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81-1 (2023. 03. 03) 고성군. 인제군
18.1km (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677.1km 누리 59.4km 합계 : 2,399.8km)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장신리 - 진부리- 흘리- 인제군 북면 용대리)
2023년 첫 장정은 고성군 간성읍 장신리 소똥령 임도로 시작한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서 장신유원지에 도착했다.
산불예방의 마음으로 한시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던 담배, 라이터, 전자담배까지 모두 모아 지원차량에 넣어두고
임도 입구로 올라간다. 드디어 출발이다.
하지만 인도 입구에서 청천 벽력같은 표시판을 발견했다. 5월까지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통제다.
작년 12월과 다름이 없다. 오늘도 이곳을 넘지 못하나하는 걱정에 고성군에 전화문의를 했다.
곧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대답은 등산로는 안되지만 임도로 가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작년 12월도 가능했던 건가?
잠깐 이런 생각을 했지만 오늘 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드디어 우리를 거부했던 소똥령 임도가 우리에게 그 품을 열어준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처녀지를 가는 듯 통제선을 넘어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었다.
임도는 큰 화물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져 있다. 경사도 완만하다.
계곡의 물들도 얼음이 녹아 졸졸졸 흐르며 꼭 우리에게 잘 왔다고 잘잘잘 소리를 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고 조금 더 산을 오르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임도는 경사도를 생각해 만들어져서인지 굽이굽이 구불구불하다.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는 굽이 길은 봄이 와 있지만 햇볕이 비치지 않은 곳은 아직 겨울 눈밭이다.
아이젠이 없어 스틱에만 의존하며 비틀비틀 뒤뚱뒤뚱 임도를 올라간다.
이곳은 아직 봄이 오지 않고 봄과 겨울이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이리로 고개 돌리면 겨울 저리로 고개 돌리면 봄이다.
햇볕이 편을 들면 봄이고 편을 들지 않으면 겨울이다. 햇볕이 대장이다.
높이가 높아지자 큰 나무들이 줄어들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산위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는 바람은 온 몸을 휘청하게 한다.
스틱으로 땅을 찍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는 없다.
특히 계곡을 지날 때 만나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우리를 쓸어 계곡으로 밀어내는 듯하여 몇 번을 깜짝 놀란다.
이제는 바람이 대장이다.
바람을 이겨내며 조금씩 길을 오르니 어느 순간 바람이 잠잠하다.
드디어 여기 삼거리가 이 고개의 가장 높은 곳인 것 같다.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코리아트레일 표시판을 보며 여기도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개를 넘었다. 힘든 고비를 넘어섰다. 이제 목표를 돌파했다“라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개가 우리의 국토장정 중 가장 높은 곳일 것이다.
하지만 고개는 우리가 넘어야 하는 또는 넘은 산줄기에서 십중팔구는 가장 쉬운 곳이다.
우리와 달리 어렵게 새롭게 다르게 정상을 넘어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이제 계속 올라 갈 것이고 우리는 이제 내려간다.
내려오며 위안처럼 ”서로의 길이 다르니까“를 소심하게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고성에서 인제로 넘어오는 진부령은 해발고도가 520m이다.
백두대간을 넘는 강원도에 있는 고개 중에서는 가장 낮다.
하지만 차량통행이 많고 갓길이 없어서 걸어서 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그 옆에 소똥령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옛길이다. 트레킹코스도 잘 정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진부령 유원지로 나와 46번 국도를 걸어 진부령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택한 코스가 소똥령 임도이다.
이름이 소똥령 임도라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소똥령 옆에 있어서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이름이다.
여기 삼거리의 해발고도는 약 650m인 것 같다.
우리는 진부령으로 내려와 46번 도로를 따라 인제 용대리 매바위 인공폭포에서 오늘의 장정을 마친다.
첫댓글 어쨌던지 졸라 추웠음.......
나름 눈위를 걷는 재미도 있었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