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꿈에 실체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식하는 마음[識心]은 대상[緣]을 만나면 곧 일어나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일어나는 식에도 갖가지 대상이 있다.
이런 대상이 없다면 어떻게 인식이 일어나겠는가?
[답] 실체란 없다.
다만 볼 수 없는 것을 볼 뿐이다.
꿈속에서 사람의 머리에 뿔이 있음을 보거나 꿈속에서 몸이 허공으로
날아다니는 것을 보지만, 실제로 사람에게는 뿔도 없으며 그 몸이 날아다니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실체가 없는 것이다.
[문] 실제로 사람의 머리도 있고 다른 곳에는 실제로 뿔도 있는데
마음이 미혹한 까닭에 사람의 머리에 뿔이 있음을 보게 된다.
또한 허공도 실제로 있고 나는 일도 실제로 있는데 마음이
미혹한 탓으로 마치 자기의 몸이 나는 것처럼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답] 사람의 머리도 실제로 있고, 뿔도 실제로 있으나,
사람의 머리에 뿔이 났다고 하는 것은 헛된 생각이다.
[문] 세계가 광대하고, 전생부터의 인연이 갖가지로 같지 않다.
어떤 나라 사람은 머리에 뿔이 나기도 하고,
혹은 한 손이거나 한 발이기도 하고,
혹은 키가 한 자이기도 하고,
혹은 머리가 아홉이기도 하다.
그러니 머리에 뿔이 있은들 무엇을 기이하다 여기겠는가?
[답] 다른 나라 사람이 뿔이 있다면 그렇겠지만,
꿈에서 이 나라 사람으로서 아는 이가 뿔이 있다면 옳지 못하다.
또한 어떤 사람이 꿈에 허공의 끝이나 방위나 시간의 끝을 보았다면
이 일이 어찌 사실이겠는가?
어디엔들 허공이 없고 방위가 없고, 시간이 없겠는가?
그러기 때문에 꿈속에는 없는 것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대가 먼저 말하기를 “대상이 없는데 어찌 분별을 내겠는가” 하였는데,
비록 5진(塵)이 없지만 스스로 사유하고 생각하는 힘 때문에 법의 반연이 생긴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두 개의 머리가 있다” 하면,
그 말로 인하여 생각이 일어나니,
꿈속에서 없는 일을 있는 일로 보게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비록 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꿈같고 환 같으며
건달바의 성 같으니
온갖 법들이
역시 이와 같도다.
이런 까닭에 보살들은 모든 법을 ‘꿈과 같다고 안다’고 말한다.
- 대지도론/용수보살 지음/구마라집 한역/김성구 번역/동국역경원
대지도론 71. 꿈은 실체가 없다. 다만 볼 수 없는 것을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