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치에도 별로 무관심이고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그냥 그런 대전시민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마누라 출장 땜에 어쩔 수 없이 휴가내서 아이 돌보다가 잘보지도 않던 인사 청문회를 보게 되었죠. 그냥 시간 때우려고 하던중인데. 근데 거기 나온 분이 정말 대법관 되시면 법원 공신력이 땅에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저같은 사람에게도 들더군요. 온갖 부적격 요소를 고루 갖춘 분이 어떻게 법원 고위직까지 올라가셨는지 참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습니다. 시비에 휩싸인 분이 누구신가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하시던 분이시고 올해 나이는 57세로 머지 않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그리고 사법연수원은 15기라고 하시는데 이게 상당히 높은 기수겠죠? 암튼 판사 하시면서 이래저래 불법적인 요소를 가진 재테크를 비롯해 이것저것 많이 하셨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그런 분이시더군요. 뭐 그래도 요즘 세상이 워낙 위장 전입 쯤은 고위 공직자라면 다들 하는거라서 또 되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물론 법관이라는 사람이 불법을 저지르면 절대로 않되겠지만 요즘 세상은 전혀 그런 불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거 같더군요. ㅋㅋ 근데 어제인가 오늘인가 이 분 승진하는것에 대해 현직 판사들이 반대 견해를 내놓았는데 이 중에 반갑게도 대전 분이 계시네요.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이라는 곳에 김병화 후보자 제청 철회를 요구한 송승용 수원지법 판사님의 게시글이 있다던데 거기에 오명희 대전지법 판사님도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겁니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보니 송승용 판사님은 연수원 29기 수료자로 저하고 나이가 동갑이고 오명희 판사님은 사법 연수원 32기로 저보다 한살 어리시더군요. 오명희 판사님이 올린 글은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동의합니다"라는 간단한 댓글이었다고 하는대요. 아무리 한 줄 댓글이라지만 서열과 계급을 중시하는 법조계에서 그런 댓글을 다는게 얼마나 위험하고 미운털이 박히는건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민간 회사에서도 비리 투성이인 상급자의 승진을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는 일일텐데 더구나 공무원 사이에서 저런 용기를 낸다는건 진정 옷을 벗겠다는 각오까지 포함하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인터넷 댓글 하나로 수십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공무원이 강제로 퇴직 당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을 말해주고 있긴 합니다만, 암튼 이번에 김병화 후보자의 비리에 대해 대법관 반대를 외친 분들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진 진정 국민 법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지난 2007년인가 2008년에 대전법원에서 찾아가는 법 교육이라는 주제로 대전 판사님들이 대전지역 초중고 학교에 직접 오셔서 강연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 때 학생들의 질문에는 '어린이도 형사처벌을 받나요?' '판사도 승진하나요?' '나무 망치들고 재판하나요?' '판사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비법 좀 알려 주세요' '체벌과 관련해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재판을 하다가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판결을 내리나요?' 등 이렇게 재미있는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때마다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던 오명희 판사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전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오판사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 드리며 부디 나쁜 일 당하지 마시고 국민 모두를 위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지켜주시는 그래서 없는 사람들이 그리고 평범한 서민들이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원에 가서 억울함을 풀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우리 가족 모두는 오늘을 계기로 오판사님을 응원하고 살겠다는 말을 전하며 이만 줄입니다.
첫댓글 ^^