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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화)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늦둥이와 5명이 요나고공항으로 출국했다. 배낭여행이라 숙소 예약하고 일정짜느라 고생 좀 했다. 특히 일본도 성수기라서 호텔 구하기도 싑지 않았고, 가격도 비쌌다. 여기저기 뒤져 좀 저렴한 곳으로 예약을 했는데 고생길이 훤하다. 다행스럽게 꼼꼼하게 미리 코스나 시간들을 챙겨 완벽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여행기는 진영이의 일본 여행이란 제목으로 후첨합니다) 사실 일본 말도 거의 못해 걱정이 없지는 않았으나 식당말고는 거의 불편함이 없었다.
5박6일을 배낭을 매고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날씨가 더 더워 산에 오를 때 많이 힘들었다. 결국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15일 광복절이다. 정몽준의원이 광주를 방문하여 무등산 등산을 한다고 정양석 의원에게 연락이 와서 아침 공원관리사무소 입구에서 만나 옛길을 따라 서석대에 올랐다. 늦둥이 진영이도 동참하여 선두에 서서 올라가니 모두들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다. 장불재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하산, 헤어지고 전 전남도농업박물관장을 지낸 강석오 선배를 모처럼 만나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17일 진영이와 진도에 있는 전남대 자연학습장을 갔다. 울돌목을 보여주고 남도석성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해수욕을 했다. 밤 늦게 처남이 막내 현우를 데리고 진도에 와서 일요일은 현우와 진영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4일 전대산악회 산행이 있는 날인데 새벽부터 비가 엄청 내렸다. 지리산 옛길을 걷기로 했는데 비가 계속 내려 화엄사에서 연기암을 다녀오기로 코스를 바꿔 게곡을 따라 올라가니 용틀임하듯 계곡물이 흘렀다. 구례 산동으로 옮겨 점심을 먹고 계곡에서 진영이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놀았다. 25일은 화순 이서에서 대학 과후배들 모임이 있다고 하여 방문했다. 몇 사람을 빼고는 모두가 모른 후배들이라 인사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27일 동문 국회의원들과 만찬 모임이 있었다. 광주에서 총동창회장과 임원 몇 사람이 참석하고 지병문 모교 총장과 기획처장 그리고 서울동창회징과 수석부회장이 참석해서 정치상황과 모교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진영이의 일본 동부 여행이야기]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다. 학교에 다니는 게 재미있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숙제도 많아 피곤했는데 방학을 하면 학교에 안가도 되니 편하다. 방학을 하기 전 방학 때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계획서를 냈는데 그 중 하나가 일본여행이었다. 일본은 그동안 두 번 갔었는데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쓰시마,對馬島)관광와 적지산(유다센,寂地山)산행이었다.
아빠는 ‘이번에는 비행기로 요나고라는 곳으로 가서 5박6일 동안 여행을 한다’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4일 저녁 늦게 엄마 차로 평촌으로 갔다. 하루를 아빠 집에서 보내고 6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갔는데 너무나 큰 공항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 놀라웠다.
몸 검사도 하고 여권심사를 마치고 들어가니 화려하고 큰 상점들이 줄을 이어있어 마치 백화점에 쇼핑 온 기분이었다. 엄마가 화장품을 사서 나도 아빠를 졸라 싸이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샀다. 점심을 먹고 비행기에 탔는데 다시 빵을 줘서 맛있게 먹었다. 또 예쁜 누나가 선물이라며 퍼즐을 세 장이나 줘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큰 호수(나카우미,中海) 안에 있는 섬(다이콘시마,大根島)으로 가서 유시엔(由志園)이라는 정원을 구경하였다. 산책로를 따라 구경할 수 있는 정원은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되어 아름다웠다. 폭포를 만들어 흐르는 물이 계곡을 따라 호수로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모양도 좋았다. 특히 이곳의 자랑이라는 모란관에 들어서자 화려한 모란꽃들이 활짝 피어 나를 반겨주었다.
정원을 구경하고 나와 버스로 우리는 시마네현(島根縣)의 중심도시인 마쓰에(松江)로 갔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신지코호수의 해넘이를 보기위해 역으로 가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아빠는 급하게 택시를 타고 유람선선착장으로 갔다. 유람선선착장에 도착하니 배가 이미 출항하고 있었다. 나는 배를 타고 싶어 섭섭하면서 화가 났다.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으니 아빠가 다정하게 ‘왜, 화가 났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웃지 않고 얼굴을 찡그렸다.
아빠는 해넘이를 볼 수 있는 현립미술관으로 가자고 했다. 미술관으로 갔지만 호수 위에 구름이 잔뜩 끼어 해는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호숫가로 내려가니 토끼가 뛰는 과정을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게 있어 재미나게 보고 호숫가를 따라 2km정도를 걸어 신지코온천으로 가서 족욕을 하고 식사 후 호텔로 돌아왔다.
둘째 날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역 앞에서 출발하는 레이크라인(관광용시내버스)를 타고 마쓰에성으로 갔다. 얼마 전 고창읍성을 갔었는데 그곳과는 다르게 성 둘레에 넓고 깊은 하천(해자,호리카와)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거북이가 열 마리도 넘게 있었다. 성안으로 들어가니 수백 년 된 나무들이 하늘로 솟아 있어 부러웠다.
일본 성의 중심은 천수각이라고 아빠가 설명해 주셨다. 천수각은 5층으로 된 또 하나의 성이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우물도 있고, 옛날 갑옷이며 칼, 등 무기류와 마쓰에 시가지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층층마다 있었다. 나무로 된 계단은 좁고 경사가 심했다. 아마 적군이 쳐들어왔을 때를 대비한 것 같다. 맨 위로 올라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사방이 훤히 터져 내려오기가 싫었다.
성 밖으로 나와 무사의 집을 구경했는데 너무 더워 빙수를 먹고 유람선을 탔다. 성 주변을 도는 유람선은 예쁜 일본 할머니가 운전을 했는데 오리나 황새가 있으면 천천히 가면서 구경도 시켜주고 설명을 해주었지만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낮은 다리를 지나갈 때면 배의 지붕이 내려오면서 배에 탄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었다. 내 또래의 일본 여자 아이도 탔는데 내가 싸이의 티셔츠를 입고 있어 자주 나를 봤지만 나는 부끄러워 아는 척도 않았다.
배에서 내려 바로 옆에 있는 시마네현청으로 가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준비해 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쓴 종이를 펼쳐들고 독도자료관까지 걸어갔다. 아빠가 이번에 가는 일본의 도시가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 사람들이 왜 우리 땅인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남의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도둑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다.
11시가 되어 우리는 바로 옆의 가라코라공방과 교미세거리를 구경했다. 공방은 전에는 은행이었다고 한다. 지하에 내려가니 금고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금고 벽이 엄청 두꺼워 깜짝 놀랐다. 공방에서 친구에게 선물할 올빼미거울을 하나 샀다.
점심을 먹고 엄마가 쇼핑센터에 가자고 해서 우리는 역 뒤에 있는 쇼핑센터를 갔다. 엄마는 샴푸와 린스를 사고 외할아버지는 파스를 사서 나도 아빠를 졸라 장난감 파는 코너에서 손으로 돌리는 선풍기를 두 개나 샀다.
저녁에는 기차를 타고 다마쓰꾸리온천(玉造溫泉)으로 갔다.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신사에 가서 소원을 들어주는 돌에 소원을 빌고 빨간 색 다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이 다리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알려줬다. 병을 사서 온천물을 담아 피부에 바르기도 하고, 온천의 사연을 담은 조형물을 보면서 사진도 찍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이도 하고 공연도 보고 있었다. 나도 아빠를 졸라 총도 쏴보고, 다트도 하고, 낚시도 해서 여러 가지 상품을 받았다.
셋째 날
아침 일찍 야스기(安來)가는 기차를 탔다. 아다치미술관(足立美術館)에 간다고 했다. ‘정원도 그림이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만들었다는데 일본의 800여 개 정원심사에서 10년 연속 일등을 했다고 한다. 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미술관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고 들어가니 정원이 보이는데 그제 갔던 유시엔정원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곁들여 유명한 동화작가의 동화들이 있어 더욱 좋았다. 나는 그림 그리기대회에 나가 상도 타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좋은 그림을 많이 보면 그림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틀을 타고 요나고역(米子驛)으로 나와서 점심을 먹고 하나카이로라는 꽃 공원을 구경했다. 너무 더워서인지 사람들은 많이 없었지만 아름답고 화려한 꽃들이 피어있어 보기 좋았다. 특히 남관에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을 전시하여 사진을 많이 찍었다.
다시 요나고역으로 돌아와 대산(다이센, 大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목장도 있고, 말 타는 곳도 있었는데 삼림공원에는 많은 아이들이 물썰매를 타며 캠핑을 하고 있어 부러웠다. 대산사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예약해 둔 여관을 찾아 걸어 올라갔다. 대산관이라는 여관인데 아주 오래 전 찻집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우리 외할아버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였다.
아직 날이 훤하다면 아빠가 대산사와 그 위에 있는 신사구경을 가자고 해서 우리는 여관을 나섰다. 절 옆, 자연석으로 바닥을 깐 길을 걸으니 오래된 나무들이 하늘로 쭉 뻗어 보기 좋았다. 길옆으로 물이 흘러 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갔는데도 발이 시원했다. 먼저 넓은 계곡이 금문이라는 좁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곳을 구경하고 신사로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대산사에 들렀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넷째 날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빠랑 매주 산에 가기 때문에 산에 오르는 것이 재미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아미타당이라는 곳이 나오고 그곳에서부터는 돌길인데 계단같이 길이 이어졌다. 엄마가 경사가 심해 힘들다며 계속 처지는 바람에 아빠와 나는 빨리 가지 못하고 자주 기다려야 했다. 아빠는 대산의 높이가 설악산과 같고 경사는 더 심하다면서 날씨가 더워 힘든 산행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삼합목이라는 곳에서 준비해간 주먹밥을 먹었는데 맛이 없어 두 어 번 먹다가 말았는데 아빠도 엄마도 맛이 없다며 조금 먹고 일어섰다. 다시 출발하여 2시간 만에 육합목에 있는 산장까지 갔다. 아직도 정상까지는 1시간을 더 가야했지만 두 시 버스를 타야해서 우리는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했다. 요나고역으로 와서 쿠라요시(倉吉)가는 기차를 탔다.
쿠라요시역에 도착하여 택시로 예약해 둔 오사카야여관(大阪屋)으로 갔다.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하며 냉방을 해 논 방으로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동안 밀린 빨래를 먼저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갔다. 여관부근에 고기집이 있어 소고기와 닭, 곱창을 시켜 먹었다. 다음 날은 아빠와 엄마만 삼불사라는 곳을 간다고 하며 길이 위험하니 나보다는 잠을 푹 자라고해서 속으로 ‘일찍 일어나서 따라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섯째 날
아빠가 엄마에게 빨리 일어나라는 말을 듣고 나도 일어났다. 아빠가 깜짝 놀라며 ‘더 자지 왜 벌써 일어나느냐’고 했지만 나는 ‘아빠를 따라 가겠다’며 아침을 하러갔다.
여관에서 조금 걸어 삼불사가는 버스를 탔다. 삼불사는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절이라고 한다. 산에 있는 불당에 올라간다고 하니 신발을 검사했다. 처음 절에 입장할 때, 입장료를 받으며 조사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본당을 보고 산으로 올라갈 때 다시 입장료를 받으며 신발을 또 조사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산에 갈 때 신었던 등산화를 신고 갔기 때문에 무사히 검사를 통과했다.
이 길을 올라가면 일본의 국보인 나게이레도(投入堂)이라는 불당이 있다고 한다. 절벽 위에 기둥을 세워 집을 지었다고 아빠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다리를 건너가니 길의 경사가 급해지며 처음에는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가야 했고, 다시 조금 가니 건물이 있는데 쇠사슬을 잡고 올라가야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잠시 쉬었다 다시 오르는데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올라가보니 종각이 있고 누구나가 종을 치며 소원을 빌 수 있었다. 나와 엄마, 아빠 순으로 종을 치며 소원을 빌었다.
종각을 지나니 말의 등, 소의 등 같은 바윗길이 나오고 다시 급경사를 오르자 관음전이 동굴 안에 있었다. 관음전을 지나 돌아가니 절벽 위 동굴을 지붕 삼아 불당이 너무나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어떻게 이 험한 곳에 저 불당을 지었을까 생각했다.
삼불사에서 쿠라요시역으로 돌아와 기차를 타고 돗또리로 갔다. 해변가의 돗또리사구가 유명하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사구미술관에 들러 모래로 만든 조각 작품들을 보고 걸어서 전망대로 올라가 리프트를 타고 사구로 내려가서 다시 언덕까지 걸어갔는데 모래가 너무 뜨거웠다. 언덕에 오르니 파란 바다가 나에게 손짓했다. 아빠에게 바닷가로 내려가자고 했지만 시간이 없다고 가자고해서 서운했다.
사구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역으로 와서 다시 쿠라요시로 돌아와 미사사온천(三朝溫泉)이라는 곳에 가서 원탕에서 목욕을 했는데 너무 뜨거워서 발만 담그고 나왔다. 거리에는 다마스꾸리온천처럼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놀고 있었다.
여섯째 날
오늘은 설레는 날이다. 우리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요괴열차를 타고 요괴의 거리를 구경한다고 했다. 돗또리역에서 출발해서 요나고까지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운 좋게도 내가 그렇게 타고 싶어 했던 코난열차가 왔다. ‘명탐정 코난’은 나도 즐겨보는 TV프로다. 그 작가의 고향관과 코난거리가 쿠라요시에서 가까운 유나라는 곳에 있다고 아빠가 말해줘서 아빠에게 그곳을 가자고 졸랐지만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해 서운했는데 코난열차를 타게 된 것이다. 요나고역에 도착하여 사카이미나토(境港)가는 열차로 갈아타는데 0번 승강장에 요괴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0번 승강장은 해리포터에서 호크와트로 가기 위한 열차를 타는 곳인데 거기에서 착안하여 요괴열차도 0번 승강장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해 줬다. 온통 요괴그림이 그려진 기차를 타니 천장까지도 요괴그림으로 가득했다. 일요일이어서인지 기차는 만원이었고, 아이들도 많았다. 사카이미나토역에 도착하자 온갖 요괴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나는 요괴들과 사진을 찍고 아빠를 따라 요괴의 거리에서 요괴동상도 보고 기념품점에 들려 요괴가면도 샀다. 엄마는 비싼 가면을 사준다고 화를 내면서 점심도 먹지 않았다. 공항으로 와서 곡옥으로 만든 핸드폰 고리를 사서 선물하자 엄마의 화가 풀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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