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성승과 미후왕
시마는 삼장을 세번 희롱하고 성승은 미후왕을 미워하며 쫒다.
삼장일행이 오장관을 떠나서 얼마 가지 않아 높은 산 하나가 나타났다.
삼장이 제자들을 보고 주의를 시켰다.
"애들아! 앞에 또 험한 산이 있구나. 말도 지날 것 같지 않으니 모두 주의해라."
"스승님 걱정하지 마십시요. 잘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마음 놓으세요."
오공이 앞에서서 여의봉을 잡고 길을 터 나갔다.
일행은 높은 벼랑에 올랐다.
삼장이 험한 산세를 보고 말위에서 갑에 질려 우들우들 떠니
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그랬더니 이리와 호랑이 뱀들이 살구멍을 찾아 모두 숨었다.
이때 바로 산에 제일 험한 곳에 이르렀는데 삼장이 오공을 불렀다.
"오공아 하루종일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더니 배가 고프구나.
너 어디가서 밥을 좀 구해올 수 없겠느냐?"
"참 스승님도 딱하십니다. 집도 주막도 없는 이런 산중에서 돈이 있어도
살 것이 없는데 어디가서 밥을 얻어옵니까?"
오공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니까 삼장은 매우 못마땅해 했다.
"이 원숭이 녀석아! 네가 양개산에서 여래에게 잡혀 돌상자속에
갇혀 있을때 말은 할 수 있었지만 몸은 꼼짝달싹 못하는 형편이 아니었더냐?
그러던게 내 덕분으로 목숨을 건지고 마정수계의 의식을 치러 내 제자가
된 터에 왜 있는 힌도 쓰지않고 밤낮 게으름만 부릴 생각을 하느냐?"
"저는 모든 일을 정성껏 해왔습니다. 어째서 게으름을 부린다고 말씀하십니까?"
"정성껏 해왔다는 것이 오늘 왜 밥을 얻어오지 않느냐?
난 배가 고파서 더는 갈수없고 또 이산은 독기가 심해서
열병이라도 걸릴것 같구나. 이래서야 어떻게 뇌음사까지 갈 수 있겠느냐?"
"제발 진정하십시오. 성질이 고고한 스승님을 거역하면
또 그 주문을 외울테지요? 아무튼 말에서 내서 쉬십시요.
이더 인가라도 있는지 알아보고 밥이라도 얻어 올테니까요."
오공은 한번 굴러 구름위에 날아오르더니 손을 눈위에다 대고
저 앞을 바라다 보았다. 그러나 사방은 적막하기만하고
마을이나 인가는 보이지 않고 나무만 우거져 있었다.
사방을 휘휘 들러보니 정남쪽에 높은 산이 솟아있고
그 남쪽에 무었인가 붉은 범이 어른거렸다. 오공은 구름에서 내렸다.
"스승님 먹을것이 있습니다." 삼장은 무엇이더냐고 물었다.
"여기는 밥을 얻을만한 집이 보이지 않지만 남쪽산에 붉은 점이 보입니다.
틀림없이 잘 익은 복숭아 밭인듯하니 그걸 몇개 따다가 드리겠습니다."
"출가한 몸으로 복숭아를 먹게 되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얼른갔다 오너라."
오공은 그긋을 가지고 상서로운 빛을 내고
쌩쌩 찬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남산으로 날라갔다.
그런데 예로부터 산이 높으면 짐승과 반드시 요괴가 있고
고개가 험하면 요정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시피 이 산에도
과연 요정이 살고 있었다.
오공이 일으킨 바람에 그 요정은 깜짝 놀라서 구름위로 떠올랐다.
요정은 음산한 바람을 딛고 굽어보다기 삼장이 땅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이런 고마울데가 있나, 동토에서 대승경전을 가지러 가는 중은
저 금선자의 화신으로 십세 수행을 쌓은 몸이니 그의 고기 한덩어리만
먹어도 불로장생 할 수 있다는 말이 몇해전부터 우리 문중에 돌았어!
그게 바로 자기 발로 내게 찾아 왔구나."
요정은 곧 삼장을 잡으려 했지만 좌우에
팔계와 오정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다가갈수가 없엇다.
팔계와 오정이 대단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팔계는 천봉원수였고 오정은 권렵대장이었으니 그 위풍이
아직도 남아있어 요괴는 다가 갈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디 한번 저것들이 어쩌나 볼까? 한번 형태를 보고 일을하자."
요정은 음산한 바람을 멈추고 골짜기에 숨더니 몸을 번뜩여서
월태화용의 미인으로 둔갑해서 왼손엔 검은 항아리를 들고
오른손엔 푸른 자기병을 들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면 삼장에게 다가갔다.
삼장이 여인을 보더니 팔계와 오정에게 말을 건넸다.
"방금 오공이 여기가 허허벌판이라서 인가가 없다고 했는데
저쪽에서 사람이 오고 있지 않느냐?"
팔계가 먼저 일어났다.
"스스님 오정과 같이 계십시요 제가 가서 보고 오겠습니다."
팔계는 쇠갈퀴를 놓고 옷 매무새를ㄹ 바로하고 점잖을 빼고 여인쪽으로 갔다.
가만히 살펴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팔계는 그 고운 여자를 보고 벌써 가슴이 짜릿해졌다.
"보살님, 어디로 가십니까 가지고 계신것은 무엇입니까?"
여인이 팔계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아! 장로님 항아리속에는 쌀밥이 들어있고 이 병에는 기름에 볶은
국수가 들어있습니다. 스님께 진지를 드리려고 가져 왔답니다."
먹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팔계는 삼장에게 달려가서 이 말을 전했다.
"스승님 착한 사람에게는 하늘의 도움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스승님이 시장해서 밥을 얻어오라 했지만 그 원숭이 녀석은 어디로
복숭아를 따러가서 놀고 있을 거예요.
복숭아는 많이 먹으면 속이 아프지요.
스승님 다행이도 저쪽에서 밥을 가져온 사람이 있습니다.
"미친소리 요즘 불심으로중에게 보시하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 밥을 가지고 오셨다는 분은 어느쪽에서 오시더냐?"
"바로 여기 와 있지 않습니까?"
삼장은 여자를 힐끗보고는 급히 일어서서 합장을 했다,
"여시주님, 시주님은 어디사는 누구십니까? 무슨 소원이 있어
우리에게 밥을 다 주십니까?"
분명 그것은 요정이었지만 삼장도 알아보지 못했다.
요정은 삼장이 자기의 내력을 묻자 곧 아양을 떨며 거짓말을 했다.
"스님, 이산은 백호령이라고 하는데 산이 워낙 험해서
뱀도 짐승도 무서워 한답니다. 이산 저쪽에 저의 집이 있어요.
저의 부친께선 불경읽기와 선행을 좋아하셔서
원근의 스님들께 널리 보시를 하세요.
늦도록 자식이 없다가 신불에게 기도를 드려서 저를 낳았지요.
부친은 저를 문벌 높은 집에 시집을 보내려 했지만,
연로하시고 저 외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데릴사위를 얻어서
편안히 지내고 있답니다."
"스님, 저의 남편은 이산 북쪽 후미진 곳에서
머슴을 데리고 밭을 매고 있습니다. 이건 그분들의 점심으로 제가
마련한 것이에요. 지금은 일손이 달리는 농번기라 심부름 시킬 사람도 없고
부모님은 연로하셔서 제가 직접 점심을 가져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멀리서 오신 세분을 만났기에 부모님께서
적선하시던 것을 생각하고 이 밥을 여러분께 드리는 거예요.
변변치 않은 음식이지만 저의 성의를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성의는 고맙습니다만 저의 제자가 과일일 따러 갔으니 곧 올럽니다.
우리가 그 밥을 먹으면 당신 남편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죄를 짓게 되지요.
죄송하지만 그 밥을 받을 수가 없군요"
여인은 삼장이 받지 않으려하자 얼굴 가득 교태를 지으며 말했다.
"저의 부모님은 신앙심이 깊어 스님들께 보시하기를 좋아하실 뿐만 아니라
저희 남편은 더더욱 신앙심이 깊답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다리를 고치거나
길을 닦는 선행을 하며 노인을 존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지요.
이 밥을 스임께 드렸다면 우리 남편도 기뻐할 것이고 우리 부부의 정도
더욱 좋아질 것이에요"
그래도 삼장은 받으려 하지 않았다. 곁에서 이를 보던 팔계는
입을 쑥 내밀고 원망을 했다.
"천하에 중은 많고 많지만 저 중처럼 줏대없는 중도 없을거야
지금 눈앞에 셋이 먹을 밥이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원숭이가 따온 과일을 넷이서 먹겠다고 하네.
팔계는 항아리를 집어서 입에 넣으려 했다.
바로 이때 오공이 그릇에 과일을 담아서 근두운을 날려 돌아왔다.
빨간눈을 뜨고 가만히 보니까 그것은 틀림없는 요정이었다.
오공은 그릇을 내려놓고 여의봉을 붙잡자 정면으로 대들었다.
놀란 삼장이 급히 오공을 붙잡았다.
"네 이놈 오자마자 누구를 칠 작정이냐?"
"스승님 눈앞에 이 사람은 요괴가 둔갑해서 스승님을 속이는 것입니다."
---고지식은 삼장과 먹보 팔계가 오공을 곤혹스럽게 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다음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