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서울지역에는 눈이 살폿이 내렸다. 제주도 산간지방과 충청도 전라도 서해안 지방에는 폭설이 퍼부은 것이다. 20cm 이상의 눈폭탄과 영하의 강추위로 몸도 마음도 위축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서울의 아침 여섯시 현재 스마트폰에 뜬 기온은 영하 6℃를 가리키고 있다. 매일 아침 그러하듯이 아차산으로 향한다. 털모자 털목보호대 방한 방수 장갑 등산복에는 내피를 껴입었다. 완전 무장을 했으니 발걸음과 몸은 듬뜰 수 밖에 없다. 동쪽 팔당대교 방향의 예봉산과 검단산 윗쪽으로 붉으스레 아침 햇살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차산성 근처로 발길을 옮긴다. 점점 붉은 햇살이 화려함을 더하며 솟아 오르는 중이다. 나무가지 사이로 삐져 나오는 아침 햇살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신비스럽고 아름다우며 황홀한 장관이다. 새 희망과 건강이 떠오르는 모습으로 삶의 희열마저 가슴에 파고 들고 있다. 얼굴에 스치는 칼바람이 눈물샘마저 얼게 하는 모양이다. 눈동자가 시리고 아려온다. 한쪽 눈을 떴다 감기를 반복하면서 산길을 오른다. 그 많던 산객들은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갔을까. 까아악 까악 까아악 청아한 까마귀의 산울림도 들을 수가 없구나. 산새들도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꼼짝을 아니 하는 것인지 아니면 늦잠이라도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밑에는 얼고 겉에는 내린 눈으로 덮힌 산길이다. 아차하는 방심에도 자칫 아래로 딩글 수 있는 상황이다. 조심스레 내딛는 노객의 둔탁한 발걸음만이 산속의 적막감을 흔들고 있다. 낙타고개 근처에 있는 쉼터에도 아무도 없다. 열댓 명 정도의 산객들이 쉴 수 있는 데크로 만든 자리이다. 발목이 아프다고, 무릎이나 허리가 시원치 않다고, 숨이 가빠서 혈당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그냥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려고 갖은 이유로 하여 쉬는 곳이다. 간밤에 내린 하얀눈만이 산객들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아무도 건드리지도 오염되지 않은 하얀 눈의 깨끗한 모습이다. " 연세한강병원 만세 " 라고 새겨본다. 개원한지 한달여 지난 병원의 모습이 어쩌면 깨끗하고 더럽혀지지 않은 쌓여 있는 눈과 같은 느낌이다. 대학병원이라는 커다란 온실과 같은 무풍지대 에서 오로지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유하는 곳이다. 거칠고 험난한 세파를 몸소 부딪치지 않는 의사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곳이다. 이곳을 박차고 뛰쳐나와서 병원개원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병원을 개원하는 데 펼쳐지는 여러가지 현실의 규제와 법규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만 한 것이다. 의사이면 당연히 순조롭게 병원 간판을 달 수 있으리라던 계획이 뒤뚱거리기도 했다. 의원으로 시작하면서 필요악 같은 구비조건들도 하나 하나 실타래를 풀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안타깝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뿐이었다. 밤낮으로 대학병원의 의사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 하던 아들이다. 포기를 않고 차분하게 몇달에 걸쳐서 해결을 하게 된 것이다. 연세한강병원이라는 간판을 올려다 보면서 하늘로 치솟는 기분이다. 수 많은 SCI급의 논문 발표와 해외 초청강사로 의술만큼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정형외과 의사로 인정받고 있는 최우진이라는 아들이다. 이렇게 이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의사라는 사실도 이번 개원을 함으로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최첨단의 의료기기와 갈고 닦은 고난이도의 의술을 환자들을 위하여 마음껏 몸소 실행해 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누구의 간섭이나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니 말이다. 한 동안은 모든면에서 부자유스럽고 적응키도 어려울 터이다. 막강한 대학병원의 한 명의 의사가 아니라 스스로 경영자이기도 하니까. 병원의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 식당 영양사 원무 총무 청소 등등 많은 직원들의 희로애락도 함께 해야만 할 것이다. " 의사이기 이전에 환자의 입장에서 따뜻한 가슴으로 인간애를 가지고 진료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 부모로서 애비로서 꼭 들려주고 싶은 부탁의 한 마디이다. 이런 간절한 소망을 담아 " 연세한강병원 만세 " 를 아차산에 묻으며 하산의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 늦은 아침식사를 아내와 단둘만이 마치고 출근을 해야 한다. 전철을 공짜로 타고 한 시간 정도의 마포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아들 병원으로 향한다. 아버지가 아닌 병원 조제실의 근무약사로서 말이다. " 연세한강병원 " 오늘도 흐뭇하고 대견한 마음으로 간판을 바라본다. 한국에서 뿐 아니라 지구촌의 건강지킴이로 의료기관으로서 거듭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오늘도 " 연세한강병원 만세 "를 곱씹으면서 5층 약제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8년 01월 11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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