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
예전의 기다림도, 떨림도, 기대감도 없다.
아내가 “이렇게 급히 짐 싸보기는 처음이다”라고 푸념한다.
세월의 탓이려니 한다.
출발이 모랜데 이제야 여행 정보를 알아보려고 뒤진다.
가장 깨끗한 도시 1위.
중국인들이 꼭 가보고 싶은 도시 1위.
노후에 살고 싶은 도시 1위.
샤먼!
차(茶)의 향기로 유럽인을 불러 모았던 무역도시다.
느긋한 도시, 이곳은 시간을 독촉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 때문일까? 아니면 오래된 시간 때문일까?
이곳에 가면 마음이 먼저 느려진다고 한다.
예전엔 ‘下門’이라는 낮은 문이라고 불렀다.
‘낮은 문’이라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강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서
아니면 세상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문이자, 다시 돌아오는 첫 번째 문이어서
그래서 언제나 사람을 맞이하고, 보내는 항구도시였다.
이후 ‘厦門’으로 바뀌었다.
샤먼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아편전쟁으로 세계 상인들을 불러 모았던 곳이다.
우롱차가 이곳에서 시작해 유럽의 찻잔에 담겼다.
그리고 피아노의 섬이라 불리는 구랑위, 동서양이 조용히 만나는 공간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거꾸로 감을 느낀다.
벽 하나, 길 하나, 창문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녹아있다.
남보타사가 그렇고, 사채일탕(전라갱 토루)이 그렇다.
샤먼은 섬이면서도 도시라고 한다.
아모이(Amoy)섬, 고랑서, 그리고 그리움의 대만까지 보인다.
샤먼은 여름엔 덥고, 겨울은 온화하다고 한다.
지금 우리보다 조금 따뜻해 나들이 하기엔 딱이다.
하지만,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기온이 아니라 분위기에 있다고 한다.
서두르는 소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이 숨 쉴 수 있는 도시라고 한다.
이번 여행은 인생에 있어서 그 흐름의 연장선이다.
잠시 머무는 환승의 일부다.
삶이 더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시간여행이다.
샤먼은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힐링의 공간이 될 것이다.
샤먼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빠르게 성장하되, 삶은 천천히 느림의 미학으로 살라고,
높이 오르되 마음은 낮은 곳으로 향하라고,
그래서 이 도시는 사람을 조용히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번 샤먼 여행은 삶의 방향을 다시 조명해 보는 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