연민한 옛 사람의 글을 따분해 했더니, 가난을 즐기는 이웃 친구의 노래를 즐겨 듣게 됐네, 날씨 추워진 대지를 얼음이 덮으려 할 때 자벌레는 깊이 숨어 흙구덩이에 엎드려 있네,<寫懷 卅載簿書官作家 太倉紅粒困人多 衰年自作歸根葉 少日曾悲墮溷花 懶讀昔賢歎逝賦 耽聽隣友樂貧歌 天寒大地氷將結 尺蠖深藏伏土窠>
시제(詩題) 사회(寫懷)는 측기식(仄起式) 칠언율시(七言律詩)다, 압운(押韻)은 하평성(下平聲) 마통(麻統) 가통(歌統) 효통(肴統) 세 운족(韻族)으로 작시(作詩)를 했다. 가(家), 화(花)는 마통운(麻統韻)이고, 다(多) 다(歌) 가는 가통운(歌統韻)이고, 초(窠)는 효통운(肴統韻)이다. 근체시(近體詩) 작법(作法)으로 보면 한 운통(韻統)이 아닌 세 운통(韻統)이라 문제점으로 남는다. 또 문집 발간, 함부로 하지마라,<刊集戒>를 보면 시(詩) 편깨나 지어 이룬 게 있더라도 문인의 잔재주에 지나지 않는 거라네, 생전에 장난삼아 지었던 거라면 사후엔 불살라버리는 게 맞네, 하물며 이보다 못한 것들이야, 진부 하기가 진흙 찌꺼기 같건만 많은 이들이 제 주제도 모르고, 진기한 보물인 양 여기네, 허접한 것들을 끌어모아 목판에 새기니, 빈껍데기 쭉정이들까지 마구 섞여 있네, 제 딴에는 북녘 땅 준마처럼 여기겠지만 남들은 요동의 돼지 새끼라고 비웃는다네, 문집을 찍어 친구들께 나눠 주고 자기 문장이 아름답다고 으스대지만, 받은 이는 끝까지 마저 읽지도 않은 채 북북 찢어서 부엌 봉창을 바른다네, 불후의 명작이 대체 어디 들어있나! 침을 뱉을 정도로 수모를 당하기도 하네, 속물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 만한 이들은 마땅히 삼가야 하네.<詩篇縱有成, 文人一小技. 生前供吟弄, 死後任棄燬. 尤況下此者, 陳腐同泥滓 人多不自知 反以奇寶視. 收聚付剞劂, 麤糲雜糠粃. 渠擬冀北馬, 人笑遼東豕 傳播士友間, 暴揚詞章美. 觀者未終篇, 破作塗堗紙 不朽竟安在, 還貽唾罵耻. 俗流固無責 識字宜戒是> 18세기 후반 조선 사회의 실상을 문집 발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간집계(刊集戒) 글 속에 그때 당시에도 동호인 시집(詩集)을 많이 내는 세태(世態)를 꼬집고 있다. 요동시(遼東豕)로 문인(文人)들의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蝸)의 식견(識見) 세태(世態)를 꼬집은 말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시(詩) 같지않는 시(詩)가 많이도 출판하고 있으니 말이다. 임광택(林光澤)의 간집계(刊集戒)는 유효(有效)한 세상이다. 위에 소개한 雜咏(잡영) 시(詩)는 인자(人字) 첩자(疊字)가 일곱 번이나 나와서 아예 운통은 찾아보지 않았고 시 내용이 맘에 들어서 게시를 하게 되었다, 얼굴은 사람인데 찬찬히 살펴 뜯어보면 사람 같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사람을 얼굴 겉모양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시공을 넘어서 와 닿는 말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상을 꼬집은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똑같은 양상이다. 요즘도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들이 많으니 말이다. 오늘은 여항시인(閭巷詩人) 임광택(林光澤)의 시운통(詩韻統)을 맞추어 보았다. 여여법당 화옹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