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도 / 이정옥
그는 물수제비를 잘 뜬다고 하였다
간월도에서 걸어 나오며
그에게 물수제비 한 그릇 먹고 싶다고 말할걸
아직도 입덧처럼 허하다
목울대에서 머뭇거리던 말말
한 삽 그 섬에 심어 놓는다
얼마만큼을 배워야 모국어를 반짝이게 빚을까
간월도에서 물수제비 한 그릇 탁발한다
바다에 뜬 간월도
한 대접 후루루 마신다
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 발표
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 발표 계간시전문지 애지와 애지문학회가 주관하고 있는 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에는 이정옥 시인의 [간월도]가 선정되었습니다.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 시상식은 제22회 애지문학상과 애지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2024년 12월 6일(금요일) 오후 3시, 충남대학교 중앙도서관 홀에서 있을 예정이다 제11회 애지문학작품상 수
cafe.daum.net
[수상소감]
부석사 입구에서 차를 마시고 극락전 오를 때였다.
가방을 들고 앞질러 가던 일행이 전화 왔다고 어서 오라 한다.
잰걸음으로 오르는 순간 금방 지나온 느티나무에서 폭풍 같은 소리와 나뭇가지가 쏟아졌다 번개인 줄 알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거처럼 전화를 받으며 고함을 질렀다.
전화를 주신 분도 놀랐는지 괜찮냐고 하신다.
기쁜 소식을 얼떨결에 받았다.
작품상이라니
생각하니 찰나의 순간이었다 느티나무의 환호?!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집 둘레 산책을 하다 늘 바라만 보던 징검돌에 발자국 찍었다.
시냇물로 내려온 나무가 거울인 줄 알고 쳐다보고 있다.
나도 가만가만 들여다봤다.
거기, 붕어인지 가물치인지 잉어인지 송사리도 떼를 지어 살고 있다.
근처 호수공원에서 떠밀려 온 물고기인가 보다.
들여다보니 돌 틈 위에도 자생하고 있다.
시냇물이 맑다. 하늘이 깊다.
얇고, 작고, 잘은, 나를 들여다보았다
물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저 물처럼 보듬고 너그러워져야겠다.
오늘은 간월암에 가서 돌 하나 얹어 놓고 와야겠다.
알고 있는 모든 분이 행복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부족한 나의 간월도를 살펴 주신 애지와 애지회원님들께 무한 감사와 깊은 신뢰를 표하며 은혜 보답은 더 노력하라는 굴레로 여기고 열심히 끄적이고 쓰겠다.
산책하다 만나는 풀꽃에게 바람에게 인사하였다.
고맙다고 내내 좋은 날 되시길요.
[심사평]
2024년도 애지문학작품상에 이정옥 시인의 시「간월도」 가 선정되었습니다.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이병연 시인의 「백색 사원」, 이선희 시인의 「타조의 지식백과」, 이정옥 시인의 「간월도」였습니다. 이 세 시인의 작품을 2024년 08월에 약 2주간의 기간을 설정하여 애지문학회 회원 분들게 설문한 결과 약 40%의 지지를 받은 이정옥 시인의 「간월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후보작에 선정된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회원들이 투표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중에 이정옥 시인의 「간월도」가 회원들의 시선이 머물렀으며 서정시의 구성 원리에 충실함으로써 정형적인 미학을 잘 살린 작품으로 보았다. 특히 각 연의 맺음이 자연스럽게 다음 연으로 연결되어 시적 완성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았으며, 물수제비를 잘 뜬다고 하였던 누군가를 반추하며 시인은 목울대에서 머뭇거리던 말말 한 삽 그 섬에 심어 놓는다고 이야기한다. 동그랗고 얇은 돌이 간월도이며 바다에 뜬 간월도는 동그란 돌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섬이 3.358개로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으니 물수제비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바다 위에 파문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따라 물수제비 한 그릇 탁발하여 후루룩 마신다는 그의 진술은 언어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최고의 장르가 시라는 것을 아주 간결하게 보여주는 수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제목을 조금 더 고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목에 굳이 간월도를 쓰지 않았더라면 더 다양한 감상과 해석의 재미를 줄 듯하다. 이병연과 이선희의 작품에도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 심사위원 일동(심사평: 회장 최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