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시쓰는 제주맛집] 임성반점

[민욱아빠]

  제주도 짬뽕의 내공을 전혀 모르고 있을 때, 제주엔 짬뽕메뉴는 정말 없는 걸까 하며 돌아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내공가득한 짬뽕집을 몇군데 알고다니는 정도로 발전했지만, 지금의 순간에서 돌아보면 처음엔 참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다닌것 같은 기분, 그리고 제주도 짬뽕의 내공에 대한 놀라움등이 교차합니다.

  제주짬뽕의 내공으로 보아 아마도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은 집입니다.  사실 아직 잘 모르는 집들도 많긴 할테지만 아직까진 제 정보망에 들어온 마지막 짬뽕집이기도 해서 말이지요.  기대를 걸고 찾아보았습니다.

  용담동에 위치한 임성반점은 간판만 최근에 정비한 것 말고는 옛날 그대로의 모습인듯 했습니다.  들어가보면 자리도 몇자리 없습니다.  사람이 많다보면 여지없이 줄을 서야 할 것 같은 그런 단촐한 분위기..  줄서는 걸 별로라 하는 제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좀 한산해서 바로 자리에 앉았죠.

  메뉴판은 특이하게 테이블 유리안에 각각 위치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유명하다는 고추짬뽕과 해장짬뽕, 그리고 군만두를 주문했습니다. 

  만두의 비주얼이 특이할 건 없었습니다.  평범 그 자체였죠.

  만두 속도 맛도 그닥 특별할 것 없었던 기억입니다.  그저 간장찍어먹기 좋아하는 아이의 주식이 되었을 뿐..ㅎ

  해장짬뽕이 나왔습니다.  투박하고 진해보이는 국물에 해물과 버섯 그리고 채썬 돼지고기가 들어있습니다.  안으로는 채썬 죽순이 한가득 들어있더군요.  죽순이 그렇게 많이 들어있는 짬뽕은 처음이었습니다. 

  국물은 어떤가요.  약간의 단맛이 있으면서 깊고 풍성한 맛이 납니다.  한두수저 뜨고는 문득 든 생각이 이게 아마도 나가사끼짬뽕의 원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라면의 가벼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진한 맛이 있죠.  진하고 풍성한 맛으로는 이제껏 맛본 짬뽕중에 제일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추짬뽕도 나왔습니다.  벌건 국물이 제대로 된 짬뽕의 화끈함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릇이 놓이자마자 맘에 들었던 것은 재료들이 모두 큼직하고 풍성하게 들어있더라는 것입니다.  자잘한 것들이 소복하게 쌓인 것보다는 비주얼은 별로라도 재료들이 큼직하게 들어있으면 나름 대접받는 기분이 듭니다.

  고추짬뽕이라고 해서 미칠듯이 매운 그런 맛은 아니었습니다.  매운 강도를 직접 조절할 수 없긴했지만 자체로도 기분좋고 충분이 땀이 배이게 하는 그런 매운맛이었습니다.  국물역시 깊고 진한맛에 풍성함이 살아있어 매운 느낌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해장짬뽕과는 달리 단맛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먹고난 후의 느낌은 둘 다 만족스러웠지만 해장엔 오히려 고추짬뽕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해장짬뽕은 자체의 특성이 만족스럽지 그닥 해장에 좋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집은 제가 맛보았던 짬뽕중에 가장 깊고 진한 맛을 보여주었는데 이에도 역시 호불호가 살짝 갈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국구적인 짬뽕으로는 천금반점이 낫지 않을까 싶고, 이런저런 다양한 요리와 함께 맛있는 짬뽕을 맛보고 싶다면 서사라 아서원이 나을 듯 싶구요, 좀더 진한 짬뽕을 원한다면 임성반점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짬뽕을 원하신다면 한번 들러 둘 중 하나를 골라 맛을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